▲<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넷플릭스
일본 걸작 만화 변용, 이거 괜찮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숙주에게 기생하려다 그 존재가 들통난 몇몇 개체 탓으로 한국 경찰 조직은 비밀리에 특별팀을 조직한다. 운 좋게 기생생물 하나를 생포한 걸 시작으로, 뇌파로 동족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는 그를 앞세워 기생생물을 하나씩 처리한다. 그 조직이 작품의 부제이기도 한 '더 그레이'다. 팀장 최준경(이정현 분)은 사랑하던 남편이 숙주가 된 뒤 간신히 생명을 건진 이다. 그를 생포하여 팀을 조직한 게 벌써 여러 달, 그동안 수많은 기생생물을 처단했다.
이야기는 지구에서 새로운 욕망을 느끼는 기생생물과 해충박멸이란 목표 아래 그를 처단해 나가는 최준경, 또 원작과 유사하게 기생생물에게 완전히 먹히지 않아 의식이 남게 된 주인공 정수인(전소니 분)이 서로의 목적에 따라 나아가며 뒤엉킨다. 원작의 주제의식, 이를테면 인간 또한 지구에 기생하는 기생충과 얼마 다르지 않단 사실을 깨닫도록 하는 경지로 나아가진 못하지만, 반드시 속편이 이어질 첫 번째 시즌의 성공적인 발걸음을 떼는 데는 충분한 작업이다.
가장 인상적인 건 연상호의 장점인 캐릭터다.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물들이 서로의 욕구를 선명히 내보이고, 그 욕구가 서로 교차하고 부딪치며 불협화음을 내는 모습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비교적 생소한 얼굴인 전소니의 기용이 작품에 색다른 인상을 더하고, 권해효, 김인권, 구교환 등 검증된 배우들의 활약 또한 인상적이다. 캐릭터와 배우의 만남이 적절했을 때 연상호의 장점이 증폭된 반면, 다소 극화되고 만화적이라 해야 좋을 이정현의 연기는 무거운 풍의 극에 다소 어울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모로 <기생수: 더 그레이>는 해외의 검증된 작품을 변용해 독자적인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합작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 탁월한 설정을 들여와 입맛에 맞게 현지화하는 것이 쓸만한 시나리오 기근에 허덕이는 한국 콘텐츠 시장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어줄 수 있을 테다. 무엇보다 변용과 변주를 잘 해낼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창작자가 여럿인 한국의 상황이 향후 전 세계로 뻗어나갈 OTT 콘텐츠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되어주는 것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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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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