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데이즈포스터
티캐스트
이 영화를 두고 오래 고심했다. 단 세 편을 뽑으려 마음을 정했건만, 이 자리를 두고 떠오르는 작품이 워낙 많았던 탓이다. 한국영화 한 편에 자리를 내어주고자 하지 않았다면 무리 없이 들어갔을 이 영화가 또 다른 훌륭한 작품을 밀어두고 올릴 만한 것인지를 거듭 따져보았다.
이를테면 전에도 없고 후에도 없는 유일무이한 성격의 영화로 <서브스턴스>가 있고, 또 영화예술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찰한 <클로즈 유어 아이즈>도 있다. 칸이 선택한, 다 떠나서 그저 재밌기로만 하자면 올해 제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을 만큼 도파민 팡팡 터지는 <아노라>도 있었고, 올해 한국독립영화협회에 '올해의 독립영화'로 한 표를 행사한 홍상수의 <수유천> 또한 있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뽑지 않을 수 없다.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조지 밀러라는 감독의 격을 다시 보게 했고, <해야 할 일>이 오늘 한국에 더없이 필요한 작품이었다면, <퍼펙트 데이즈>는 가장 많은 이에게 효과적으로 다가선 영화라 여기기 때문이다. 단단히 잠긴 문을 대하여 첫째는 뜯어내고, 둘째는 열어 달라 호소하는 식이었다면, 이 영화는 차분히 자기를 내보여 마침내 문을 열어내게 했달까.
<퍼펙트 데이즈>는 일본의 공공화장실 청소부의 이야기다. 그의 일상이란 무척이나 단순한데 출근하여 2인1조로 공원 등 공공화장실 여러 곳을 돌며 청소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화장실과 화장실을 옮겨 이동할 때 자동차 안에 놓인 카세트테이프를(맞다, 카세트테이프다!) 꺼내 듣는다. 테이프엔 흘러간 팝송들이 담겨 있는데 그 정취가 카세트테이프란 형식과 꼭 맞아떨어지는 듯도 하다.
홀로 사는 그는 퇴근 후엔 단골가게에서 맥주 한 잔을 기울이고, 어느 정도 알고 지내는 바를 찾아 사람들 노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한다. 날 좋은 날 공원 한 구석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또 헌책방을 찾아 세상에 잘 알려지지 못한 좋은 글을 추려 읽는 것, 그와 같은 소소한 일상이 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달까.
영화는 제목처럼 완벽해보였던 그의 일상에 예기치 않은 손님이 들며 벌어지는 일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그로부터 드러나는 삶의 모양과 짐작할 수 있는 그의 지난 굴곡들을 적당한 거리에서 적절한 감성을 보여주는 작품, <퍼펙트 데이즈>는 꼭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열어젖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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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는 모두 세 편의 영화를 추려 소개한다. 혹자는 '더 좋은 영화가 있었는데' 하며 아쉬워 할 수 있겠고, 또 누구는 '에이, 어떻게 이게 올해의 영화야' 하고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곁의 누구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는지. 이게 나의 올해의 영화라고, 너의 올해의 영화는 무엇이냐고. 불행과 불운들이 아무렇게나 흩뿌려진 이러한 세상에선 멋진 이야기가 더욱 많이 회자될 필요가 있으니까.
그럼 2024년 한 해 '씨네만세'를 애정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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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