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
왜 이 영화를 보아야 하느냐 묻는다면
영화는 아일랜드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1922년부터 1997년까지 무려 75년 동안 이어진 막달레나 수녀원의 여성학대 사건. 타락하고 방탕하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학대하고 강제노동에 투입한 이 수녀원은 최소한의 노동조건조차 지키지 않은 채 직업여성이나 미혼모, 또 고아거나 부모가 보호하려 들지 않는 이들까지 무작정 잡아들여 노동으로 참회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집단생활을 시켰다. 빌이 석탄광에서 마주한 건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소녀로, 탈출하고 싶다는 욕구 아래 무작정 밤 깊을 때까지 석탄광에서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러나 수녀원이 지역사회를 좌지우지하는 폐쇄적 사회에서 그를 파헤쳐 고발하는 일이 쉬울 수는 없다. 수녀원에서 석연치 않은 일을 마주하고 빌이 겪게 되는 일은 비단 막달레나 수녀원, 또 아일랜드 사회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제 모든 것이라 해도 좋을 일과 가정의 평안을 한 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공포, 또 모두가 외면하는 불의를 저 홀로 맞서야 한다는 막막함, 그 모든 감정들을 뚫고 평범한 이 남자가 일어서기까지의 이야기는 수많은 부조리에 눈감고 귀 막은 채 오늘의 안락을 구하는 이들이 넘쳐나는 오늘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지는 않은지.
소설에서 그려지지 않은 단 한 장면을 영화는 또한 그 끄트머리에 덧붙이는데, 바로 이 장면만으로도 우리는 우리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새삼 깨우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어떤 진실은 좀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수면 위에 드러난 뒤에도 모두가 그를 아무렇지 않게 외면한다. 빌이 어느 순간 저만 빼고 모두가 수녀원의 불의를 알고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처럼, 또 우리 사회의 진실들이 저기 거리의 1인시위자가 든 피켓처럼 모두가 마주할 수 있는 곳에서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은 채로 투명해져갈 때처럼 말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2024년 한국사회에 유효한 작품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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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