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교섭스틸컷
필름다빈
'면접교섭'은 이혼으로부터 어느 한 쪽 부모와 갈라진 자녀가 비양육자와 만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아이에게 부모 양 쪽 모두를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천륜임에도 이혼이란 제도가 그중 한 쪽을 아이의 삶에서 배제하는 일을 막고자 민법으로 이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가운데선 면접교섭의 권리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 법원이 명시한 날짜와 시간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를 들어 그 권리를 침해하는 양육자가 이 나라 안에 넘쳐나는 것이다. 이혼이란 흔히 이혼 상대방과의 관계를 망가뜨리고, 그로부터 상대방과 아이의 만남을 흔쾌히 여기려 하지 않는 마음이 생겨나는 탓일는지 모를 일이다.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을 경우 강제력 있는 조치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법제화돼 있는 데 반해, 면접교섭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지난 수년 간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사회적 환기가 전국적으로 이뤄진 반면, 면접교섭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선 여전히 제대로 조명되지 않고 있어 피해를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돈이 걸려 있는 양육비 미지급엔 민감하고 사람의 관계가 걸린 면접교섭엔 무관심한 것이 꼭 한국답다는 비판에도 설득력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겠다.
<면접교섭>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개봉한 82분짜리 장편 다큐멘터리다. 이십대 중반의 젊은 감독 이주아의 데뷔작으로, 이혼 뒤 양육권을 잃고 면접교섭을 통해 자녀와 만나야 하는 두 아버지의 사연을 담았다. 법은 면접교섭을 권리로서 보장한다 하지만, 강제력 있는 규정으로 보호하지 못해 사실상 무력화된 권리에 가깝다고 이들은 말한다. 한 달에 한 번이나 두 번, 법원이 결정한 날짜와 시간에도 이들은 제 자식을 제대로 만나지 못할 때가 많다.
영화는 면접교섭을 둘러싸고 두 아버지가 겪는 어려움, 차라리 고난이라 불러야 할 상황들을 붙들어 담는다. 이들은 헤어진 배우자의 교묘한 방해로 주어진 면접교섭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아들을 만나러 다른 도시까지 달려가고도 채 십여초만 만나고 돌아와야 할 때도 있다. 이제 겨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은, 이혼할 당시 상황은 물론 부부의 내밀한 속사정을 알지 못하고 있음에도 어쩌다 만나는 아버지에게 매우 적대적이다.
그는 아버지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공격하고, 아버지를 보고 싶지 않다며 외워온 것이 분명한 국어책 읽는 투로 비난하기까지 한다. 전처가 아들에게 자신에 대해 모함하는 것이 분명하다 믿지만 손 쓸 도리는 없다. 자기를 만나자마자 불쾌함을 드러내는 아이가 그를 등지고 돌아서는 단 몇 초가 주어진 면접교섭이라 여기고 감내할 뿐이다. 이혼하기 전, 또 이혼 직후엔 더없이 천진하고 친근했던 아이를 그는 제 휴대폰에 저장된 옛 동영상을 통해서만 기억할 뿐이다.
단 10초 만남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
▲면접교섭스틸컷
필름다빈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한 그는 최소한의 면접교섭이 아이를 지키는 일이라 믿고 있다. 이혼 가정에서 양육자와 그 새로운 배우자 등에 의해 저질러지는 아동학대 상당수가 면접교섭이 끊어진 뒤 상대의 관심이 없는 틈을 타 이뤄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빚어지고 있는 일이 아동학대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심하고, 또 면접교섭권을 고의적으로 침해해 부모 한 쪽과의 관계를 부수려 하는 것이 그 자체로 아동학대일 수 있음을 그는 인지하고 있다.
다른 이의 상황도 썩 좋지 못하다. 면접교섭을 하는 비양육자 92%가량이 양육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통계처럼 그 또한 제 책임을 이행하고 있음에도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전처는 온갖 핑계를 들어 면접교섭 시간을 침해하고 주어진 시간이 다 경과기도 전에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아이를 찾기 위해 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만난 아이는 함께 살고 있는 새아버지가 친아버지와 통화하는 걸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여 어쩌다 걸려온 그의 전화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한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같이 살지 못하는 아버지의 사연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영화는 두 사람의 사연을 비추어 면접교섭권이 한국에서 가진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한국사회의 인식은 아이를 갖도록 하고도 돈을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아버지들에 대한 원망과 조리돌림에 그쳐있지는 아니한가. 양육비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영 딴판으로, 이혼제도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비양육 부모와 아이의 단절은 전혀 조명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해법은 결국 국민적 관심, 또 국회의 책임 있는 입법에 있다. 제도의 허실이 명백해 비슷한 피해자가 쏟아진다는 보고가 끊임없이 이어짐에도 돈이 걸려 있지 않고, 또 특정 단체가 개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방치된 사안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이 영화 <면접교섭>이 다루고 있는 문제는 결국 우리 중 누군가가 마침내 마주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못난 일면이 아닌가.
▲면접교섭포스터
필름다빈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공유하기
유명무실 면접교섭권, 비양육 부모는 웁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