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타하리 포스터.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솔직히 고백하면, 옥주현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2005년 '아이다'로 뮤지컬에 데뷔한 그는 '엘리자벳', '레베카', '위키드' 등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며 최고의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등에 여성 서사 뮤지컬에 출연하며 대체 불가 배우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를 향한 (안티들의) 부정적 시선도 만만치 않다.
부끄럽게도 그에 일부 영향을 받았고, 은근 동조하기도 했다. 컨디션 난조로 무대를 취소했다는 과거의 뉴스들에 편견도 생겼다. 옥주현의 무대에 대한 찬사들이 훨씬 많았음에도 애써 단점을 찾는 리뷰들에 귀를 기울였다. '꼭 옥주현의 뮤지컬을 볼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을 품고 살며 애써 외면했다. 문득 실제로 보지 않은 채 어떤 평가를 한다는 게 어리석은 일이라는 회의가 들었다.
'마라타리' 공연 소식을 접하고 그의 공연을 예약했다. 무대의 막이 오르고, 옥주현이 등장했을 때 그의 목소리 톤이 어색하게 들린 것은 사실이다. 대화할 때 연기가 매끄럽지 않았다. 하지만 '마타하리'로 변신을 하고 무대에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순간, 왜 뮤지컬계가 옥주현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 팬이 됐다.
옥주현은 풍부한 성량에 깊이 있는 감정 표현까지 더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는 춤사위로 압도적 매력을 발산한다. 그는 가창력이 무엇인지 관객 앞에서 여실히 증명한다. 객석에서 옥주현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새어 나오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옥주현은 노래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매커니즘을 완벽히 이해하는 배우이다.
'마타하리'에서 옥주현이 더욱 빛나는 까닭은 2016년 초년 이후 재연, 삼연 그리고 이번 사연까지 줄곧 캐스팅됐을 만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일 것이다. 또,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옥주현에게 영감을 받아 곡을 썼다고 한 만큼, 옥주현 맞춤 노래 속에서 옥주현은 섬세한 기량을 뽐낸다. 이처럼 '마타하리'는 옥주현을 위한, 옥주현의 의한 뮤지컬인 셈이다.
'마타하리'는 명장면을 꼽기가 힘들 정도다. 마타하리와 아르망의 로맨틱한 감정이 오가는 장면이나 아르망과 라두 대령의 갈등이 고조되어 격렬히 맞부딪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아르망 역을 맡은 에녹과 라두 대령 역의 조윤의 발성과 딕션, 가창력, 연기력 모두 일품이다.
최고의 장면은 마타하리의 총살 직전의 무대다. 질곡의 삶을 살아온 끝에 최후의 선택을 하게 된 마타하리는 끝내 죽음을 맞는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곁을 지켜준 안나와 마지막 문답을 나눈다. 평소 공연을 앞두고 관객과 기자가 얼마나 왔는지 확인했던 그들만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대화인데,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다. 홍사봉의 안정적인 연기도 돋보인다.
최후의 순간, 드디어 37번째 넘버 '마지막 순간'에서 옥주현은 호소로 짙은 목소리와 공간감 가득한 목소리, 독보적인 성량으로 관객들을 끊임없이 전율시킨다. 이쯤 되면 끝났을 거라 생각하는 순간마다 감동의 파도가 한없이 밀려온다. 카운터펀치가 쉼 없이 몰려와서 당혹스러운 정도다. 이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타하리'의 티켓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이처럼 '마타하리'는 무대 세트의 완성도도 뛰어나고, 최고의 댄서였던 마타하리의 안무 연출도 훌륭하다. 옥주현을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기량도 만개한 터라 꼭 추천한다. 무엇보다 옥주현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어서 뜻깊었던 공연이었다. '마타하리'는 3월 2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에서 관람할 수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