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
잔잔
그러나 예컨대 12·3 윤석열 내란 사태처럼 비교적 많은 사실이 공중에 노출됐다면, '어떻게'의 논의가 급박하게 이루어질 필요성이 있다고 해도 '무엇' 자체를 뒤바꿀 수는 없다. 물론 잠시 '무엇'을 덮어버릴 수는 있다. 진실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진실이라기보다 권력투쟁의 결과이며 이해관계의 조정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의 편의주의와 관료주의 행태를 비롯해 욘의 부모, 담당 교사, 동료 교사 학부모 등은 각자의 편견과 입맛에 따라 사건을 해석하고 확산하며 사건의 실체가 수렁에 빠진다. 영화에서 설득력 있게 그렸듯,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진실을 대하는 각자의 입장과 이해(利害)다.
영화에서는 그러나 왜곡의 수렁에서 진실이 구해지면서 사필귀정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사건 자체가 비교적 단순하고 경미한 데다 엘리자베스의 나름의 책략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꼭 진실이 구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사를 남긴다.
하프단 울만 톤델 감독은 "이 영화는 우리가 사람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작은 정보의 파편만을 활용하는지에 관한 것"이라며 "이 영화는 두 어린 소년의 갈등에 관한 것이기보다 성인으로서 우리가 각자의 정체성과 삶에 맞춰 어떻게 현실을 구성하는지를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타당하게도, 진실은 구성되는 것이라는 직관적 인식이 그에게 있다.
▲<모든 것은 아르망에서 시작되었다>
진진
감각적 연출
영화는 공간 사용이 제한적이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을 활용해 갈등과 대립을 보여주는데, 시각적으로 생동감 넘치는 실내극(chamber play)처럼 느껴지게 하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한정된 공간의 실내극 분위기다 보니 음향이 심리 묘사나 극 전개에 적잖게 기여했다.
현대 무용의 활용이 돋보인 지점이었다. 느닷없는 현대 무용의 등장은 분위기를 환기하며 영화의 매력을 높인다. 감독은 첫 번째 춤 장면은 엘리자베스의 정신 상태를 보여주면서 전형적인 서사에서 벗어난 긴장의 장치라고 말했다. 두 번째 춤 장면은 확실히 상징적이고 실제로 현대무용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초반에 투 샷에 해당할 만한 대치 장면을 그린 방식에서도 초점 등 카메라워크를 통한 감각적인 접근을 볼 수 있었고 엔딩에 다가가며 연출한 빗속의 장면은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 결말을 짓는 방식이어서 젊은 감독의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 엘리자베스가 히스테릭하게 웃는 장면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등 곳곳에서 패기와 도전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다.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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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영화 등 예술을 평론하고, 다음 세상을 사유한다.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세계문학과 인문학 고전을 함께 읽고 대화한다. 나이 들어 신학을 공부했다. 사회적으로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책임 의제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ESG연구소장.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영화평론가협회/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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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아이 두고 벌어진 진실 맞추기의 놀라운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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