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을 통해 다양한 관계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드라마 <굿파트너> 포스터
SBS
2010년대 중반 들어, 장나라가 주연으로 연기한 주요 캐릭터들은 대부분 남편과 아이가 있고 저마다의 콤플렉스를 간직한 '기혼 여성'이다. <오마이베이비>의 장하리,<한번더 해피엔딩>의 한미모,<고백부부>의 마진주, <황후의 품격>의 오써니, <VIP>의 나정선, <패밀리>의 강유라, <나의 해피엔드>의 서재원 등은 모두 장나라의 실제 나이와 비슷한 30~40대에 가정사로 비슷한 고민을 겪었을 법한 현대 기혼 여성들의 결핍과 극복, 성장을 그려냈다는 공통점을 지닌 캐릭터들이었다.
만일 장나라가 인기가 한창 많았던 20대 시절의 명랑소녀나 공주 이미지에만 내내 안주했다면, 성인 연기자로서의 변신 과정에서 연기력과 미스캐스팅 논란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장나라는 오히려 자신의 외모적 특징을 영리하게 활용하면서 오직 장나라만이 해낼 수 있는 차별화된 성인 여성 캐릭터를 정립해 나갔다. 순수하고 성실한 인물이 극적인 사건에 휘말려 시련을 극복하며 점점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그렇게 장나라는 점점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됐다.
그리고 <굿파트너>의 차은경은 장나라가 전작들에서 차근차근 쌓아온 내공을 집대성한 것 같은 캐릭터였다. 성공한 이혼 변호사인 차은경은 철저히 결과 지향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살아온 커리어우먼이지만, 블륜을 저지른 남편과의 이혼소송, 후배 한유리와의 관계 속에서 점점 변해가는 인간적인 모습들을 잘 표현하며 호평을 받았다.
장나라는 지난해 한 토크쇼에 출연하여 자신의 대중적 이미지와 연기 변신에 대한 어려움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당시 장나라는 "한때 '장나라는 귀여운 거 말고는 아무것도 못 할 거야'라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어렸을 때는 그런 이야기가 저를 파이팅 넘치게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장나라는 "나이를 먹을수록 연기에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저기 빛이 보이는데 아무리 헤엄을 쳐도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없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스스로 한계를 느낄 때는 너무 괴로웠다"면서 "신께서 재능을 주실 거면 왕창 주셔서 누가 봐도 잘하는 재능을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나라는 세수하다가 문득 픽 웃음이 나면서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찾아왔다고 밝혔다. "내가 이 재능마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엄두도 못 냈을 텐데, 그러자 '어우,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더라"고 고백하며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장나라는 <굿파트너>로 흥행 대박과 연기대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더 나은 배우로 인정받겠다'던 본인의 다짐을 그대로 실천했다. 20년 전의 귀엽고 사랑스럽던 '명랑소녀'는, 세월의 흐름에도 외모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내공은 더욱 깊어진 '멋진 언니'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본인의 슬럼프와 한계에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뚝심 있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장나라의 자존감이 만든 성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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