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파사 : 라이온 킹> 스틸컷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04.
"밀레레로 향하고 있거든. 빛을 따라서."
백사자 무리의 침입으로부터 혈통을 지켜내기 위해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되는 타카와 무파사, 또 다른 무리로부터 홀로 살아남은 공주 사라비(티파니 분), 그의 곁을 지키는 새 자주, 그리고 원숭이 집단으로부터 쫓겨난 젊은 라피키(존 카니 분)까지. 앞서 설명한 타카의 행동이 왕이 되는 과정에 합당하기만 했다면, 이렇게 완성된 떠돌이들의 모임이 밀레레로 향하는 길에서 고난과 수난을 겪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상상 속에만 있다고 믿어지는 밀레레를 꿈꾸고 있어서도 아니고, 쫓아오는 백사자 무리의 왕 키로스 때문도 아니다. 왕이 되어야 했던 존재가 자신의 숙명을 외면하고 감춰왔던 본능과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 제 숙명에 대한 욕망이 이들의 발목을 잡기 시작한다.
발단은 무파사가 위험에 처한 세라비를 구하는 장면이 된다. 두려움으로 인해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타카는 깊은 질투심을 느낀다. 주어진 상황과 결과는 같지만, 이번에는 연모의 감정이 개입된다. 더 이상 어린 개체가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그 마음을 알기에 두 존재를 연결해 주려던 무파사의 도움조차 눈엣가시처럼 여겨진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첫 만남에서 무파사를 구해줬던 일만 내내 꺼내 든다. 유일한 무기다. 사실은 그것조차 엄마 에셰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 감정을 홀로 삼키던 타카는 수치심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백사자 무리에게 무릎을 꿇는다. 아버지 오바시와 일족을 멸종시킨 키로스 앞에 굴종의 서약까지 하면서다.
이제 남은 일이라고는 형제라 여겼던 존재의 배신을 이겨내고 단 하나의 존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영화가 보여주는 일뿐이다. 무파사가 밀레레, 지금의 프라이드 록 자리를 차지하고 타카는 스카가 되어 변방으로 밀려나는 과정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 시리즈의 인장과도 같은 장면을 극적으로 활용하는 장면 하나가 놓인다. 시간적으로는 현재와 과거의 존재가 울부짖으며 자신의 위치를 천하에 알리는 순간이며, 시리즈적으로는 이 작품 <무파사>가 원작 <라이온 킹>의 정확한 순혈임을 드러내는 지점이다. 무파사와 키아라는 심바가 울부짖은 자리에서 그렇게 다시 울음을 토해낸다.
05.
"누구나 생명의 순환 속에 자신의 자리가 있다."
무파사와 타카 두 사자의 반대편에서 악역을 자처하던 키로스는 시리즈의 또 다른 정체성과도 같은 생명의 순환(원작 OST 앨범의 타이틀 곡인 'Circle of Life'에서도 알 수 있듯이)을 부정하며 등장한다. 이 역시 원작과의 연결고리 가운데 하나이자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안다. 결국 이 시리즈의 아주 깊숙한 곳에는 그 어떤 존재도 자연의 섭리로부터 벗어날 수 없으며, 혈통과 왕의 자리라는 것 역시 대(代)를 잇는 과정에서 가능한 것일 뿐, 특정한 개체나 하나의 존재가 영원히 붙들고 있을 수는 없다는 진리 하나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 영화 <무파사>는 모든 자리가 원작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전작인 <라이온 킹>(2019)의 이야기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갖는 의미는 이전의 작품이 보여줬던 친족 집단 내부의 갈등이 아닌 집단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과 원작 개발 당시 계획되지 않았던 시리즈, 프리퀄의 창작임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운 연결성을 보여준다는 점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왕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거듭나는 것이라는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가 짙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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