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2024 봄 작가 겨울 무대 낭독공연 <선애에게>에서 이홍이 드라마투르그, 이 정 작가, 윤혜진 연출가가 설명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 공연은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극장장 강량원, 이하 '예술극장')이 매년 신춘문예 희곡부문을 통해 등단한 작가를 지원하는 <봄 작가, 겨울 무대>를 통해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극장이 역량을 인정받은 신진작가가 지속해서 희곡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집필과 무대화 과정에 동행하는 예술극장의 작가지원 프로젝트이다.
예술극장은 봄의 문턱인 지난 2월, 작가에게 신작 장막 희곡을 의뢰했다. 이후 드라마투르그와 연출가 매칭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8월, 7편의 낭독 공연을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지난 11월 22일에는 7편의 신장 장막 희곡이 수록된 '2024 봄 작가, 겨울 무대 희곡집'(지만지드라마 펴냄)을 출간했다. 이런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희곡이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작가는 감회를 숨기지 않았다.
"낭독공연 무대가 연습 때보다 훨씬 멋지게 완성되어서 감격했어요. 연출님와 드라마투르그님, 배우님들, 조연출님까지 정말 모두 하얗게 불태웠던 것 같아요. 떨어져도 후회가 없을 만큼요. 그런데 본공연 확정이 나고 연습이 시작되니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었어요. 대사 한 줄, 지문 하나 더 깊이 더 확실히 알고 표현하고 싶어 하는 배우를 보면서 점 하나도 허투루 찍어서는 안 되겠다고 작심했어요. 드라마성이 강한 이 대본을 무대 위에서 좀 더 세련된 심리극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연출의 영역에 존경심이 생겼어요."
"나는, 내가 싫어요."
"마치 제 이야기 같았어요. 어머니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교양 있고 우아하지만, 저한테만 유독 화를 내고 함부로 대하거든요. 평생 참고 살았는데, 어느 날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나도 이제 못되게 살아보자'라고 결심을 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자유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저에게만 그러세요. 왜 그럴까요?"
지난 8월 9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 낭독공연을 마치고 어느 관객은 오픈채팅창을 통해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이 말을 듣고 모두가 놀랐는데, 당시에 사회를 맡은 이홍이씨는 "나는, 내가 싫어요"라는 대사가 유독 가슴 아팠다며, "극 중에서 유기견은 선애에게 또 다른 돌봄의 대상인가요? 아니면 어디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연민의 존재인가요?"라는 어느 관객의 질문을 대신해서 물었다.
"강아지는 유기견이 아니라 주인이 짧은 목줄에 묶여 방치하는 존재입니다. 해원이 목줄을 같이 끊자고 하는 것은 선애에게 '너의 목줄을 끊고 너의 길을 갔으면 좋겠다'라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어요. 선애가 강아지를 안고 떠나는 모습을 그렸던 건 강아지는 자유로운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르시시스트 엄마에 대한 것이라고 작가가 굳이 밝히지 않았던 이유는 꼭 나르시시스트 부모가 아니더라도 이런 환경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자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그것이 옳고 그름을 생각해 봐도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연극 <선애에게>는 대본부터 무대화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완성됐다. 여기에 이정 작가와 윤혜진 연출이 낭독공연을 준비할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대본을 작성하고 제출했을 때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도망가고 싶었어요. 하지만 배우분들과 작업하면서, 부족한 대본을 너무 잘 살려주셔서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연출님이 제가 의도한 바를 대부분 알아주셔서 감동받았습니다." (이정 작가)
"처음 대본을 읽으면서 느낀 건, 선애가 굉장히 아파 보였어요. 겉으로 봤을 때는 왜 그럴까 싶었는데, 실은 나르시시즘이 짙은 엄마와 그 영향으로 가족들이 선애를 함부로 대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 당연함 안에서 선애는 계속해서 한계의 끝까지 가라앉고 있었고요. 가족들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선애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죠. 상처받은 모든 선애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쓰고 싶다는 작가님의 의도를 파악해서 관객들에게 잘 읽어주고 싶었습니다." (윤혜진 연출)
무대 위에선 어떻게 구현됐을까
▲2024 봄 작가 겨울 무대 낭독공연 <선애에게>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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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에 진행한 <봄 작가, 겨울 무대> 낭독공연에서는 텍스트의 전달이 주요하기 때문에 연출적인 요소나 움직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윤 연출가는 등퇴장 없는 전체 낭독은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배우들의 위치와 배치를 통해 작품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 작품은 주로 집에서 이루어지는 가족 이야기이기 때문에 집 형태로 가족들을 배치했다. 집은 아늑하고 즐거운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데, 누군가에게는 감옥 같은 곳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단다. 선애를 중심에 두고 나머지 가족이 둘러싸는 형태로 말이다. 해원은 선애에게 손을 내미는 인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되 약간 떨어진 위치에 두었다고 공간연출을 설명했다.
또한 이번 작품은 선애가 무언가에서 벗어나려는 시작의 경계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아마 실제 집을 구현하기보다는 선애의 상태를 선으로 표현할 것이란다. 인물들이 그 선을 넘고 넘지 못하는 방식 등으로 연극적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덧붙여 엄마와 노인 역할을 한 명의 배우가 맡는데, 이 두 역할을 잘 소화해 내고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트를 짓는 것보다는 인물이 무대에 계속 상주하면서 경계를 넘나들며 다른 인물들을 표현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었다. 이정 작가는 앞으로 이 공연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는가에 대해 이런 바람을 드러냈다.
"심사를 맡으셨던 이홍도 작가님이 '선애에게'가 굉장히 새로운 이야기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줄곧 내가 낡은 이야기를 들고 서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큰 용기를 얻었어요. 정말 '선애에게'가 익숙한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시선,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는 좋은 연극이었다고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연출과 연기에 대해 오래도록 회자되면 좋겠어요."
▲연극 <선애에게>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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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다. 월간지 <문화+서울> 편집장(2013~2022), 한겨레신문 객원 필진(2016~2023)으로 글을 썼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전한다. 이밖에 문화예술 전문매체인 '서울문화투데이'와 '더프리뷰' 등에 문화예술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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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엄마 병수발 하던 친구, 이 말이 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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