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 앞에서 '전국 응원봉 연대'가 깃발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전국 응원봉 연대
- 세 분 모두 '소중한 내 가수'를 지켜본 경험이 있잖아요.
지연 : "맞아요. 사실 그 경험으로 소중한 오늘을 지키려고 여기까지 온 거죠. 제가 좋아하는 그룹과 관련해 소속사가 팬들을 배려하지 않은 곳을 행사장으로 정한 적이 있어요. 다 같이 티켓팅을 보이콧하면서 결국 장소가 바뀌었고요. 이런 식이에요. '아니다' 싶은 게 있으면 의견을 밝히고 변화하게 하려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우리를 소비자로만 생각하고 함부로 할 때 참지 않죠. 그 경험이 쌓여 지금 '우리 이 대통령 받아들일 수 없어, 윤석열 거부할 거야'를 외치는 거예요."
정현 : "제 덕질의 경험은 딱 한 남자만을 향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한 가수를 잘 지키지 못한 것 같아 늘 마음에 담고 있어요. 다만, 그가 남겨준 신념과 내 가수가 생각하는 정의를 내가 계속 지켜야겠다 다짐했죠. 아이돌이 정치적인 의견을 밝히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기에도 꿋꿋하게 자기 소신을 밝히던 사람이거든요.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도 말했고, 투표가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이라며 투표 독려도 했고요. 세상의 어두운 면도 알아야 한다고도 했죠. 내가 사랑하는 가수라면, 지금 이 시국에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해요. 그래서 저도 한 손에는 응원봉을, 다른 손에는 전국 응원봉 연대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가는 거예요."
민솔 : "저는 지금도 내 가수를 지키고 있어요. 팬을 돈으로만 바라보는 엔터업계에 불매로 저항하고 있거든요. 제 가수를 사랑하지만 그 회사가 팬을 존중하지 않고 내 가수를 함부로 대하는 것처럼 느껴지면 대항해야죠. 대통령이 국민을 우습게 보고 함부로 대하는 듯할 때 지금 저항하는 것처럼요. 저는요, 내 가수가 살기 좋은 나라 만들고 싶어요. 결국 그게 내가 살기 좋은 나라더라고요."
- 원래 연말이 각 팬덤에 바쁜 시기라고 들었어요.
지연 : "(웃으며) 맞아요. 평소라면 지금 우리 팬들이 정신없는 때예요. 시상식이 몰리는 연말이잖아요. 팬덤들의 전시 상황이죠. 상을 왜 너네팀이 받느냐, 앨범 사재기 한 거 아니냐. 아니면 증빙해봐라. 다 문제제기 하고... 정말 팬덤마다 시끄러운 시기인데, 이렇게 나라를 위해 뭉쳤어요. 하하."
민솔 : "좋은 나라 만들기로 대동단결한 거죠(웃음). 지금은 팬덤 모두 휴전 기간이에요. 지금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다. 대통령과 국힘 향해 총공(총공격)을 펼치자."
- 한때 '빠순이'라 불리며 부정적으로 묘사된 케이팝 여성 팬들이 이제 정치 주체가 됐다고 하잖아요. 이런 평이 어떤가요?
지연 : "너무 반가운 관심입니다. 사실 사회에서는 우리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잖아요. 무시하고 지워내고 축소시키죠.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은 여기저기서 우리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잖아요. 11일에도 국회 앞 집회에 나갔는데, 울컥하는 경험을 했어요. 행진하다 만난 동덕여대 학생들을 향해 파이팅을 외치고 함께 해산 장소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데... 우리(여성)의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공간에서 일종의 해방감도 느꼈어요.
젊은 여성인 우리가 주체적이고 주도적이며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연대한다는 걸 느꼈어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하고 만난 (젊은 여성을) 위축시키고 두렵게 하는 세계를 깨고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있어요. 매일이 그래요. 그래서 더 많이 우리 목소리 전하고 싶어요."
정현 : "이 관심을 너무나 원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2030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를 정치적 주체로 바라보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지금은 우리가 응원봉을 들자 여기저기서 우리에게 집중하잖아요. 새로운 현상처럼 조명하는 기사도 나오고요. 그런데요, 우리는 늘 목소리를 냈어요. 케이팝 엔터업계뿐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싸웠고, 행동했어요. 그걸 지금까지 '시끄러운 소리'로 취급하며 무시한 건 사회죠. 그래서 이런 변화와 집중이 반가워요."
민솔 : "우리를 빠순이라 칭하는 사람들이 '아이돌에 미친 애들'이라고 폄하했던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요, 우리는 어떤 연예인을 앞뒤 안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지닌 반짝임을 알아보고 그 노력과 매력을 사랑하는 거죠. 그렇게 사랑해 본 마음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의 일상과 우리의 정치에도 관심과 사랑을 표할 수 있다고 믿고요. 이제라도 제 응원봉에 담긴 여러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봐주는 듯해 다행이에요."
"탄핵 후, 광화문에 응원봉 데뷔시킬 거예요"
- 오는 14일 다 국회 앞에 모이잖아요. 어떤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으세요.
지연 : "소녀시대의 '힘내!'(Way To Go) 원해요. '하지만 힘을 내 이만큼 왔잖아 이것쯤은 정말 별거 아냐 세상을 뒤집자 ha!' 이 부분 같이 외치고 싶어요."
정현 : "트리플에스의 '걸스 네버 다이'(Girls Never Die)요. '끝까지 가볼래 포기는 안 할래 난', '쓰러져도 일어나'라는 부분이 있어요. 지금 딱 제 마음을 표현한 노래예요."
민솔 : "지드래곤 '삐딱하게' 추천합니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윤석열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이에요."
-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이후 '전국 응원봉 연대'의 계획도 있나요.
지연 : "그럼요. 윤석열 탄핵은 시작일 뿐이에요. 이제 광화문으로 향해야죠. 제 응원봉 광화문에 데뷔시키고 싶어요. 왜 광화문이냐고요?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까지 행진해야죠. 제대로 된 판결 내리라고 외쳐야죠. 또 탄핵 후 국회에서 어떻게 하는지도 지켜봐야죠. 갈 길이 멉니다."
정현 : "당연히 광화문 갑니다. 탄핵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잘 아니까요. 전국 응원봉 연대 깃발 들고 나서야 할 현장들이 많지 않을까요."
민솔 : "사실 제가 내년에 고3이라...(웃음) 부모님은 지금 '이럴 때'냐고 걱정하시는데, 사실 '이럴 때'는 맞는 거 같고요. 역사의 현장에 있어야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을 거 같아요. 부모님에게 눈치는 좀 보이지만, 눈치 적당히 보면서 집회 나가려고요."
-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연 :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인터뷰 요청을 수락한 건데요, 우리는 단체가 아닙니다, 여러분. 개개인이 모여서 하나가 된 거고 무언가를 좋아하고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일 뿐이에요. 그런 마음을 지닌 시민이 또 다른 시민에게 건네는 초대장이 '전국 응원봉 연대'였을 뿐이에요. 그러니 굳이 응원봉을 새로 사지 않아도 소중한 마음과 의미가 담긴 물건이 있다면, 들고 와서 함께 흔들었으면 좋겠어요."
정현 : "여러분이 응원하고 싶은 맘 아는데, 절대 기부금 보내시면 안 됩니다. 하나하나 확인해서 환불해드리고 있는데, 보내지 말아 주세요. 기부금도 내려면 단체를 설립해야 하고 관련 법률도 따라야 합니다(웃음). 저희를 응원해 주고 함께 해주는 마음으로 충분해요. 아 그리고 사실 전국 응원봉 연대 이름으로 언론사에 인터뷰하신 분들이 있는 거 알고 있어요. 개인의견을 담을 수 있지만, 저희를 대변해 말하지 말아 주세요. 확실하게 말씀드리는데 공식적인 인터뷰는 오늘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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