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가족
넷플릭스
해준의 생일 날, 정재씨네 집에 초대받은 해준의 이모는 말한다. 졸업해서 이 은혜를 잘 갚아야 한다고. 그러자 정재씨는 화를 낸다. 왜 내 아들인데 뭘 자꾸 갚으라 갚으라 하냐고. 자신의 싹싹한 아들로 함께 해준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길러준 것이 아니라 기른 거라고, 그래서 갚아야 할 게 있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기에 해준의 친아빠가 찾아오자 이렇게 말한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만이라도 함께 하면 안되겠냐고.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 교복도 빨아주고, 밥도 더 해 먹이고 싶다고.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에서 '모성'은 아이들에게 질곡의 늪이 된다. 스스로 어른이 되지 못한 산하의 엄마는 자신의 불행이 남탓인 것만 같다. 특히 어린 산하에게 그렇다. 산하를 두고 떠나 재혼을 했지만 거기서는 또 남편을 잃는다. 산하 엄마는 산하에게 자신이 낳은 딸을 맡기다 시피 한다. 그리고 매일 밤 술을 마시며 산하를 탓하는 세월을 이어간다. 그녀는 엄마이지만, 산하를 보호할 만한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다.
의존적인 산하의 모친과 달리, 해준의 엄마는 외려 자식에게 해가 될까 자식을 멀리 한다. 뜻하지 않는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까지 다녀 온 엄마는 정재씨의 따스한 보살핌을 받고 있는 해준을 보며 자신과 함께 하기보다는 차라리 정재씨네 있는 편이 낫겠다며 해준의 곁을 떠났다. 자식을 위한 선택이었다지만, 정말 자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회피하는 이기적인 엄마였다.
그런 엄마들과 달리 정재씨는 엄마들 대신 자신의 딸 주원을 비롯하여 산하와 해준을 거둬 먹였다.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신은 바로 이 '조립식 가족'들이 한 자리에서 끼니를 나누는 장면이다. 덕분에 외톨이였던 주원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디선가 나타나는' 오빠들 둘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한 해가 저무는 즈음, 아마도 많은 이들의 마음이 스산할 테다. 열심히 산 것 같은 데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은 시간들을 보내며 헛헛함이 크다. 이럴 때 <조립식 가족>의 온기로 마음을 달래보면 어떨까. 아이들을 키워내는 그 시간 자체로 행복이었다는 정재씨의 한마디처럼, 우리의 지나온 시간이 가진 충만함을 복기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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