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황가람 <나는 반딧불> 라이브 영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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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내게 부딪힌 건 '별'이 되기 위해 애썼던 시간 탓이다. 교수님께서 "그만 반짝이라"고 꾸짖으시던 때, 나는 반짝이기 위해 나를 불태웠다. 시뻘건 눈으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했고, 덜덜 떠는 손을 숨겨가며 공모전에서 발표했다. 공부만 하느라 놀지 못했다는 후회따위 하지 않고자 회식 자리에서 소주병에 숟가락 꽂고 야무지게 노래도 했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너무 반짝여서, 사라지고 싶었다. 내 겉모습은 점점 혜성처럼 부풀어가는데 속마음은 초라했기 때문이다. 스펙이 채워지면 내 결핍이 해결되는 줄 알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면 나를 사랑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하나도 그러지 못했다. 면접관 앞에서 나를 뽑지 않으면 후회할 거라 배짱 부려도, 거울 앞에서 주근깨를 세어볼 자신은 없는 사람. 그게 바로 대학교 3학년의 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점점 초라함과 마주했다. 실수투성이인 나, 사소한 것에 눈물을 흘리는 나, 뭘 해도 안 되는 나. 그때마다 나를 미워하고 질책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손을 내밀게 됐다. 초라한 나와 악수하다가 함께 대화도 나누고, 이제는 가끔씩 안아줄 수 있는 사이가 됐다. 그런 시점에 <나는 반딧불>을 만났다.
눈부신 별인 줄 알았던 내가 개똥벌레라도 괜찮다는 노랫말처럼, 나도 이제 '개똥벌레'인 내가 괜찮다. 그래도 푸르게 빛나기 때문이다. 사실 빛나지 않아도 좋다. 까만 하늘에 박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기 바쁜 별이 될 바에는 차라리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되고 싶다. 별보다는 덜 빛날지 몰라도, 더 자유로우니까 됐다.
3학년보다 훨씬 분주한 20대 중반, 이상하게 마음은 그때보다 태평하다. 1등 못 하면 죽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점수 확인도 안 한다. 사람들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오락가락했는데, 지금은 칭찬이든 욕이든 적당히 걸러 듣는다. 그럼에도 나는 나이고, 발광하는 빛은 숨길 수 없으니까.
당신도 나처럼, <나는 반딧불>처럼 가장 초라한 별이 돼 자유로이 비행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 안쓰럽게 눈부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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