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지옥에서 온 판사> 6회 중 한 장면.
웨이브
교제 폭력, 아동학대, 가정폭력, 갑질 등 일상 속의 범죄를 녹인 <지옥에서 온 판사>는 그만큼 생생한 범죄 현실을 보여준다. 잘못을 뉘우치치 않는 뻔뻔한 가해자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피해자 그리고 유가족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처절히 그려낸다.
다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가해자는 악마 판사 강빛나(박신혜)에 의해 어떻게든 심판받게 되므로 그들의 최후는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지금까지 모든 가해자가 살해되는 결말을 맞이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가해자의 죽음을 마냥 통쾌하다고만 할 수는 없었다. 극 중 피해자의 태도는 달랐기 때문이다. 시청자는 강빛나(박신혜)의 복수를 '사이다'로 말하고 있지만, 드라마 속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죽음을 기뻐하긴커녕 억울함을 표했다.
그들은 가해자가 법으로 심판받길 원했으며 진심으로 사죄하고 뉘우치길 바랐다. 잔혹하게 복수 당하는 것보다 법이 인정한 범죄자가 되길 바란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극 중에서도 강빛나(박신혜)에게 혼란을 안겨주었다. "죽어 마땅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냐"는 것이 그녀의 입장이었지만, 가벼운 재판 결과에 분통을 터트리는 피해자들을 보며 악마인 그조차도 마음이 흔들린다.
시청자인 나 역시 그러한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심란했다. '똑같이 당해봐라'라고 생각했던 내가 만약 피해자가 된다면, 법과 악마 중 가해자가 누구에게 심판받는 모습을 보고 싶을지 고민되었다.
법이 인정한 범죄자가 되었으면 하는지, 아니면 내가 당한 것처럼 또는 그 이상의 방법으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을지 선택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 같았다.
더군다나 극 중에서 피해자들은 법의 강력한 심판을 원했기 때문에 더욱 어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솜방망이 처벌로 늘 논란이 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른다.
▲SBS <지옥에서 온 판사> 6회 중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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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판사>는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단하면서도 그 이면에 숨은 법의 무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법으로 할 수 없는 심판을 악마가 직접 한다'라는 것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법으로써 범죄자를 충분히 벌주고 다스릴 수 있다면, 아마 악마 판사가 따로 시간을 내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
솜방망이 처벌은 분명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과연 <지옥에서 온 판사>는 앞으로도 악마의 처단을 계속할지 혹은 변화를 맞으며 이전과는 다르게 강력한 법적 처벌을 가하게 될지가 궁금해졌다. 적어도 지금의 이 통쾌함을 잃지는 않기를 바란다. 범죄자는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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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홍입니다. <스물셋 손자와 여든셋 할머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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