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로물루스스틸컷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로물루스>는 매끄러운 공포영화다. 1편이 낯선 외계생명체와 조우한 뒤 복귀한 노스트로모호 승무원들이 우주선 안에 고립된 채 하나하나 죽어가는 과정이었다면, <로물루스>는 보다 큰 우주선 로물루스로 배경을 바꾸었을 뿐 전체적 구성에서 대동소이하다. 1편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격리절차를 거치지 않고 우주선 안에 숙주가 된 동료를 들이는 이가 있고, 그로부터 파멸에 이르는 우주선이 있다. 노스트로모호에게 그들이 발견한 외계 우주선이 그러했듯이, 코벨란호가 도킹한 르네상스 정거장은 제노모프들에게 해를 입고 버려진 상태다.
제노모프의 성장이란 다음과 같다. 알에서 '페이스허거'라 불리는 우주가오리 비슷한 생김의 개체가 태어난다. 페이스허거는 인간을 발견하면 그 얼굴에 달라붙어 인간을 숙주화한다. 강하게 목을 조여 숙주가 된 인간을 죽이지 않고서는 떼어낼 수 없도록 한 뒤 기생하는 본체인 소위 '체스트버스터'를 숙주 안에 심는다. 에이리언 유충이라 보아도 좋을 체스트버스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자라면 인간의 가슴을 깨고 나온다. 그로부터 몇 번의 허물을 벗으면 단 몇 시간 안에 거대한 에이리언 성체로 자란다.
영화는 페이스허거부터 체스트버스터를 거쳐 성체가 된 제노모프를 단계별로 등장시켜 주인공들과 대면토록 한다. 제노모프의 숙주가 되고 성체에게 무참하게 살해당하는 인물들이 탈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영화의 줄기를 이룬다. 1편과 마찬가지로 주인공들은 제노모프와는 전혀 상관없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이들이지만 불운하게 이들과 대면한 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싸움에 휘말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공포와 긴장은 이 영화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도록 한다.
다시 말해 <로물루스>는 그 구성에 있어 1편을 그대로 따온 판박이다. 다른 목적을 향해 내달리던 인간이 감당하지 못할 위험과 마주하는 과정을 고립된 우주공간에서 그려내는 것. 당해낼 수 없는 강적이 주는 공포, 이물감 있는 존재와 맞닿는 두려움, 숨죽인 외계생명체의 기습을 기다리는 긴장까지가 리들리 스콧이 1편에서 구현한 것이다. 이 모두가 <로물루스>에서 구현되니, 이 영화를 시리즈 올드팬을 위한 헌사라 보는 평가가 나름 일리 있다.
새 시대 기술과 복고적 서사의 만남
▲에이리언: 로물루스스틸컷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스
이달 나온 두 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즉 <로물루스>와 <트위스터스>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한 한 쌍이다. 두 영화 모두 수십 년 전 과거의 작품을 이 시대의 기술력으로 되살린 영화란 점이 그렇다. 그저 되살리는 것만이 아니다. 정이삭의 <트위스터스>는 속편도 리메이크도 아닌 유사한 설정의 독자적 작품이지만 구성과 서사, 연출의 유사성으로 인해 리부트라는 평가를 들었다. 영화 자제가 준비단계부터 <트위스터>를 염두에 두고 제작됐으니 그런 평가에도 이유가 있다.
<로물루스> 또한 그와 얼마 다르지 않다. 네 편의 오리지널 시리즈와 두 편의 프리퀄 가운데 명백히 앞의 오리지널 시리즈에 터를 잡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1편과 2편 사이의 이야기란 점에서 시리즈의 일환으로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구성이나 특색 있는 연출을 내보이기보다 프리퀄 이후 사라진 스타일을 완전히 되살리는 데 치중한다.
다시 말해 두 작품 모두 본편의 미덕을 재구성하는 데 집중한 복고적 작품이다. 이로 인해 오리지널 시리즈 팬들에겐 호평을, 새로운 무엇을 기대하는 이들에겐 실망감과 지루함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 할리우드의 현주소일지 모를 일이다. 과거로부터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고전하는 현실, 오랜 시나리오 기근과 새로운 도전의 실패를 겪은 뒤 과거의 이야기를 같은 방식으로 되풀이하는 현재 말이다.
많은 이들이 <로물루스>에 환호하지만 그저 마음껏 손뼉을 칠 수만은 없는 건, '이 영화가 진정으로 새로운가' 하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없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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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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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 벗으며 다가오는 에이리언, 호평과 혹평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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