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ARA 산후안: 잠수함 실종 사건 >의 한 장면.
넷플릭스
승조원 가족들은 마르델플라타 기지에 터를 잡고 조직적으로 행동하며 사태의 진실을 밝힐 것과 산후안을 반드시 찾아낼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 시작한다. 한편 아르헨티나 해군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다. 범죄수사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해군 관계자들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판사는 늦장을 부렸다.
승조원 가족은 산후안 사건에 대한 국회 위원회 설립을 촉구했고 양원 합동 위원회가 만들어진다. 해군 참모총장, 잠수함대 사령관, 장비 및 보급품 당당자가 불려 나와 쟁점들에 대한 세세한 논의가 오갔다. 결국 쟁점은 사고의 결정적인 책임자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잠수함대 사령관 클라우디오 비야미데를 비롯한 고위층은 산후안 함장 페드로 페르난데스를 비롯한 산후안 관계자가 책임이 있다고 봤다.
반면 승조원 가족 측은 산후안 관계자가 아닌 상부에게 책임이 있다고 봤다. 그러며 와중에 의혹이 터져 나왔다. 사고가 있기 몇 년 전 광범위한 중년기 수리 때 제대로 된 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 그리고 사고의 핵심인 배터리에 관한 의혹이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플라스틱 용기에 배터리를 조립해 넣었을 뿐이라는 것.
설왕설래가 수없이 오간 후 양원 합동 조사 위원회는 최종 보고를 한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누군가에게 전적인 책임이 없고, 3번 배터리에서 전기 화재가 발생해 잠수함이 한계 수심보다 깊이 잠수하면서 내파했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어찌해 볼 여지가 없었다.
계속 터져 나오는 의혹들
산후안 사건은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수많은 의혹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그 자체로 아르헨티나의 망조와 다름없는 것 같다. 사고 이후의 대응, 사고와 관련된 의혹, 사고가 사건으로 변화하는 과정, 일단락 났음직한 때에 다시 터져 나오는 의혹까지 까도 까도 계속 까지는 양파처럼 끝이 없다. 박근혜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간접적으로 일조했고 시작점으로까지 평가하는 10년 전 '세월호 참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와중에 또 하나의 가설이 튀어나온다. 내부에서 폭발한 게 아니라 외부의 공격으로 폭발했다는 주장이었다. 기밀 해군 문서가 공개되었고 산후안이 말비나 제도 근처에 있다고 했다. 말비나 제도를 둘러싸고 1982년에 일어났던 아르헨티나와 영국의 포클랜드 전쟁을 떠오르게 한다. 이후 두 나라는 오랫동안 분쟁을 겪고 있는데 산후안 사건이 바로 그 부분을 건드린 것이다. 결국 의혹으로 끝났다.
또 정부의 불법 사찰 의혹도 터졌다. 어느 날 산후안 승조원이 모인 그룹 채팅방에서 승조원이 채팅방에서 전원이 나갔다. 또한 모두의 왓츠앱 프로필 사진도 사라졌고 주고받은 파일도 사라졌다. 유가족들은 통화할 때 이상한 잡음이 들렸고 이메일에 누군가가 수없이 로그인 시도를 했다. 갑자기 핸드폰이 오작동했다. 한 사람뿐이라면 우연이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유사한 일이 유가족들 대다수에게 일어난 것이다. 결국 대통령을 고소했지만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산후안을 기필코 찾아야겠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렇게 민간업체에 의탁해 수색을 진행하려 했으나 정부와 결탁된 비리로 의심되는 일이 일어난다. 결국 계약이 취소되고 다시 입찰을 받는다. 물론 유가족들의 압박이 없었다면 시행되지 않았을 터다. 세계적인 회사와 계약 후 다시 진행된 수색, 유가족 대표가 동행해 감시했지만 60일이 지나도록 찾을 수 없었다.
산후안 실종 1년 되는 날, 다시 시작한 수색을 종료하려던 찰나 기적적인 발견으로 산후안을 찾아낸다. 모두 안도한다. 드디어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 하지만 곧 또 다른 의혹이 터져 나온다. 산후안을 발견한 곳은 이미 수차례 정밀 수색한 곳, 그런데 왜 그동안 찾아내지 못한 것인가? 극단적으론 이미 찾았는데 모른 척했거나 합리적으론 이미 찾았는데 보고를 받고 일축했거나.
사건 하나에 이토록 많은 합리적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 경우가 과연 있었을까 싶다. 그것도 모두 아르헨티나 정부와 관련되었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결국 산후안을 찾았음에도 의혹이 계속되니 이쯤 되면 산후안 실종 사건의 주체는 더 이상 산후안이 아니다. 그야말로 이 사건은 아르헨티나의 망조를 상징했다.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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