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여린 이미지의 박보영에게 일진 역할은 대단히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피끓는 청춘>은 <늑대소년>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했고 충청도에서 초·중·고를 나온 박보영과 2013년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가장 잘 나가는 청춘배우가 된 이종석을 캐스팅해 만든 영화다. 게다가 개봉시기도 겨울방학이 한창인 데다가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1월 22일. 그 시절을 살았던 중년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박보영, 이종석을 좋아하는 젊은 관객들까지 잡을 수 있는 <피 끓는 청춘>의 흥행을 의심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4년 겨울방학과 설 연휴의 흥행 승자는 <피 끓는 청춘>이 아닌 훗날 <오징어 게임>을 만드는 황동혁 감독의 <수상한 그녀>였다. <수상한 그녀>가 2월까지 장기흥행을 하며 866만 관객을 모으는 사이 <피 끓는 청춘>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손익분기점을 살짝 넘긴 167만 관객을 기록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개봉 전 쏟아졌던 기대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임에 분명했다.
사실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위 '복고영화'들은 저마다 확실한 주제와 색깔이 있다. 2003년에 개봉했던 <클래식>과 2012년작 <늑대소년>은 가슴 절절한 멜로를 보여주려 한 영화였고 2004년에 개봉한 <말죽거리 잔혹사>는 액션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 2011년작 <써니>는 코미디를 통한 여학생들의 우정을 보여주려 한 작품이다. 하지만 1980년대 충청도를 배경으로 한 <피끓는 청춘>은 영화가 추구하는 확실한 주제와 색깔을 찾기 힘들었다.
<피끓는 청춘>은 어린 시절부터 인연이 있었던 영숙(박보영 분)과 중길(이종석 분)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 멜로영화이자 1980년대 충청도 고등학교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가벼운 코미디 영화였다. 여기에 자신을 위한 영숙의 희생을 계기로 각성해 지역의 싸움짱 광식(김영광 분)과 싸워 승리하는 중길의 성장 스토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끓는 청춘>은 아쉽게도 여러 이야기들이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한 채 겉돌고 말았다.
작고 귀여운 이미지가 강한 박보영은 비중이 크지 않았던 <울학교 이티>부터 출세작 <과속스캔들> <늑대소년> 등 대부분의 작품에서 주로 여린 소녀를 연기했다. 그런 박보영이 연기한 홍성농고를 접수한 여자 일진 영숙은 관객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충청도 출신으로 고향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출연하는 재미와 보람은 있었겠지만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피끓는 청춘>의 영숙은 박보영에게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주인공 괴롭히는 청춘영화의 전형적인 빌런
▲김영광은 중길과 영숙, 소희를 모두 괴롭히는 <피끓는 청춘>의 빌런 광식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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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이종혁이 연기했던 선도부장 차종훈처럼 청춘물에는 주인공을 괴롭히는 싸움 잘하는 빌런 캐릭터가 필요하다. <피끓는 청춘>에서는 김영광이 연기한 홍성공고 짱 광식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영화 중반까지만 해도 영숙을 좋아하는 순정마초 캐릭터인 줄 알았던 광식은 영숙이 자퇴를 하자 영숙의 오른팔이었던 연화(전수진 분)를 시켜 영숙을 집단린치하게 하고 연화를 새 여자친구로 만드는, 쓰레기 같은 캐릭터였다.
이세영이 연기한 소희는 '정윤희, 유지인, 장미희 뺨 치는 미인 전학생'으로 남학생 반에서 소문이 자자했다(당시 남녀공학은 종종 있어도 남녀합반은 매우 드물었다). 실제로 새침한 성격과 행동으로 중길을 비롯한 남학생들을 설레게 하지만 사실 소희는 서울에서 사고 치고 시골로 전학 온 유명한 일진이었다. 소희는 우연히 영숙에게 담배갑을 들키면서 화장실에서 영숙과 육탄전을 벌이고 정체가 드러난다.
최근 드라마 <형사X재벌>과 <웨딩 임파서블>에 출연한 배우 권해효는 <피끓는 청춘>에서 중길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초반만 해도 그저 중길에게 바람기를 물려준 아버지처럼 나왔지만 사실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아내가 돌아올 거라 믿고 아내의 옷가지를 보관하는 순애보 있는 남자였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에 영숙 어머니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자주 술을 마시는데 이 때문에 동네에서 영숙 어머니와 바람이 났다고 오해 받기도 했다.
2016년 <동주>로 신인상 5관왕, 2021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남우조연상 3관왕을 차지한 젊은 연기파배우 박정민은 아직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전이었던 2014년 <피끓는 청춘>에서 중길의 친구 황규 역을 맡았다. 황규는 영숙이 중길에게 데이트신청을 하자 이를 거절하러 대신 나가 영숙에게 추파를 던지다가 흠씬 두들겨 맞는다. 이때 황규가 코피를 흘리며 영숙에게 "나는 왜 안 되는겨"라고 애처롭게 말하는 장면이 웃음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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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충청도 복고'다... 근데 주제가 영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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