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러버스> 스틸컷
수키픽쳐스
사랑이란 마음처럼 흐르지 않는 것
산드라는 사업가 부부의 맏딸로, 내심 레너드를 마음에 두고 있다. 그들의 만남 또한 부모들의 사업 때문만이 아닌 것이, 그녀가 우연히 레너드의 부모가 운영하는 세탁소 앞을 지나다 가게 안에서 어머니에게 춤을 청하던 레너드를 보고 마음에 품은 끝에 제 부모에게 그와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 부탁하기에 이르렀단 이야기다. 매력적인 여성이 제게 먼저 호감을 품었다는 사실을 듣고 마음이 동하지 않을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레너드 또한 산드라에게 조금씩 마음이 가기 시작한다.
한때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여 결혼까지 약속했었던 그다. 그러나 그와 그녀에겐 유전질환이 있었고, 같은 질환을 가진 둘이 아이를 낳게 되면 아이는 얼마 살지 못하고 죽게 된다는 사실을 들은 여자의 부모가 둘을 갈라놓았다. 이처럼 아픈 과거가 오늘의 레너드를 자유롭게 놓아두지 않는다. 그의 마음을 찢어놓았던 비극은 새로운 시작 또한 주저하게 하지만, 산드라의 적극적 공세 속에서 레너드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그러나 사랑이란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는 것이다. 레너드는 제 집 앞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발견한다. 첫 눈에도 남다른 미모를 지닌 여자의 이름은 미쉘(기네스 펠트로 분), 이제 막 레너드의 집 윗 층에 이사를 온 참이다. 그녀에게 단박에 반한 레너드는 이후 그녀와 만날 기회를 기다린다. 산드라와는 아직 특별히 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참이니 안 될 것도 없는 일이다. 그저 부모의 사업과 저의 연애가 요상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제가 나서서 이렇다 저렇다 하기도 어려운 노릇이고 말이다. 그리하여 레너드는 산드라와 만나며 미쉘을 좋아하는 애매한 상황을 이어가게 된다.
▲<투 러버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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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 사이 흔들리는 마음
영화는 레너드가 미쉘과 산드라 모두와 관계를 진전시키는 난감한 상황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길을 걷다 미쉘과 우연히 만나 그녀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고, 만나보니 더욱 매력적인 그녀에게 전보다 큰 호감을 품게 되며, 심지어는 그녀가 유부남과 연애를 하며 괴로워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고 곁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미쉘이 레너드에게 바라는 건 어디까지나 마음의 지지가 되어 주는 친구관계일 뿐이지 남자는 아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사내는 레너드보다 훨씬 잘 나가는 유부남으로, 레너드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상대다.
그 사이 레너드와 산드라 또한 특별한 관계로 접어든다. 티 나게 둘 사이를 밀어주는 부모를 실망시킬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미쉘과 진전되지 않는 상황에 실망한 마음을 산드라에게 돌리다 보니 어느새 둘은 양가가 공인한 커플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확실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사내도 있기야 있겠으나 불행히도 삶을 살다보면 레너드와 같은 이를 자주 보게 되는 것도 흔한 일이라 영화 또한 무리 없이 그의 양다리를 흥미롭게 그려낸다.
두 여자 사이를 오간다고 레너드도 마냥 행복하진 않다. 그의 마음을 빼앗은 건 어디까지나 미쉘인데, 그녀는 레너드가 넘볼 수 없는 상대의 행동에 일희일비하며 즐거워하고 절망하는 것이다. 그 곁에서 레너드가 할 수 있는 건 갈망을 숨긴 헛된 위로뿐이다. 산드라는 참한 여성이지만 레너드의 눈엔 전혀 차지 않는다. 미쉘 만한 미녀도 아닐뿐더러, 저를 자극하는 매력도 갖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야멸찰 수 없는 레너드는 두 여자 사이에서 솔직할 수 없는 제 모습에 불안을 느낄 밖에 없다.
▲<투 러버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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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해빠진 연애담을 넘어 선택과 책임을 말하다
인간으로서, 또 애인으로서의 도리를 말하는 건 어디까지나 이 같은 사랑을 겪지 못한 이의 이야기일 밖에 없다. 영화는 레너드와 산드라의 아버지의 대화 가운데 '너는 개자식이냐 Are you a fuck up?'이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넣지만, 레너드가 스스로 그를 자인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떠한 마음을 먹어도 미쉘을 보는 순간 모조리 무너지고 마니 말이다.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엇갈림 속에 레너드는 들끓었다 차갑게 식고, 얼어붙었다가 와장창 깨어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백야>가 그러하듯 여자는 제가 사랑하는 남자에게 집중하고 저를 사랑하는 남자를 좀처럼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가 제게 관심을 거두기를 원치 않으니 레너드와 같은 이는 또 다른 나쁜 놈이 되어가는 것이다.
얼핏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의 흔해빠진 연애담처럼 보인다. 영화로 만들기엔 아름답지 않고 구질구질하며 비겁해보이기만 하는 이야기, 그러나 현실 가운데 얼마든지 있고 있을 밖에 없는 이야기가 <투 러버스>의 관심이기도 하다. 사랑은 인간을 언제나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오로지 그가 감당할 수 있을 때, 감당할 수 있는 모습으로 찾아오는 사랑만이 인간을 더 낫게 하는 것이다. <백야> 속 주인공의 상실과 <투 러버스> 속 레너드의 비겁 사이에서 나는 그들보단 낫다 할 수 있는 관객이 얼마나 될지가 나는 몹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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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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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사랑과 안정된 관계를 오가는 로맨스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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