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2일 방영된 KBS2 <더 시즌즈-악뮤의 오날오밤> 마지막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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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의 글을 읽으면서 아이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유는 2019년 골든디스크 시상식에서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을 수상한 후 고 샤이니 종현을 언급한다. 아이유는 "왜 그분이 그렇게 힘들고 괴로웠는지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알 것 같고 또 저도 전혀 모르는 감정은 아닌 것 같아서 아직까지도 슬프고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기쁠 때 기쁘고 슬플 때 울고 배고프면 힘없고 아프면 능률 떨어지고 그런 자연스러운 일들이 자연스럽게 내색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특히 저희 아티스트 분들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니만큼 프로 의식도 좋고 다 좋지만 사람으로서 먼저 스스로 돌보고 다독이고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병들고 아파하시는 일이 없었으면, 진심으로 없었으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종현과 수현의 목소리에 빚을 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수현이 '이제 다 극복했어, 다 괜찮아졌어'가 아니라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줘서 좋았다. 아이유의 말처럼 아티스트들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들에게 늘 신나고 밝은 모습, 완벽한 모습만 보여줘야 할 의무는 없다. 언제나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연예인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대중들은 종종 잊는다.
3년 동안 흐르지 않던 시간을 보냈다는 수현은 다시 세상 밖으로 나왔다. 악뮤는 심야 음악 프로그램인 KBS2 <더 시즌즈-악뮤의 오날오밤> MC를 맡고, 4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열고 전국 투어를 하고 있다.
걱정과 조언이라는 명목으로 수현에게 선을 넘은 무례한 말을 쏟아내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주인을 알 수 없는 무책임한 말들이 난무한다. 수현은 그런 말에 잠식되는 대신 자신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응원을 보내주는 이들에게서 힘을 얻는다. 수현은 인스타에 "얼굴도 제대로 본 적 없는 저를 딸처럼, 조카처럼, 언니처럼 그리고 동생처럼 아껴주신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싶을 정도로 과분한 격려와 위로를 받았고,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썼다.
지난 12월 22일 방영된 <더 시즌즈-악뮤의 오날오밤> 마지막 방송에서 수현은 고 유재하의 '가리워진 길'을 부르면서 오열했다. 수현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 위에서 울어본다고 했다.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데'라는 가사를 부르다 수현은 노래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자 관객들은 박수를 보냈고 무대 아래에 있던 찬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수현 대신 노래를 불렀다.
'그대여, 힘이 되주오. 나에게 주어진 길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가리워진 나의 길.'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불안정한 음색, 떨리는 목소리로 수현은 끝까지 노래를 이어갔다. 영상을 보면서 그 어떤 악뮤의 노래보다 커다란 위로를 받았다.
누구에게나 이리로 가야 할지 저리로 가야 할지 아득한 시간이 찾아온다. 옴짝달싹할 수 없을 것 같고 내가 나 자신에게 가장 가혹해지는 순간이. 행복과 불행, 불안과 평온은 비포장 도로처럼 수시로 교차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수현이 자신의 주제곡이라고 말한 '후라이의 꿈' 가사처럼 때로는 흘러가고, 눌러붙고, 굴러가면서. 수현에게 말해주고 싶다.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한 발, 한 발 용기 있게 통과해 줘서 정말 고맙다고. 지금 수현이 걷는 길이 누군가의 길을 밝혀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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