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말이야 바른 말이지> 스틸컷
부천노동영화제
사회의 문제를, 나의 노동을 돌아보는
영화는 송현주 감독의 <손에 손잡고>와 한인미 감독의 <새로운 마음>으로 이어진다. 이중 한인미 감독의 마지막 작품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개별적 옴니버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만큼 긴장감이며 영화적 효과가 개중 눈에 띄는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정 대리를 연기한 이태경 배우의 섬세한 연기는 영화 전체 가운데서 각별히 인상적이다.
이야기는 야근 중 김 팀장과 정 대리가 야식을 먹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김 팀장이 집에서 싸왔다는 야식은 전날 집에서 먹다 남긴 것이 분명해 보이는 눅눅한 탕수육이다. 다른 직원들은 배가 고프지 않다며 오지 않은 가운데, 오로지 정 대리가 그와 자리를 함께 한다. 정 대리는 그간 받아들여지지 않은 업무 관련 이야기를 어렵게 꺼내고 김 팀장은 사적인 질문을 퍼부으며 요구를 묵살한다. 권력관계를 이용해 선을 넘는 남성 상급자의 태도는 이내 직장 내 성폭력 문제로 이어지며 현실 세계 가운데 존재하는 부조리를 일깨운다.
기존 다른 영화가 지루하며 단선적인 전개, 모호하거나 뻔한 문제의식으로 아쉬움을 남긴 데 반하여 <새로운 마음> 만큼은 극중 효과적인 장치로 관객의 정신을 확 잡아끈다. 배우들의 살아 있는 연기가 잘 쓰인 대사와 어우러져 얼마간 긴장을 일으킨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와 설정 또한 잘 살려낸 단편으로 노동과 남녀갈등, 권력형 범죄의 문제를 여러모로 짚어낸다고 하겠다.
전반적으로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문제를 각각의 감독이 두루 살펴 각 10여 분의 짤막한 영상으로 포착하려한 작품이다. 일부는 성공하고, 또 일부는 실패한 시도들이 거듭되는 가운데 적어도 관객은 제 삶과 주변의 문제를 돌아볼 기회를 얻을 수 있겠다. 독립영화의 미덕 중 하나는 실패가 쉽게 복구된다는 점이다. 실패는 성공의 자양분이 된다는 격언처럼 영화 속 아쉬움은 내일의 나아짐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겠다. 관객이 그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이유다.
제10회 부천노동영화제의 선택으로, 영화 가운데 자리한 노동에 주목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테다. 노동이란 말 한 마디로 정리되지 않는 다양한 면모를 가진 것으로, 누군가는 권력을, 고용의 지속을, 정부의 지원을, 감정의 소모를, 삶의 영위를 발견할 수 있는 일이다. 그로부터 나의 노동을 돌아볼 수 있다면 이 영화에 의미가 아예 없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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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