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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격 플레이' 여자농구 북한전 끝난 뒤, 감독의 한 마디

[현장] 정선민 감독 "북한 박진아, 우리 선수였으면 중국도 이겼을 것 같은데"

23.09.30 10:32최종업데이트23.09.3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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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29일?항저우 스포츠 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과 북한의 여자 농구 경기에서 북한의 박진아(가운데)가 한국 선수들의 디펜스를 따돌리고 있다.
▲29일?항저우 스포츠 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과 북한의 여자 농구 경기에서 북한의 박진아(가운데)가 한국 선수들의 디펜스를 따돌리고 있다.박장식
 
운명과도 같은 '남북전'이 펼쳐졌다. 한일전만 빼면 늘 한국 반대편을 응원하던 중국 관중들이 마지막 쿼터로 접어들수록 조용해졌고, 남한 응원단과 북한 응원단의 소리가 도리어 더욱 클 정도로 전운이 감돈 농구 코트였다.

한국 시간으로 29일 오후 6시 30분부터 항저우 스포츠 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C조 조별리그. 5년 전 단일팀으로 함께 나섰던 대한민국과 북한이 이제는 상대편이 되었고, 조별 리그에서는 운명처럼 같은 조에 속했다. 날짜도 추석 당일, 남한과 북한은 숙명의 남북전을 펼쳤다. 

북한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5년 전 함께 단일팀에서 뛰었던 박지수와 박지현이 북한에 비수를 꽂았다. 박지수는 18점, 박지현은 12점을 책임지며 81대 62로 승리, 한국의 8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초반 고전, '몸싸움' 딛고 20점 차 승리

남북전은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남한의 전력이 절대적으로 강하다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국제경기에 나서지 않은 북한의 전력분석도 어려운 데다, 남한 선수들에게 격렬하게 달려드는 북한 선수들로 인해 쉽지만은 않은 경기가 이어졌다. 특히 북한에는 키 2m가 넘는 장신 선수 박진아가 다른 팀의 공포를 샀을 정도.

경기 내내 북한 응원단의 맹렬한 응원도 이어졌다. 취재석 반대편 VIP석에서, 그리고 VIP석 바로 윗층 관중석에서 응원단이 '이겨라! 조선 이겨라!'를 연호하며 응원전에 나섰다. '대형 인공기'도 함께였다. 골대 뒤 관중석에 자리잡은 한국 응원단도 '대한민국 화이팅'을 연신 외치며 긴장을 더했다.

그래서였을까, 1쿼터는 '고전'이었다. 북한의 공격, 특히 거구의 박진아와의 골 밑 싸움에서 한국이 자꾸만 나가떨어졌다. 한국은 고전 끝에 11대 13으로 1쿼터 북한에 주도권을 내줬다. 특히 박진아는 1쿼터에만 일곱 번의 리바운드를 성공, 한국의 공격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 대한민국은 2쿼터 '각성'했다. 한국은 두 번째 쿼터 22점을 몰아넣으며 33대 25로 점수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후반전이 시작된 3쿼터에는 한국이 스물 아홉 점을 득점하는 데 상공하며 62대 42로 점수 차이를 더욱 벌렸다.

북한의 격렬한 플레이는 막판 심해졌다. 골 밑 싸움을 하던 북한 선수가 한국 선수를 그야말로 밀어제껴 넘어져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나오는가 하면, 선수를 뒤로 밀치고 박지수의 눈두덩이를 가격하는 등 그야말로 '레슬링 농구'를 벌였다.

그럼에도 한국은 4쿼터에도 분전하며 최종 스코어 81대 62로 승리했다. 한국은 이날 남북전의 승리로 8강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박진아, 우리나라 없는 게 너무 아쉽네요" 
 
 맹렬한 응원을 퍼부었던 북한 측 응원단.
▲맹렬한 응원을 퍼부었던 북한 측 응원단.박장식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 나선 정선민 대표팀 감독은 "9년 만에 북한 선수들을 만나게 된 데다, 한국은 지금 추석이라는 명절 당일이다 보니 부담감도 컸고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다"며, "1쿼터 시작과 동시에 분위기가 좋지 않고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2쿼터부터는 선수들의 응집력과 집중력이 살아나면서 멋진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정선민 감독은 "선수들과 경기 전 미팅할 때도 북한 선수들이 과격하게 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북한의 예전 경기를 지켜봐도 터프하게 경기를 해서, 충분히 그런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주의를 주었다"며 북한의 맹렬한 몸싸움에 대한 대비를 전했다.

정 감독은 "남북의 경기니, 분명히 피치 못할 몸싸움이나 이런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런 부분에 연연하지 않고 해쳐나가길 바랐고,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게 같이 부딪히라고 했다"면서, "상대도 강하면 우리도 강하다는 것을 알려주라고, 몸싸움은 농구에서 필수적이니 피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지현 선수는 "북한 선수들에 대한 전력이 부족하다보니까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알게 된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아는 것이라곤 이전 시합이나 기록지였는데, 박진아가 워낙 키가 크다보니까 (박)지수 언니가 박진아 선수와 대등하게 잘 싸워줘서 승리했다"며 '남북전' 소감을 전했다.  

5년 전과 달리 적으로 만난 남측과 북측 선수였다. 박지현은 "같은 팀이었다가 적으로 만났으니, 전력이나 이런 부분이 부족했다"며, "추석에 온 국민들이 기대와 응원을 보내주신만큼, 보답해야 했기 때문에 잘 풀어내려고 애썼고, 목표를 한 만큼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수 선수는 "한가위라는 큰 명절에 남북전을 치렀고, 한국이 그 응원을 보내준다는 것을 알고 있어 너무 긴장했다"며, "1쿼터 때 공격을 제대로 못했고, 4쿼터까지 제 페이스대로 공격을 못한것 같아서 아쉽다. 단비 언니가 선수들을 잘 잡아줬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고 잘 이겨냈다"며 아쉽다는 감정을 드러냈다.

박지수 선수는 북측 선수들을 5년 만에 만난다고 해서 마냥 반가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하며 "따로 인사는 못했다. 남북이 최선이 경기력으로 좋은 경기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상대 선수들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면서, "사실 너무 반가웠지만 여기선 '상대'이기에 농구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몸싸움'에 대해서도 "우리가 늘 하듯 들어갔으면 밀렸을 텐데, 우리도 생각하고 들어간 것이 있다보니 같이 싸웠다"면서, "사실 한국 리그도 몸싸움이 강해서, 우리 선수들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돌아가는 정선민 감독이 꺼낸 마지막 말, "박진아가우리나라에 없는 것이 너무 아쉽다. 만리장성도 넘을 수 있을 것 같은데"였다. 긴장되었던 남북전 분위기를 푸는 마지막 말이 현장을 웃음 가득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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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전 항저우 아시안게임 박지수 여자 농구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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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