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짝지근해: 7510> 스틸컷
㈜마인드마크
그런데 <달짝지근해>는 도전의 목적지를 잘못 정한 듯하다. 코미디뿐만 아니라 로맨스 파트에서도 비슷한 연출 스타일을 유지한 선택이 역효과를 낸다. 이는 <드림>과 유사한 문제다. 초중반부에 코미디를 잘 쌓아 올리다가 후반부에 급작스러운 감동 코드로 분위기를 깨버린다. 그 결과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려는 시도는 무위에 그친다.
로맨스 파트는 정석대로 흘러간다.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고, 썸으로 발전하고, 연애를 시작하지만 외부 사정이 겹쳐서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진심이 전해지면서 재결합에 성공하고, 행복한 연애를 이어간다. <달짝지근해>의 문제는 진심을 확인하는 클라이맥스에 있다. 과자 전문가로 100분 토론에 나간 치호. 사회자는 그에게 주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그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대신 생방송에서 일영에게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물론 영화는 그다음 장면에서 여러 변주를 준다. 옛날 방식을 어떻게든 센스 있게 포장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다. 급하게 생방송을 끊은 PD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일영은 공개 고백을 한 발짝 늦게 접하고, 일영과 치호가 서로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도 클리셰를 살짝 비틀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는 못한다. 공개 고백이 극 중 몇 안 되는 진중한 장면이다 보니 사족처럼 느껴지기 때문.
완급조절에 실패하다
이에 더해 공개 고백 장면은 은은하게 녹아 있던 따뜻한 메시지를 갑자기 수면 위로 끄집어내기도 한다. 이한 감독은 <달짝지근해>를 통해 "사람은 알고 보면 누구나 다 비슷하고, 또 동시에 모두가 각자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달짝지근해>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 간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한 치호는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계선 지능인처럼 묘사된다. 일영은 미혼모라서 어려움을 겪는다. 직장 상사가 집적 거리기도 하고, 혼자서 딸을 키우느라 힘겨워한다. 이때 영화는 치호를 모자란 사람이 아니라 순수한 사람으로, 일영을 쉽거나 문란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여성이자 엄마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로맨스를 통해서.
이러한 의도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문제다. 일영이 술자리나 다른 장소에서 모욕당하고, 치호가 주변인에게 살짝 무시당하는 장면에서나 언뜻 느껴질 정도다. 그러니 치호가 카메라에 대고 사람 한 명 한 명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일갈하고 일영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은 급작스럽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코미디에만 열중하다가 뒤늦게 로맨스 파트를 챙기려는 형국이다. 후반 추가 시간, 장신 공격수를 넣고 롱볼만 노리는 축구경기처럼. 이는 영화가 '착하다'는 인상을 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세련되지는 않은 이유다.
과연 이게 최선일까
사실 <달짝지근해>의 성적은 준수하다. 아직 손익분기점(165만 명)을 넘을 거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일일 박스오피스 3위는 놓치지 않고 있다.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룬 <오펜하이머>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틈새를 노린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달짝지근해>의 흥행은 한국 영화계의 현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손익 분기점은커녕 관객수 100만 명도 넘기기 어렵다 보니 익숙한 맛에 새로운 양념을 살짝 더해서 생존을 도모하는 전략이 트렌드로 떠올랐다. 특히 이번 여름 영화 시장을 기점으로 레트로, 올드함이 한국 영화계의 돌파구가 됐다. 당장 <밀수>가 70년대 레트로 감성을 내세워 여름 시장 승자가 됐듯이.
다만 이 트렌드가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관객의 니즈 변화는 사실 코로나 이전부터 감지됐기 때문. 2019년에 흥행한 작품만 봐도 전통적이 흥행 공식을 따른 작품은 많지 않다. 외려 뭔가 하나 독특한 면이 있는 작품들이 흥행에 성공했다. <알라딘>, <기생충>, <엑시트>, <극한직업>처럼. 올해 <범죄도시 3>나 <엘리멘탈>도 마찬가지다. 중독적인 음악, 파격적인 스토리, 경쾌한 액션, 우직한 코미디처럼 뭐라도 특이점이 있는 영화에 관객은 반응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달짝지근해>의 접근법은 우려스럽다. 전략이 지나치게 근시안적이지 않나 싶다. 무난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아직 변할 생각이 없다는 신호로 읽힐 여지가 다분하다. 즉, 익숙함을 유지하되 약간의 변주만 주겠다는 의도가 더 큰 문제일지도 모른다. 올드함이나 이름값에 비해 부족한 완성도보다. 설령 손익분기점을 넘긴다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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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 및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영화와 드라마를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