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인공지능은 인류에게 작동하고 있는 가장 심오한 것 중 하나다. 불이나 전기보다 더." 구글 최고 경영자 순다트 피차이의 평가다. 현 시대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핫한 이슈이자, 한편으로는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라는 공포를 불러오기도 하는 '양날의 검' 같은 존재가 바로 인공지능(A.I)이다.
7월 11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양날의 검, 인류가 만든 인공지능의 역습'편을 통하여 인공지능의 발전과정과 고민들을 조명했다. 국내 인공지능 융합연구를 이끌고 있는 김장현 성균관대 글로벌융합학부 교수가 이날의 강연자로 나섰다.
인공지능의 정의는, 인지-학습 등 인간 지능의 일부 혹은 전체를 컴퓨터로 구현한 지능이다. 현재 인공지능은 자동차, 의료, IT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인간의 삶을 더욱 번영시켜줄 획기적인 신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곧 인터넷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인간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방대한 빅데이터 속에서 가장 가치있는 대답을 유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반드시 거쳐가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인터넷이 탄생한 계기가 된 것은 냉전이었다. 미국은 1967년 소련과의 핵전쟁을 대비하여 국방부 산하 고등연구계획국(ARPA)를 설립하고, 중요한 국가 정보 네트워크를 분산-연결해야 할 새로운 통신망 연구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1969년 스탠포드와 UCLA 대학에서 약 600Km의 거리를 두고 보낸 인류 최초의 인터넷 메시지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친숙한 알파벳 5글자 Log in(로그인)이었다.
이때 군용으로 제작되어 탄생한 '아르파넷'이 점차 발전을 거듭하며 국제 컴퓨터 네크워크망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 바로 오늘날 인터넷의 기원이다. 이후 아르파넷은 보안 문제로 인하여 군사용인 밀넷과 민간용으로 분리되었다. 민간용 아르파넷은 여러 통신망을 하나로 연결한다는 인터(Inter)와 네트워크(Network)을 결합하여 오늘날 친숙한 인터넷(Internet)이라는 개념의 출발점이 됐다.
인터넷은 개인용 컴퓨터(PC)의 광범위한 보급, 웹(WEB)의 등장으로 클릭 한 번으로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는 월드와이드웹(WWW)-웹 브라우저의 발전, 포털(Portal sit) 플랫폼을 통하여 인터넷에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는 문화 등이 정립되면서 급격하게 발전한다. 1987년 약 3만 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사용자 숫자는 포털사이트 '야후(Yahoo)'가 등장한 1995년에 1600만 명, 1998년에 7000만 명, 2000년에 이르면 3억 4000만 명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 온라인 문화가 크게 발전하여 '라이코스', '싸이월드' 등 다양한 특색을 지닌 추억의 인터넷 사이트들이 등장했다.
또한 2007년에는 모바일 혁명을 일으킨 아이폰의 영향으로 세계 인터넷상의 정보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그동안의 인터넷 문화가 그저 원하는 정보를 찾아서 읽는 수준에 그쳤다면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은, 이제 사람들이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공유하는 '쌍방향 소통'으로 발전하게 된 것을 의미했다.
인터넷은 성장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진, 문서, 영상 등 방대한 양의 정보와 데이터를 축적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2025년까지 인터넷에 누적된 데이터의 규모는 181조GB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터넷을 바탕으로 발전한 인공지능
▲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이러한 인터넷과 데이터를 연료로 삼은 새로운 혁신기술의 등장이 바로 지금의 인공지능이다. 인간들은 오래전부터 인간같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기계를 꿈꿔왔다. 1956년 미국의 과학자는 '다트머스 회의'를 개최하고 '무엇을 인공지능으로 부를 것인가.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가'를 놓고 토론을 벌이다가 '생각하는 기계'의 이름을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고 명명한 것이 그 기원이다.
1958년 프랭크 로젠블랫 코넬대 심리학과 교수는 기계인 컴퓨터도 인간처럼 학습을 할 수 있다는 '퍼셉트론 이론'을 제안했다.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연결되어 있는 인간의 뇌 구조에서 힌트를 얻어 컴퓨터도 인공 뉴런으로 계속 연결시키면 지능을 가질 수 있다는 이론이다.
1997년 인간과 인공지능간 세기의 '체스 대결'을 통하여 인공지능 연구는 본격적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기에 이른다. 많은 이들은 당시 13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던 체스 황제' 개리 카스파로프와의 낙승을 예상했으나, 막상 결과는 2승 3무 1패로 팽팽한 박빙이었다. 급기야 마지막 6번째 대결에서는 사상 최초로 카스파로프가 인공지능에게 패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카스파로프를 이긴 것은 IBM사가 만든 인공지능 '딥블루'로 체스에 특화되어 1초에 2억 개의 수를 연산하는 최첨단 컴퓨터였다. 이들의 대결은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인기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한 장면으로 등장한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인간과의 대결에서 밀렸던 인공지능의 놀라운 성장 비결은 바로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으로 불리우는 기계 학습이었다. 딥블루는 인간이 입력한 방대한 데이터를 통하여 상대의 패턴을 찾아내서 예측하고 학습할 수 있었다.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 출연한 인공지능 '왓슨' 역시 역대 최고 우승자들인 인간과의 대결에 승리하여 인공지능의 지적 우수함을 또 한번 증명했다. 당시 왓슨은 당시 4테라에 해당되는 2억 페이지 분량의 데이터를 학습했으며 이는 1초에 책 100만 권 분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어머아마한 양에 해당된다.
인공지능은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맞이하여 또 한 번의 진화를 거듭한다. 1980년대부터 제프리 힌튼(전 구글 부사장) 등에 의하여 연구된 딥 러닝은 인공신경망을 통하여 데이터를 컴퓨터 스스로 조합하고 분석 및 학습하는 기능이다. 기존의 머신 러닝에서 인간이 직접 입력한 내용을 그대로 학습하는 '주입식 교육'에 해당한다면, 딥러닝을 알아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파악하는 '자기주도형 학습'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딥 러닝 기술의 진화를 보여준 것이 바로 구글 딥마인드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였다. 2016년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은 전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결과는 놀랍게도 4승 1패로 알파고의 대승으로 끝났다.
체스가 한 점당 경우의 수가 20개에 불과하다면, 바둑은 약 200여 개에 이르며 바둑판 전체 경우의 수는 우주 원자의 개수보다 많다고 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스포츠다. 인공지능 기술에서 바둑을 정복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도전 과제였던 것. 인간이 바둑으로 프로기사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약 10년이 소요되는 반면, 알파고가 바둑을 마스터하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했다고.
이세돌 기사는 3연패 끝에 제 4국에서 어렵게 첫 승을 거두자 사람들이 열렬하게 기뻐하며 환호한 장면에 대하여 "이유는 명확하다. 인공지능에 대한 무력감? 두려움? 우리 인간이 이렇게 나약한 존재였나라는 안타까움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만큼 알파고의 완승은 한편으로 인간에게 자신들의 영역을 점점 정복해가는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알파고는 2017년 커제 9구단과의 대국을 끝으로 바둑을 은퇴했지만, 이전에는 프로바둑기사들의 기보를 공부하던 바둑기사들이 이제는 알파고의 기보를 공부한다고 할 만큼 그 영향은 이후에도 엄청났다.
챗GPT 기술에 가려진 문제점들
▲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오늘날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과 일상속에 깊숙이 들어와있다. 의료, 자동차, 법정, 금융에서 예술과 창작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활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이제 인공지능은 방대하게 학습된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스스로 광고를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인간의 목소리를 학습하며 가수 브루노 마스가 K팝 걸그룹 뉴진스의 '하입 보이'를 진짜로 커버한 것 같은 노래를 만들어낼 수도 있고, 세상을 떠난 가수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원하여 새로운 무대를 탄생시키는 것도 가능한 경지에 와 있다.
한편으로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전은 미래에 전문가들의 역할과 존재 가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가수, 교수, 아나운서, 해커 등 수많은 전문가들이 해내던 많은 일들은, 이제 인공지능이 그대로 대체하고 오히려 더 능숙하게 해낼 수도 있으며 사람처럼 지치지도 않는다. 인공지능은 언제든 범죄에 악용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인간이 통제불능한 상황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자아낸다.
'딥페이크(Deepfake,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짜 이미지 및 영상 합성기술)'는 최근 인공지능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자주 거론된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제작된 딥페이크 영상과 사진들이 재미 수준을 넘어 '가짜뉴스'로 유포되면서 범죄에 악용되거나 사회적 혼란까지 초래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딥페이크를 이용하여 음란물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합성하는 범죄가 최근 2년 사이에 302건이나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인공지능과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누구나 손쉽게 딥페이크 기술을 접하는 게 가능해지면서 범죄율이 날로 치솟고 있다.
또한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Chat Bot)'은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마냥 맹신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인공지능의 추천으로, 콘센트 사이에 동전을 넣고 스파크를 유도하는 '페니 챌린지'가 10대들의 놀이로 유행한 사건이나, 인공지능과 대화하던 사람이 가스라이팅을 당하여 자살한 사건 등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알고리즘에 따라 통계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단어를 답변에 활용하는 챗봇이 안전성이나 윤리성을 고려하지 않는 데다 오히려 인간을 조종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장면들이다.
심지어 여기서 더욱 진화한 '챗GPT'는 그 파급력이 핵무기에 버금갈 정도로 위험한 인공지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챗GPT는 인간을 능가할 정도로 정돈된 문장과 자연스로운 대화 능력, 빠르고 정확한 정보제공 등으로 현대 인공지능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특히 2023년 3월에 선보인 GPT-4 버전에 이르면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심지어 기존의 학습된 정보만이 아닌 검색을 통하여 외부와 최신정보까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GPT는 미국 변호사 시험-수학능력시험(SAT) 등을 모두 상위 10% 내외의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고, 한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사전 정답 학습없이 2/3가량을 맞춘 것으로 드러나 놀라움을 줬다.
이러한 챗GPT는 인간과의 지속적인 소통으로 더 정교한 대화와 작업도 가능하다. 챗GPT를 활용하면 논문이나 대중문화 창작, 게임 개발과 코딩같이 인간이 오랜 시간을 소요해야 하는 작업들을 단시간에 완수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챗GPT의 기술에 가려진 문제점들도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가 '이야기를 생산하는 능력'이다. 이를 통하여 실존하지 않은 것도 약간의 연관성만 가지면 조합하여 가짜를 진짜처럼 꾸며서 거짓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인간이 더 많은 정보를 알거나 팩트체크의 과정이 없다면 언제든 챗GPT가 제공하는 가짜 정보의 환각에 빠져 허우적댈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챗GPT 관련 저작권 소송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빅데이터와 창작물에서 기존 미디어나 원작자들이 만들어낸 데이터를 무단으로 도용하여 저작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이 저작권법 적용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각 분야에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챗GPT는 각종 지능화된 사이버 범죄에 악용될 위험성도 경고 받고 있다. 실제로 챗GPT가 만들어준 악성코드로 노트북 카메라가 해킹되고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챗GPT가 알고리즘로 인하여 위험하거나 부적절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도록 설정을 보완했지만, 그럼에도 우회적인 질문에는 여전히 답을 하는 것으로 드러나 보완책이 시급하다.
범죄 외에 고성능 인공지능이 인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역시 일자리 위협이다. 다국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전 세계 정규직 3억 명의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컴퓨터 분야같은 기술직은 물론, 재무분석가, 회계사, 마케팅과 소셜미디어 콘텐츠, 법조계에 이르기까지 등 챗GPT가 화이트칼라로 불리우는 고임금 지식노동자들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 인하여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AI법을 통하여 인공지능의 활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지난 3월 29일에는 인공지능 관련 전문가들이 챗GPT를 넘어서는 고강도 인공지능의 개발을 6개월 동안 중지하자는 공개서한을 발표하며 수많은 첨단기술 경영자 및 연구자들이 동참하기도 했다.
누구보다 인공지능을 잘 아는 전문가들의 경고는 심상치 않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는 "가장 두려운 것은 AI 산업과 기술이 전 세계에 엄청난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프리 힌튼 전 구글 부사장은 "아마도 곧 인공지능이 우리의 두뇌를 능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및 오픈AI의 공동 설립자는 "끔찍할 수도, 좋을 수도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우리는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AI의 발전에 밀리지 않기 위하여 인간의 지능을 증강시키려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여 인공지능은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이 되었다. 인간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하여 시작된 인공지능이 오히려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아이러니한 모순 속에. 우리도 철저한 이해와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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