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인품이 있듯 말에도 언품(言品)이 있다.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매한가지다. 말은 마음을 담아낸다.'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오재원의 '입'이 연일 논란이다. 현재 야구중계 방송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재원은 하루가 멀다하고 설화(舌禍)를 일으키며 야구계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빈볼 의혹제기에서 후배와의 설전, 편파 중계까지, 문제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이슈는 전무한 반면, 연일 자극적이고 소모적인 논란만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작은 6월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였다. 7회 SSG가 13-7로 앞선 1사 1,3루에서 삼성 투수 양창섭의 공이 SSG 타자 최정에게 맞았다. 이 경기를 중계하던 오재원은 "이거는 대놓고 때린 것이다. 옷에 스친 게 다행이다"라며 양창섭의 공이 '고의적인 빈볼'이라고 단정하는 발언을 했다.
양창섭은 최정을 맞춘뒤 모자를 벗어 사과했다. 야구에서 고의적인 빈볼이라면 투수가 사과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정도 양창섭을 한 차례 쳐다보기는 했지만 그이상 대응하지않고 1루로 걸어나갔다. 하지만 오재원은 "이런 상황을 정말 싫어한다. 사과할 필요도 없다"라며 자신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거듭했다. 삼성 벤치가 양창섭에게 원하지 않는 빈볼을 강요했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추측도 덧붙였다. 오재원의 발언이 중계된 이후 야구팬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경기 종료 후 양창섭은 개인 SNS를 통해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게시했다. 해당 표현은 '탈무드'에 나오는 어록으로, 낚시에 빗대어 인간의 경솔한 입이 화를 부른다는 의미의 격언이다.
그러자 오재원도 얼마 뒤 SNS에 탈무드를 인용한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자신은 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니 잘못한 것이 전혀 없고 오히려 스스로를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높이는 반면, 먼저 탈무드를 인용한 양창섭을 들은 것이나 이야기하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비꼬는 의미까지 동시에 담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오재원이 발언이 알려진 직후, 다음날 삼성 박진만 감독과 상대팀인 SSG 김원형 감독 모두 양창섭의 투구가 의도된 빈볼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여론이 오재원에게 불리해졌다.
그럼에도 오재원은 사과하지 않았다. 하루 뒤에는 편파 해설 의혹으로 논란을 빚었다. 전날에 이어 다시 SSG와 삼성의 경기를 중계하던 오재원은 오프닝에서 선수들을 소개하다가 "오늘은 꼭 승리해서 (SSG 입장에서) 스윕을 부탁드리겠다"는 논란의 발언을 했다.
이번에는 단지 방송 화면에 나온 자막을 읽은 것 뿐이라는 반론도 있지만, 오재원이 그 해당 자막만 굳이 그대로 읽어야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고의적이라는 의심이 제기됐다. 양창섭과 삼성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방송 해설위원으로서의 중립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오재원을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해를 끝으로 프로 선수 은퇴 이후 방송 해설자로 나선 오재원은 경솔한 언행으로 이미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다.
유튜브 방송 내 한 인터뷰에서 야구계 대선배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에 대한 노골적인 악감정을 드러낸 저격 발언을 하는가 하는가 하면, 방송 해설 중에는 프로팀들의 보안-기밀사항인 경기 중 사인을 분석해 공개해 버리기도 했다.
오재원의 가장 큰 문제는 해설자이자 공인으로서 필수적인 중립성과 객관성을 망각하는 데 있다. 해설이란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 듣는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그 해설의 정확함을 판단하는 것은, 해설자의 일방적인 주관이 아닌 구체적인 근거와 설득력 있는 논리다.
사실 오재원은 이미 선수 시절에도 트러블메이커로 불리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에는 강한 승부욕 등으로 미화된 측면도 있었지만, 해설을 하면서 오히려 선수 시절의 논란까지 재조명되며 역풍을 맞고 있다. 지금 오재원에게 필요한 건 스스로를 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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