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에밀리: 범죄의 유혹>의 한 장면.
넷플릭스
<에밀리: 범죄의 유혹>은 극장에서 개봉하지 못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상태로 OTT에서 볼 수 있기에 수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 외관이지만, 정작 들여다보면 주인공 에밀리의 행각이 심장 쫄깃하게 하는 한편 안타깝기 이를 데 없기도 하다. 에밀리로 분한 오브리 플라자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바, 극단 무대와 영화, 드라마를 오가며 스탠드업 코미디까지 섭렵했기에 믿고 즐길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에밀리가 처한 상황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선진국을 제외한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젊은이든 공감할 만하다. 나라에서 교육의 기회를 주고 또 도와준답시고 학자금 대출을 쉽게 받게 했지만, 어차피 갚아야 할 건 나라가 아니라 대출을 받은 당사자가 아닌가. 나라는 책임져 주지 않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도 없지만 젊은이를 위한 나라도 없다.
하여 에밀리가 범죄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조금씩 그리고 대범하게 빠져드는 순간의 선택들이 공감하며 받아들이지 못할 망정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그녀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봤지만 그때마다 막혔고, 처음엔 호기심으로 다음엔 두 눈 질끈 감고 돈맛을 알고 난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불법을 저질렀다. 불법이 어느새 범죄가 되었고 말이다.
균형 잡힌 영화
"나였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면초가에 가까운 상황이자 뾰족한 수가 없으면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 하는 상황. 자신이 처한 현실을 어떻게 대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라면 인내의 시간을 계속 늘려갔을 것 같다.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살아보니 인생이 생각보다 엄청 길다. 와신상담하다 보면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최악의 경우 불법적인 일은 하더라도 본격적인 범죄의 길을 걷는 건 어렵다.
에밀리가 벌벌 떨면서 불법적인 일을 시작하는 영화의 전반부가 현실적이라면, 에밀리가 돈맛을 본 후 본격적으로 범죄의 길로 들어서 돈을 긁어모으며 위기에 봉착하기도 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영화적이다. 하여 앞부분이 스릴러적인 요소가 높다면 뒷부분은 오락적인 요소가 높다. 영화가 상당히 균형 잡혀 있다는 반증인 바, 감상하는 데 모난 부분이 딱히 없었다.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지루하지도 않다.
돈이 뭔지, 돈 덕분에 좋은 교육을 받으며 하고 싶은 걸 했지만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며 인생을 갉아먹고 있다. 돈이 인생을 단단히 꼬이게 했고 돈이 인생을 집어삼켰으며 돈이 인생을 통째로 바꿔 버렸다. 돈을 벌어먹고 살려고 열심히 하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이렇게 살고 있다. 다시 한 번 돈이 뭔지,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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