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3일 프로야구 선수에서 군인으로 신분이 바뀌었던 14명의 야구선수들이 있었다. 2021 시즌이 끝나고 군입대를 결정한 14명의 선수들은 만만치 않은 경쟁률을 뚫고 상무 피닉스 야구단에 합격해 1년 6개월 동안 퓨처스리그에 참가하며 군복무와 선수생활을 병행했다. 상무에서 군생활을 했던 선수들은 선수로서 경력이 끊어지지 않고 커리어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을 받은 셈이다.
상무에서 군생활을 마친 14명의 선수들은 곧바로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물론 선수들은 지친 몸을 회복하고 군생활의 회포를 풀 수 있는 시간을 원하겠지만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고 있는 구단들은 팀으로 복귀한 지원군들에게 마냥 휴식을 줄 여유가 없다. 특히 삼성 라이온즈의 최채흥과 LG 트윈스의 이상영, 두산 베어스의 김민규는 전역과 동시에 곧바로 1군 무대에서 활약할 확률이 매우 높은 선수들이다.
민간인 된지 하루 만에 선발등판
대구상원고와 한양대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최채흥은 그 해 신인 중 안우진(키움 히어로즈,6억 원)과 강백호(kt 위즈.4억5000만원)에 이어 3번째로 많은 3억5000만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그만큼 당장 1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즉시전력감' 유망주로 야구팬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평판이 매우 높았던 투수다. 잘만 크면 삼성 통합 4연패 주역인 장원삼 정도의 레벨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10승을 기록한 최채흥은 3년 차 시즌이었던 2020년 11승6패 평균자책점3.58의 성적으로 15승을 올린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과 함께 삼성의 원투펀치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최채흥은 삼성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6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21년 26경기에서 5승9패2홀드4.56으로 주춤했고 시즌이 끝난 후 병역의무를 마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다.
1군에서 11승을 기록한 적이 있는 최채흥에게 퓨처스리그 무대는 좁았다. 최채흥은 2022년 단 10경기에만 등판하고도 55.1이닝을 던지며 7승 무패1.79로 매우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비록 올 시즌은 골반부상으로 한 달 가량 결장하며 1승1패5.40으로 성적이 썩 좋지 않았지만 전역 후 삼성 합류를 위해 몸을 만드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성적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12일 최채흥은 마침내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했다.
삼성의 박진만 감독은 13일 LG와의 경기에 곧바로 최채흥을 선발로 예고했다. 민간인이 된지 하루 만에 올 시즌 다승 2위(8승), 평균자책점 4위(1.97)를 달리고 있는 애덤 플럿코와 선발 맞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이제 막 상무에서 전역한 최채흥이 복귀전에서 몇 이닝을 소화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외국인 투수와 원태인,백정현을 이을 5선발이 마땅치 않은 삼성 입장에서는 최채흥이 하루 빨리 선발진에 자리를 잡을 필요가 있다.
예비역 이상영, 위기의 LG선발 구할까
6월 들어 LG 선발진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플럿코만 6월에 열린 두 번의 등판에서 13이닝3실점2자책(평균자책점 1.38)으로 호투하고 있을 뿐 작년 다승왕 케이시 켈리는 1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1.2이닝4피안타5사사구6실점으로 KBO리그 진출 후 최악의 투구를 했다. 5월 4경기에서 4승 1.13을 기록했던 임찬규도 지난 3일 NC 다이노스를 상대한 6월의 첫 등판에서 5이닝7실점으로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팔꿈치 부상으로 약 50일 동안 1군에서 빠져 있었던 이민호는 구속이 뚝 떨어지며 아직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올리지 못했다. 시즌 초부터 선발로 기회를 얻었던 유망주 강효종과 이지강도 아직 염경엽 감독으로부터 합격점을 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이처럼 선발진이 불안한 LG에 또 한 명의 좌완 유망주가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하는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작년과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빠른 성장속도를 보인 이상영이 그 주인공이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1라운드 전체5순위로 LG에 지명된 이상영은 루키 시즌 3경기에 등판해 2.2이닝5실점으로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2020년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이상영은 2021년 7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21경기에 등판했고 6월 9일 NC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승을 따내기도 했다. 그렇게 프로에서 3년을 보낸 이상영은 2021 시즌이 끝나고 상무에 입대했다.
작년 22경기에서 10승3패3.31 109탈삼진을 기록하며 퓨처스리그 다승 공동1위,탈삼진1위를 기록한 이상영은 올해도 9경기에서 8승1패2.63의 뛰어난 성적을 올린 후 군생활을 마쳤다.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를 제외하면 토종선발이 마땅치 않은 팀 사정을 고려해 이상영을 곧바로 4선발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군에서 전역하자마자 곧바로 1군 선발. 이상영으로서는 절대 놓칠 수 없는 프로 데뷔 후 최고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2020년 한국시리즈의 수확, 불펜 합류
지난 2020년 NC와 두산의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은 3차전까지 2승1패로 앞서며 2001년과 2015년에 이어 통산 세 번째 '업셋우승'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4차전 선발이 마땅치 않았다. 최근 3년 동안 가을야구에서 약했던 유희관을 선발로 투입하기엔 다소 불안했던 것. 이에 김태형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4차전에서 엄청난 모험을 단행했다. 바로 2차전에서 '깜짝 세이브'를 기록했던 3년 차 우완 김민규를 4차전 선발로 투입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산은 4차전에서 NC에게 0-3으로 패하면서 시리즈 전적이 동률이 됐고 5,6차전까지 내리 내주며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좌절됐다. 하지만 김민규는 4차전에서 NC 선발 송명기(5이닝 무실점)와 멋진 투수전을 펼치면서 5.1이닝 4피안타1사사구1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였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두산은 2020년 한국시리즈를 통해 김민규라는 젊은 투수를 발굴하는 수확을 얻었다.
김민규는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의 호투를 계기로 더욱 성장할 거라 기대됐지만 2021년 2승3패1홀드6.07로 부진하며 성장세가 주춤했다. 결국 김민규는 2021년12월 상무에 입대하며 군생활을 시작했다.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0경기에 등판해 10승1패3.89를 기록한 김민규는 올 시즌에도 8경기에서 4승1패3.51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다가 12일 군복무를 마치고 두산에 복귀했다.
두산은 새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이 합류하면 라울 알칸타라와 와델, 곽빈, 최원준, 장원준, 김동주 등으로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김민규는 삼성의 최채흥,LG의 이상영과 달리 선발이 아닌 불펜으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마침 12일 롱릴리프 역할을 해주던 김명신이 휴식 차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만큼 김민규가 그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물론 두산 마운드의 사정이나 김민규의 활약에 따라 차후 보직이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 밖에도 입대 전 삼성의 필승조로 활약하며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수 홀드를 기록했던 우완 최지광도 12일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해 조만간 1군에 합류할 전망이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 30경기에서 타율 .219 1홈런10타점으로 부진했음에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된 KIA 타이거즈의 최원준은 소크라테스 브리또와 고종욱, 이우성에 간판타자 나성범까지 복귀가 임박한 외야 대신 최근 1루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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