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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피해자는 청년? 교수-변호사도 당하는 이유는"

[이영광의 '온에어' 240] KBS 1TV <시사 직격> 박영미 PD

23.05.08 11:39최종업데이트23.05.0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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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극단적 선택을 한 피해자가 청년이라는 이유로, 전세 사기가 청년의 문제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전세 사기를 당하는 이들은 청년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4월 28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전세 사기의 덫-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세입자들'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은 최근 전세 사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박아무개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이른바 '건축왕'으로 불리는 남 회장의 행적도 함께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방송을 연출한 박영미 PD와 지난 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방송 제작하는 내내 답답하고 속상했어요. 일단 전세 사기 관련해 저희 <시사 직격>에서 작년 10월 '집 없는 죄 -전세보증금과 회장님' 편 그리고 연말 결산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다뤘어요. 그런데 아직도 이 전세 사기가 해결되지 않았죠. 저희가 만났던 피해자분들은 여전히 정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었고 소통을 바라고 계셨어요. 심지어 이미 경매에 넘겨져서 보증금 한 푼 못 받으시고 내쫓겨 나가시는 등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은 분들도 계셨어요. 작년에 저희가 처음 방송하고 뉴스화되었을 때부터라도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정책을 빠르게 만들어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 전세 사기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저희 방송 전에 전세 사기 피해자 한 분이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으셨어요. 이 전에 두 분의 피해자분들이 귀한 목숨을 잃으셔서 총 세 분의 피해자들이 나온 상황이었죠. 정부는 그제야 경매 유예 결정을 내리고 각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한 상태였어요. 시기적으로 어떤 사회적 사건보다 시급하게 보도해야 할 사안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또 이전에 저희가 취재했었던 전세 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및 다른 피해자분들께도 제보가 계속 들어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저희 팀원들이 급 결성되어 이 문제에 대해 빠르게 취재해서 내보내게 됐습니다."

- PD님은 전세 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관심이 있을 것 같거든요.
"제가 직전에 '집값 하락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폭락이와 폭등이' 편을 연출하면서 집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기도 했고요. 저도 지금 전세를 살고 있고 곧 만기가 도래하니 집을 구매하거나 새로운 전셋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연일 들려오는 전세 사기 소식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죠. 와중에 저와 비슷한 또래의 청년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전세 사기라는 게 남 일이 아니라 정말 내 주변 일이고 내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계속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인 박아무개씨 이야기로 시작했잖아요. 이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요?
"정말 안타까운 전세 사기 피해자 세 분의 죽음으로 전세 사기 피해의 심각성이 크게 알려졌고 그간 늦어지기만 했던 정부의 대책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개연성에 따라서 그 분을 제일 먼저 소개하게 됐습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박아무개씨께서 자필 고소장도 작성하셨었는데요. '서민에게 전세 보증금은 전 재산이다. 사기꾼 일당들이 꼭 처벌받기를 원합니다. 꼭 처벌해 주십시오'라고 절절하게 남긴 글이 있어요. 그래서 이분이 어떤 마음으로 이 고소장을 쓰고 또 극단적인 선택을 하실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보여드려야겠다 판단해서 소개해 드리게 됐습니다."

- 극단적 선택이라는 게 자극적일 수도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극단적 선택이라는 단어와 관련 영상이 오히려 남은 피해자분들께 심리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고민이 있었어요. 그래서 용어 표현과 영상 구성에 있어서도 고민하며 제작했고 피해자분들의 그간의 사연에 집중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조명하는 식으로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 박아무개씨가 살았던 아파트는 한 동인데, 그곳에 거주하셨던 분들 대부분이 전세 사기 피해를 당하신거 같아요. 
"이분이 사셨던 아파트가 총 60세대인데 그 전체가 다 경매에 넘어가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브랜드 아파트가 아닌 빌라에 가까운 나 홀로 아파트였기에 전세 사기에 더 취약했어요. 피해자분들이 여기 근처에 전셋집을 구하고 싶어서 한 공인중개소에 딱 들어가는 순간 '남 회장' 소유의 비슷한 아파트들만 소개받으셨대요. 근저당이 높게 잡혀 있어도 공인중개사들이 '이행보증각서'를 써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믿고 계약하신 거죠. 어떻게 보면 이 아파트에 들어오시는 분들은 몰라서 사기를 당했다기보다는 '중개업자가 보여주는 매물이 다 비슷비슷한 상황에서 이 아파트가 신축이라 혹은 구축이라 저렴하니 그나마 낫다'라는 생각에 선택하셨던 거고요."

- 중개인과 공모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피해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임대인은 A씨고 중개인은 B씨고 관리 업체는 C고라고 한다면, 옆집에는 임대인이 B씨, 중개인이 A가 되는 식으로 얽히고설켜 있더라고요. 건물주는 '건축왕'이라고 불리는 남 회장이었고요. 내부 제보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 회장과 공인중개사들은 직원 같은 관계였고 매주 모여 회의하는 등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 전세 사기 피해자 심리 치료가 시급한 거 같은데 어떤 상황인가요?
"그렇죠. 저희 방송에서도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 조사 결과,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지수가 각각 82%, 96%로 상당히 높게 나왔어요. 그리고 2주 동안 이틀 이상 죽음을 생각하셨다는 분들의 응답률이 93%가 넘게 나왔어요. 심리치료가 정말 시급한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죠."

- 대책 나온 게 있나요?
"국토부가 최근 인천 미추홀구에서 전세 피해 상담 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또 정부에서 심리 상담받을 수 있도록 각 행정복지센터에 상담 부스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피해 아파트 세대마다 '자가 심리테스트'라는 유인물도 만드셔서 배포하고 계시더라고요.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도 이분들의 심리 상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치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미추홀구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 중 청년은 얼마나 되나요?
"뉴스를 보니 '인천 전세 피해 지원센터를 방문해 상담한 피해자 중 20대 이하는 22%, 30대가 41%로 20~30대 비중이 63%'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수치와는 별개로 피해 호소하시는 분들이 청년분들만 계신 건 아니거든요. 저희가 만난 피해자분중엔 중장년층도 많았고 노년층도 계셨어요. 그분들이 호소하셨던 것도 '사안이 너무 청년에 집중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특히 '전세 사기는 청년이라서 혹은 사회 초년생이라서 몰라서 당한 게 아니라는 점. 대학 교수도, 변호사도 피해자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조직적인 범죄'였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하셨어요."

- 미추홀구 전세 사기 정점에 남 회장이란 인물이 있는 거죠?
"그렇죠. 미추홀구 전세 피해 아파트의 임대인, 중개인, 중개보조인, 혹은 그들에게 명의를 빌려줬던 바지 사장들 모두 '건축왕' 남 회장의 직원처럼 움직였던 거죠. 남 회장과 다 같이 만나서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통해 계획을 논의했다고 하기도 했고요."

- 남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요?
"남 회장은 미추홀구에만 2700여 가구를 보유해 '건축왕이라는 별명까지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현재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100억 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 된 60대 건축업자입니다. 나홀로 아파트 등 건물을 지어서 전세를 주고 벌어들인 전세금으로 강원도 동해 망상지구에 투자했고요. 미추홀구 피해자들이 전세금 반환을 요구하자, 망상지구의 사업이 성공을 거두면 피해자들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했다고 하는데요. 막상 저희 제작진이 취재했을 때, 그곳은 개발이 진행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렇기에 애초에 전세금을 돌려줄 생각이 없었던, 계획적인 사기였다 보는 시선이 많죠."

- 이행보증 각서의 실질적 효력이 없다고 나오던데. 
"전세 계약을 진행할 때, 세입자의 불안을 해소시키기 위해 공인중개사들이 '이행 보증 각서'를 써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이행 보증 각서'를 잘 보시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도장이 찍혀져 있거든요. 그러니 세입자 입장에서는 높은 근저당이 있음에도 이를 믿고 계약을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제작진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행보증각서란 것은 공인중개사가 (전세 계약을) 책임진다는 건데 일반적이진 않다'며 '공인중개사법에 있는 필수서류도 아니고 별지 서식으로 해서 임의로 만든 것 같고 이행보증이라는 법적 용어도 없고 본인도 처음 보는 경우'라고 밝혔습니다."

- 그럼, 공인중개사가 위조한 거란 거네요. 한국공인중개사 협회에서는 법적 대응 할 생각이 있다고 하나요?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법적 대응을 진행하고 있진 않다고 해요. 다만 공인중개사협회가 회원들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을 수 있도록 권리 재고를 위해 법정단체로 만들어 달라는 서명을 대통령실과 국회에 전달한 상황입니다."

- 4월 27일 국토교통부가 전세 사기 특별법 발의했는데.
"드디어 전세 사기 특별법이 발의되어 기쁜 것도 잠시, 여야에서 너무 의견 차이가 크기 때문에 통과가 언제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은 상황이죠. 그런데 피해자분들은 계속 '피해자인 자신들과 이야기를 해서 대책을 마련해달라', '소통을 해 달라'고 요청하고 계세요. 그러니 피해자분들의 요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피해 대책, '보여주기식 대책'이라고 비판이 나오는 거겠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왜 항상 일이 터지고 나서야 법이 만들어지고 대책이 마련될까요? 우리는 이전에도 아까운 목숨을 잃고 나서야 대책을 마련하길 거듭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전세사기로 피해자 세 분이 목숨을 잃었어요. 오늘 이 시간에도 자기가 살던 집을 뺏기고 보증금 한 푼도 못 돌려받은 채로 쫓겨나시는 분들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전세 사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말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전세 사기 특별법이나 대책을 마련할 때는 피해자분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못 담은 게 있을까요?
"일단 저희 제작 기간이 한 열흘 정도였는데 그 열흘간의 취재 양이 거의 한 두달 최재한 취재량과 맞먹을 만큼 방대했어요. 저희 PD들도 그렇고 작가님들도 그렇고 잠도 안 자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인천에서 동해, 부산, 동탄, 제천 등 전국을 왔다 갔다 하면서 진짜 피해자분들의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만큼 피해자분들도 많이 만났는데 방송이라는 매체가 가진 시간의 한계상 모든 분의 사연을 담아내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박영미 시사 직격 전세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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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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