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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승부조작 사면 전격 철회... 사흘 만에 '백기'

임시 이사회 열고 재심의... 정몽규 회장 "대단히 송구"

23.03.31 17:42최종업데이트23.03.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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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한 사면을 의결한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 KFA

 
승부조작 등으로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을 사면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대한축구협회(KFA)가 사면 결정을 철회했다.

축구협회는 31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을 재심의한 결과, 전면 철한다고 발표했다.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은 이날 이사회 모두 발언에서 "28일 저희 이사회가 결의한 축구인 징계 사면에 대해서 많은 우려와 비판이 있었다"라며 "저희 나름대로 준비했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월드컵 16강 진출했다고 '승부 조작' 사면? 들끓는 여론 

앞서 축구협회는 28일 이사회를 열고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에는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제명된 선수 50명 중 특히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된 2명을 제외한 48명이 포함됐다. 축구협회가 징계 대상자를 사면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라며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고, 오랜 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러나 축구계에서는 승부조작을 벌인 주범들을 월드컵 16강 진출을 명분으로 사면키로 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또한 축구협회가 당시 우루과이와 A매치 평가전을 불과 1시간 앞두고 사면을 발표하면서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프로축구 K리그 운영 주체인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 자체 규정에 따라 승부조작 가담자의 영구 제명을 유지할 방침"이라며 "승부조작 범죄자들에게 리그의 문을 열어줄 계획이 없다"라고 반발했다.

붉은악마 "A매치·리그 경기 보이콧"... 프로축구연맹도 '반기' 
 

대한축구협회 축구인 사면에 대한 '붉은악마' 항의 입장문 갈무리 ⓒ 붉은악마 소셜미디어

 
또한 국가대표팀 공식 서포터스 '붉은악마'도 성명을 내고 "승부조작은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들었던 최악의 사건이다. 축구협회의 사면안에 강력하게 반대하고 전면 철회를 요구한다"라며 "사면안을 강행하면 향후 A매치 보이콧, K리그 클럽 서포터스와 연계한 리그 경기 보이콧, 항의 집회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행동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주 나쁜 선례다. 안 걸리면 장땡, 걸려도 10년만 버티면 사면이라는 공식이 갖춰졌다"라며 "샅샅이 조사해 국민 여러분께 공개하겠다"라고 밝혔다.

더 나아가 징계 인사 사면은 상급 단체인 대한체육회 규정에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회 규정에 따르면 사면이 아닌 구제 신청만 가능하고, 이마저도 수사기관의 불기소 결정이나 법원의 무죄 판정을 받아야 신청할 수 있다.

규정에도 없는 사면으로 여론의 전방위 압박을 받은 축구협회는 이날 재심의를 통해 사흘 만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이사회가 끝나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카타르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다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승부조작 가담자들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들이 지난날 과오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한국 축구의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도 한국 축구의 수장으로 할 수 있는 소임이라고 여겼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했다.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들과 팬들이 받았던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라면서 "한층 엄격해진 도덕의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이 높아진 눈도 감안하지 못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라며 "저와 대한축구협회에 가해진 질타와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직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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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승부조작 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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