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10년 만에 '다시 전성기' 김선형, 놀라운 기록들

"다시는 전성기가 안 올 줄 알았다" 세월 뛰어넘은 활약

23.03.31 13:48최종업데이트23.03.31 13:48
원고료로 응원

▲ 내가 바로 김선형 30일 오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MVP 수상자인 서울 SK 김선형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2-2023시즌 프로농구를 빛낸 영광의 얼굴들이 가려졌다. 서울 SK의 가드 김선형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3월 30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SK가 1, 2위팀인 안양 KGC-창원 LG를 모두 제치고 시상식의 '진 주인공'이 됐다.
 
김선형은 기자단 총 투표수 109표 가운데 65표를 획득, 43표의 변준형(KGC)을 제치고 국내 선수 MVP에 선정됐다. 외국인 선수 부문에서도 자밀 워니가 총투표수 109표 가운데 66표를 얻어 41표의 오마리 스펠맨(인삼공사)을 따돌렸다. SK는 지난해 최준용-자밀 워니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국내 선수-외국인 선수 MVP를 독식하는 기록을 세웠다.
 
김선형의 MVP 수상은 개인 통산 2번째다. 프로 2년 차이던 2012-2013시즌 첫 MVP를 수상했던 김선형은 정확히 10년 만에 34세의 베테랑이 되어 다시 MVP로 돌아왔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MVP를 2회 이상 수상한 선수는 김선형을 비롯하여 양동근(4회, 현대모비스 코치), 서장훈(2회), 이상민(2회, 전 서울 삼성 감독), 김주성(2회, 원주 DB 감독대행) 등 5명뿐이다.
 
이 중 김선형은 무려 10년의 세월에 걸쳐 MVP를 다시 수상하는 독특한 진기록을 세웠다. 앞서 최다 MVP 수상자인 양동근이 첫 수상이었던 2005-2006시즌부터, 마지막 수상인 2015-2016시즌까지가 정확히 10년이었다.
 
10년 전 첫 수상 때보다 향상된 기록들

또한 김선형은 2013-2014시즌 귀화 선수인 문태종(전 LG, 당시 39세)에 이어 역대 MVP 중 최고령 2위라는 기록을 세웠다. 10년 전 첫 MVP 수상 당시 김선형의 성적이 평균 12.08득점, 4.9어시스트, 2.9리바운드, 1.3스틸이었는데, 34세인 올시즌 5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평균 30분 32초를 뛰며 16.3점(국내 3위, 전체 10위), 6.8어시스트(전체 1위), 2.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오히려 10년 전 첫 수상 때보다 주요 기록들이 더 향상된 것이 놀랍다.
 
득점과 어시스트의 경우 12시즌을 소화한 김선형의 개인 커리어하이 기록이었다. 또한 김선형이 어시스트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SK가 마지막 18경기에서 9연승 포함, 17승 1패의 질주를 거듭하는 동안 김선형은 18.3점, 8.4어시스트, 2.9리바운드로 펄펄 날았고 5라운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세월을 뛰어넘는 활약이었다.
 
더구나 올해는 경쟁자들도 쟁쟁했다. 변준형은 이번 시즌 KGC의 에이스로 발돋움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고, 전성현은 고양 데이원의 양궁농구를 이끌며 3점슛 기록들을 대거 갈아치웠다. 누가 MVP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후반기에 누구도 강렬한 활약을 남긴 김선형의 스타성에 표심이 기울었다.
 
선수마다 전성기가 있기 마련이고 최고의 선수들도 세월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하락세를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대가 되면서 김선형의 장기인 스피드와 운동능력도 많이 줄어들었고, 중간에 큰 부상을 당하여 고생했던 기간도 있었다.
 
10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김선형의 수상은, 그만큼 꾸준한 자기관리와 노력을 바탕으로 전성기를 유지해왔다는 증명이다. 이미 'SK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김선형이 한 발 더 나아가, 양동근-이상민-김주성-서장훈 같은 대선배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하여 커리어를 비교할 수 있는 '리빙 레전드'의 반열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김선형도 10년 만의 MVP 수상에 감회가 남다른 모습을 보였다. 김선형은 "다시는 전성기가 안 올 줄 알았다. 사람들이 전성기라고 얘기하는 시기에 큰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이 나이에 다시 전성기가 와서 나도 놀랐다. 내 영광의 시대는 지금"이라는 소감으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제2의 조니 멕도웰' 자밀 워니... KBL 최초 외국인 신인상도
 

▲ 서울 SK 자밀 워니, 외국선수 MVP 30일 오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그랜드 볼룸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외국선수 MVP에 선정된 서울 SK 자밀 워니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자밀 워니는 '제2의 조니 멕도웰'이라고 할 만하다. 워니는 2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3번째(2020, 2022-2023) 외국인 MVP 수상이다. 맥도웰(전 대전 현대)-라건아(전주 KCC)와 공동 최다 수상자가 됐다. 백투백 수상도 유일한 3년 연속 수상자인 맥도웰(1998-2000), 마르커스 힉스(2002-2003)에 이어 3번째다.
 
KBL 최초의 외국인 신인상이 나온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아시아 쿼터'로 활약한 필리핀 국적의 가드 론제이 아바리엔토스(울산 현대모비스)는 이번 시즌 51경기에 나서 13.6점, 2.9리바운드, 4.8어시스트, 스틸 1.4개로 훨훨 날았다.

신인상 자격이 주어지는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 시간과 유일한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으며, 특히 어시스트와 스틸은 전체 4위와 3위에 올라 신인-기성 구분을 떠나 리그 최정상급 기량을 선보였다. 기자단 투표에서 106표 중 101표를 얻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아바리엔토스의 수상 자격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한편으로 마땅한 경쟁자가 아예 전무할 정도로 국내 신인들의 부진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내 선수 중 그나마 신인왕 자격을 충족한 신동혁(삼성)의 기록이 54경기 출전에 평균 5.7점(55위), 1.7리바운드(72위)였다.
 
김주성-양동근-오세근-이승현-김종규-김선형처럼 신인이 데뷔 첫 해부터 주전자리를 꿰차며 맹활약을 펼치는 사례는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신인왕 수상자들의 첫 시즌 기록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급기야 2020년대 들어서는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들(김훈, 오재현)이 잇달아 수상하거나, 신인왕 규정이 바뀌어서 2년 차 선수들(이우석)까지 신인으로 분류되어 수상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올시즌 필리핀 선수들의 돌풍을 지켜본 농구계에서는, MVP처럼 앞으로 신인왕도 국내 선수-아시아 쿼터를 나눠서 시상해야되는 게 아니냐는 웃픈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수비의 달인' 문성곤(KGC)은 최초의 4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에 이어 수비 5걸에도 또다시 등극하며 KBL에 새 역사를 썼다. KBL상에서 최우수 수비상을 2회 이상 수상한 선수는 김주성-양경민-양동근-추승균-이승현-박찬희까지 모두 7명이다. 이 중 문성곤을 제외하면 3회 이상이나 연속으로 수상한 사례는 모두 전무하다.
 
문성곤은 올시즌도 KGC의 팀 수비의 중심으로 활약하며 1.4스틸(전체 7위), 5.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짠물농구를 이끌었다. 문성곤의 활약을 바탕으로 견고한 수비력을 자랑한 KGC는 정규리그 1위에 올랐으며, 평균 실점은 78점으로 창원 LG(76.6점)에 이은 전체 2위였다.
 
문성곤은 같은 소속팀 대선배인 '양희종의 후계자'로도 꼽힌다. 양희종 역시 기록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비와 허슬플레이를 통하여 팀에 기여하며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에서 문성곤의 롤모델과도 같다.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양희종은 KGC 구단의 전성기를 함께하며 '원클럽맨'이자 '구단 첫 영구결번'의 영예를 안았고 성대한 은퇴식까지 치렀다. 양희종의 계보를 잇는 '수비황제의 적통'으로서 문성곤의 진정한 가치는, KBL에서 '보이지 않는 궃은 일에 헌신하는 선수들도 충분히 레전드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김선형 MVP 문성곤 아바리엔토스 변준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