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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황은정' 아직 못 봤니? "다큐가 아니라 예술이야"

[이 유튜브 왜 봐?] 사내뷰공업 <다큐 황은정>

23.03.26 11:46최종업데이트23.03.2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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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유튜브 알고리즘의 파도 속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 주목해볼 만한 콘텐츠를 꼽아서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사내뷰공업'의 유튜브 콘텐츠 <다큐 황은정>의 한 장면 ⓒ 파괴연구소

 
"엄마! 나 오늘 중요한 날이라고 일찍 깨워달라고 했잖아. 아 왜 안 깨워? 사람 말이 말같지가 않아? 화장해야 한다고."

올해로 중학교 2학년이 된 열다섯 살 은정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에게 짜증부터 부리기 시작한다. 남자친구와의 '투투'(사귄지 22일째)를 기념하려면 하루가 바쁘기 때문이다. 화장도 해야 하고 머리도 예쁘게 말아야 하고 엄마 몰래 만 원도 슬쩍 훔쳐야 한다. 친구 패딩을 빌려서, 자기가 책상에서 자고 있는 것처럼 꾸며놓고 수업시간에 학교를 빠져나가 선물도 샀다. 이름도 잘 모르는 반 친구들에게 부탁해 '투투 축하' 롤링페이퍼를 쓰기까지. 수업이 끝나고 한 번 더 옷 매무새와 화장을 수정한 뒤 은정이는 동네 노래방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 

총 4부작으로 제작된 <다큐 황은정>은 2010년을 배경으로 여중생 황은정의 일상을 조명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콘셉트의 콘텐츠다. 2023년에 제작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주인공의 휴대폰부터 입는 옷, 가방, 머리 모양, 표정과 말투까지 모두 2010년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영상 속 은정이는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게 당연하고 다른 친구의 옷을 빼앗아 입는 게 자연스러운,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만났을 법한 캐릭터다. 시시때때로 거친 비속어를 사용하며 친구에게 화장실 청소를 떠맡기는 모습은 익숙하기까지 하다. 
 
철없고 어딘가 조금 영악한 면도 있는 2010년의 열다섯 살 은정이에게 2023년의 어른들은 열광하고 있다. <다큐 황은정>은 4개 영상 모두 조회수가 100만을 넘은 것은 물론, 유튜브 인기 급상승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현대 예술이다", "잘 웃고 잘 우는 저 나이대의 사춘기를 너무 잘 표현했다", "내 중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기분이다" 등 댓글창에도 감탄하는 반응이 줄을 잇는다. 황은정을 실존인물처럼 받아들이며 "예전에 TV에서 본 기억이 난다. 저 학생 잘 살고 있나 궁금하다", "은정이 초등학교 동창인데, 중학교는 같이 다니지 못해서 아쉽다" 등 재미난 댓글들 역시 이어지고 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가장 큰 매력
 

'사내뷰공업'의 유튜브 콘텐츠 <다큐 황은정>의 한 장면 ⓒ 파괴연구소

 
<다큐 황은정>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열다섯 살 은정이에게서 어린 시절 추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은정은 예뻐 보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해서 늘 거울을 손에서 놓지 않고, 이제는 사라진 학교 두발 제한 규정 때문에 선생님이 머리를 잘라오라고 하면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10대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법한 감정이다. 
 
또한 바르고 착하지 않은 주인공이지만 영상은 이를 날카롭게 풍자하기 보다는 따뜻하게 보듬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극 중에서 멋대로 행동하는 은정을 늘 나무라면서도 "통닭 따뜻할 때 얼른 먹어라"며 사다주고 다시 동생을 데리러 나가시는 엄마의 모습은 은정을 향한 사랑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에 주인공을 응원하는 듯한 KBS <인간극장> 느낌의 내레이션은 영상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드는 힘이다.

<다큐 황은정>은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사 '파괴연구소'의 김소정 PD가 직접 연출하고 출연까지 도맡아 하는 콘텐츠다. 놀랍게도 김 PD는 구독자들을 위한 Q&A 영상에서 자신의 학창시절은 황은정 캐릭터와 달리 공부만 했던 모범 학생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사내뷰공업'에는 <다큐 황은정> 이외에도 다양한 영상이 게재되어 있다. 자존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남을 비하하고 무시하는 신지유나 아이같은 말투와 행동으로 친구들의 귀여움을 사려는 김민지 등 학창시절 한번쯤 봤을 법한 학생들을 따라한 숏폼 콘텐츠와 아르바이트생의 일상을 담은 '우당탕탕 알바 공감' 시리즈가 특히 인기다. 혼자 자취하면서 겪은 무서운 일이나 신입사원의 실수 등을 보여준 영상들에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디테일이 담겨 있다. 영상의 댓글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생생한 경험담들이 가득하다.
 

'사내뷰공업'의 유튜브 콘텐츠 <우당탕탕 알바 공감>의 한 장면 ⓒ 파괴연구소

 
'사내뷰공업'은 "누가 봐도 90년대생이다", "제 또래같아서 너무 공감간다" 등 유독 1990년대생들의 반응이 열렬한 유튜브 채널이다. 요즘 미디어에서 'MZ세대'라고 이름 붙여진 1990년대생은 직장에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일한다든가, '십분 이해한다'는 말의 뜻도 모를 만큼 문해력이 떨어지는 등 부정적이고 별종 같은 모습이 대부분이다(실제로 MZ세대는 1981년생부터 1996년생까지를 가리키지만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모습은 주로 사회초년생인 1990년대생들에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의 MZ들은 대개 황은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철없는 학창시절을 지나, 생활비와 학자금을 벌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진상 손님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꾹 참기도 하는 평범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치열한 1990년대생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내뷰공업'은 요즘 MZ세대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유튜버인 셈이다. 

추천 콘텐츠 : <우당탕탕 알바 공감> 시리즈 
 

주로 1분 이내의 짧은 숏폼 영상으로 제작된다. 입맛대로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샌드위치 전문점이 할인 이벤트를 시작하는 날 고통 받는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이라든가, 놀이동산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텃세와 기싸움 등 여러 아르바이트의 재미있는 순간을 잘 포착해낸다. 콘텐츠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아르바이트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도 유익한 콘텐츠.
이유튜브왜봐 사내뷰공업 다큐황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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