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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음악예능, 혹평 쏟아진 '놀면 뭐하니'

[리뷰] MBC <놀면 뭐하니?>

23.03.20 10:48최종업데이트23.03.2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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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의 새로운 프로젝트 '땡처리 엔터테인먼트'가 높은 화제성과 별개로 시청자들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검증된 음악예능이 주는 기대감, 아이돌에 도전하는 예능 멤버들의 활약상, 신규 음원 출시 등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한편으로 식상한 기획력과 캐릭터 활용, 늘어지는 에피소드와 연출력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도 만만치 않다.
 
3월 18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 177회에서는 땡처리 엔터와 틴탑 멤버들의 깜짝 만남, 음원 녹음 도전기 등이 그려졌다.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멤버들의 스케쥴을 확인하던 유재석은 남창희의 하차 소식을 전했다. 동시간대 출연중인 방송과 스케쥴이 겹치며 부득이하게 하차하게 된 것. 유재석은 "닉네임을 임시치아로 했더니 진짜 임시가 됐다"라고 아쉬워했고, 남창희도 "상황이 이렇게 돼서 너무 아쉽다. 2절 안무까지 싹 다 외웠는데"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창희는 "이 프로젝트에 혹시 발톱같은 흔적이라도 남길 수 없을까"라고 부탁했고, 결국 녹음에서 코러스에 참여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투유'의 원곡자인 틴탑 멤버들도 깜짝 출연했다. 틴탑은 2020년에 마지막 무대를 갖은 이후 <놀면 뭐하니?>에서 3년 만에 완전체 무대를 선보이게 됐다. 
 
니엘이 센터로 영입하고 싶은 멤버로 유재석을 꼽자 박진주는 "왜 사회생활을 하냐"며 반발했다. 틴탑은 원탑 멤버들을 위한 '투유' 원포인트 레슨을 진행했다. 하지만 어느덧 나이가 든 틴탑 멤버들도 공백기와 세월의 흐름을 반영하듯 조금은 버거워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원탑은 니엘과 함께 즉석에서 '투유' 합동무대를 선보였다. 의외의 칼군무에 틴탑도 "너무 잘맞아서 깜짝 놀랐다. 마치 한 팀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땡처리 엔터 멤버들은 니엘과 함께 틴탑의 소속사로 찾아가 음원 녹음을 진행했다. 멤버들은 녹음을 진행하며 박진주와 이미주에게 개별적으로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유병재가 수업을 빙자하여 연락처를 캐묻자 박진주는 단번에 "개수작 부리지마"라는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황광희는 박진주에게 "목소리에서 가짜를 빼야한다"는 지적을 받자 얼굴을 가리키며 "저는 왜 다 가짜라고 생각하냐"며 발끈했다. 조세호는 녹음을 하다가 유재석에게 "목소리가 텁텁하다"는 지적을 당하고 파트교체의 굴욕을 당한 사실을 고백하자 이미주는 폭소를 터뜨렸다.  미주는 가사에 감정을 실어서 표현할 것을 조세호에게 조언했다.

박진주는 유재석에게 보컬시 요란한 턱 놀림을 지적하며 "치사한 소리가 난다"고 지적했다. 서운해하는 유재석에게 박진주는 "치사한 소리를 빼면 입덕을 유발하는 보이스"라며 달랬다.
 
멤버들은 치열한 파트 확보 경쟁을 펼쳤다. 황광희는 아이돌 출신이라 기대치가 높다는데 부담감을 드러냈으나 멤버들의 응원 속에 무사히 녹음을 마쳤다. 이이경도 에이스답게 안정적으로 주요 보컬 분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조세호는 벤치멤버 취급을 받으며 여기저기서 파트를 빼앗기는 굴욕을 당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멤버들은 남창희까지 다함께 코러스를 녹음한 뒤 "그래도 우리는 원팀"이라고 격려하는 것으로 훈훈하게 일정을 마무리했다. 방송 말미에는 오는 25일 오후 6시 주주 시크릿(박진주, 이미주)의 '밤이 무서워요' 음원 발매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놀면 뭐하니?>는 이미 초창기부터 '유산슬', '싹쓰리', '환불원정대', '도토리 페스티벌' 'MSG-WSG 워너비' 등 음악과 예능을 결합시킨 기획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흥행불패 신화를 이어온 바 있다. 최근 시청률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음원과 아이돌 댄스 퍼포먼스 기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땡처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대부분 장기 프로젝트가 요구되는 음악예능은 사실상 <놀면 뭐하니?>의 전신인 <무한도전>(이하 무도) 시절부터 프로그램의 핵심 콘텐츠이자 흥행보증수표였다. 다만 음악예능 외에도 다양한 장르가 공존했던 <무도>와의 결정적 차이는, <놀면 뭐하니?>에는 음악예능 외에 내세울만한 성공작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유재석의 1인 플레이 구도에서 벗어나 패밀리십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재미가 더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돌고돌아 또 음악예능'이라는 선택지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땡처리 엔터'의 한계
 

MBC <놀면 뭐하니?> 한 장면. ⓒ MBC

 
이전의 음악 프로젝트와 비교하면 구성상의 재미나 캐릭터의 매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아쉽다. '유산슬'은 유재석의 트로트 도전, '환불원정대'와 '싹쓰리'는 복고감성으로 인기를 받았다. 이효리-엄정화-비-제시 등 개성강한 아티스트들에 대해 재해석할 기회가 됐으며 'MSG-WSG 워너비'의 프로젝트는 덜 알려지거나 잊힌실력파 남녀 보컬들의 재발견으로 차별화 된 매력을 어필했다. 

그에 비하여 땡처리 엔터는 이른바 '유재석 라인'의 예능 멤버들을 틀 안으로 끌어모은 데 불과하다. 기획도 신선하지 않다. 틴탑의 '투유'는 명곡이기는 하지만 저평가받은 비운의 노래가 아니라 당시에도 크게 히트했다. 최근 아이돌 트렌드를 대표하는 신곡은 아니지만, 벌써 잊혀질만큼 세월이 많이 지난 추억의 노래도 아니어서 애매하다. 

또한 방송상에서 유재석이 사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밤이 무서워요' 음원을 <놀면 뭐하니?> 제작진이 억지로 공개를 요구한 데 이어 박진주-이미주를 가수로 이미 낙점하고 음원발매를 강요하는 분위기로 그려지는 과정도 논란을 자아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제작진의 행동이 무례하고 보기 불편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땡처리 엔터는 유재석을 비롯한 남성 멤버들을 연습생 '원탑'으로, 여성멤버들은 박진주-이미주의 '주주 시크릿' 두 팀으로 각각 나눴다. 기존 남녀멤버들 중 최고령자인 정준하와 신봉선의 역할이 애매해졌다. 땡처리 엔터에서 매니저 역할을 맡을 것으로 소개된 정준하는 최근 방송에서 분량이 거의 실종됐고, 신봉선은 아줌마 분장을 하고 주로 멤버들에게 밥을 차려주는 장면에서만 등장한다.
 
정준하는 <무도> 시절 고속도로 가요제 등에서 활약했고 뮤지컬 경력도 있다. 신봉선 역시 '셀럽파이브'를 통해 가수로 활동했다. K팝 아이돌에 도전한다는 콘셉트상 두 사람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을지 몰라도, 멤버들을 노골적으로 차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근본적으로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게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 댄스를 열심히 연습하고, 모바일로 제작하는 숏폼 컨텐츠를 통하여 'MZ세대'의 유행을 흉내내려고 하지만, 굳어 어울리지도 않는 젊은 감성을 억지로 따라하려는 모양새는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

또한 각자 자유롭게 떼어놨을때는 매력과 존재감이 뚜렷한 캐릭터들이었는데, 오히려 <놀면 뭐하니?>에서는 유재석의 지나친 통제와 잦은 말끊기 속에서 매력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존에 인기와 화제성을 모두 잡았던 음악예능들은 대부분 시청자들의 추억과 공감대를 자극하는 '복고감성'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땡처리' 프로젝트는 어울리지 않는 멤버들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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