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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이 선택한 단 하나의 시어
시는 표현이고, 표현은 예술이고, 영화 역시 또 하나의 예술이다. 이창동 감독은 넓은 의미에서 엄연한 시인이라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영화감독인 그에게 배우들은 저마다 하나의 시어이기도 하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꽃무늬 옷을 입고, 하얀 모자를 쓰고, 누구에겐가 멋쟁이라고 불릴 때면 그렇게도 좋아하던 미자였다. 그 삶과 어울리지 않는 순수의 표현, 윤정희는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시어가 아니었던가.
중풍걸린 노인의 욕망과 부끄러움, 오래되고 추악한 습관들을 현실감 있게 연기한 김희라 배우를 떠올린다. 속물적이었던,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 안내상의 연기 역시 오래 바라볼 만하다. 그저 가해자만은 아니었던 이다윗은 얼마나 반짝였던가. 언제나 그러했듯 이창동 감독의 선택은 훌륭했다.
시인은 말했다.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라고. 미자는 그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쏟을 수 있는 온 정신을 다해 사과를 마주하고, 그 사과를 깨어물었던 것이다. 미자가 마침내 자신이 외면해온 삶의 진실과 마주하기까지, 그리고 그 진실을 자신답게 해결하기까지, 너무도 고통스러웠을 미자의 선택은, 그러나 그녀가 쓴 시보다도 훨씬 더 감격적이었다.
하나의 시어 같았던 배우, 윤정희(손미자)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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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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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희, 그녀가 시가 되었던 작품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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