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스틸컷
영화사 진진
"잠식될 수밖에 없었다"는 그 영화
한 남자를 만나고, 그에게 정당하지 못한 대우를 받는 사례가 어디 영화 속 엘렌 뿐이겠는가. 그러나 영화는 그 사랑이 특별하다고 말한다. 엘렌은 통제되지 않는 욕망을 경험하고, 끝없는 육체적 탐닉에 빠져든다. 급기야 제 아들을 소홀히 대하며 이혼한 남자에게 아들을 내어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열망이 들끓어 엘렌의 삶은 좀처럼 균형을 잡지 못한다.
영화를 본 이들은 둘로 나뉜다. 누군가는 엘렌의 사랑이 무책임하다고 비난한다. 아들을 버려두고 오로지 제 사랑에 온 정신을 쏟는 그녀의 모습이 어머니로는 낙제점이란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사랑이 오로지 이 영화 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엘렌이 러시아 사내를 사랑했듯 세상엔 제 정신마저 놓아버리게 하는 수많은 사랑이 있는 것이다. 그 같은 사랑 앞에서 정신을 붙들고 이건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존재가 과연 얼만나 되겠는가.
<단순한 열정>은 제목처럼 단순한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내를 향한 열망을 품은 여성과 그녀를 그저 욕구를 풀 대상으로만 여기는 남자의 이야기다. 아니 에르노의 작품이 그렇듯 솔직하고 가슴을 울리는 표현이 영화에도 아예 없지는 않다. 그러나 충분하다고 할 수도 없겠다.
원작자 아니 에르노는 이 영화를 보고난 뒤 "영화 속 장면에 잠식될 수밖에 없었다"는 찬사를 남겼다. 전라 연기를 감행한 두 배우, 라에티샤 도슈와 세르게이 폴루닌은 적잖은 부담이 되었을 노출을 기꺼이 감당했다. 평단은 그들의 연기에 대해 '용감하다'는 평을 잊지 않았다. 이 영화에 쓸 만한 구석이 있다면 그 대부분은 두 배우의 용기에 기인한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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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