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 <그 겨울, 나는> 스틸 이미지.
㈜더쿱디스트리뷰션
청춘 그리고 돈, 계급(또는 신분)까지 다룬 독립영화들이 최근 들어 많이 보인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가해자가 되어야 했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사회 부조리를 보여 주려 했는데 말이다. 청춘을 다루더라도 'N포 세대'로서의 서글픈 자화상을 보여 주는 정도였다. 2020년대 들어 달라진 모양새다. 새로운 '대세'가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영화 <그 겨울, 나는>은 다분히 로맨스적인 제목에 비해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청춘의 현실이 중심을 이룬다. 공시생과 취준생이라는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사랑을 꽃피운 청춘 커플에게 닥쳐온 남자친구의 돈 문제는 파국을 암시하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여자친구가 취업을 하니 계급 아닌 계급의 모양새를 띠게 되는 것이다. 그저 열심히 살아 보려는데 결과는 첩첩산중.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를 신고한 오성호 감독은 서울예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며 엘리트 코스라고 할 만한 길을 걸어왔다. 그럼에도 그는 9년 동안 건설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고 10여 개의 단편을 연출하며 장편 데뷔의 꿈을 꿨다. 극중 경학의 캐릭터가 그의 실제 경험에서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환경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가
<그 겨울, 나는>은 다분히 환경수용적이라 수동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경학과 혜진 모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일 때문에 사람이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특히 경학의 경우 일터에서도 혜진에게도 친구에게도 상당히 모질어진다. 원래 그런 친구가 아닌데 말이다. 환경이 변하니 따라 변해 버렸다.
환경이 변해도 자기를 지키려 하는 게 인간이다. 환경과 자기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고민하고 밀고 나가기도 하며 타협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학은 과도하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적응을 잘하지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한편 더 답답해 보인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그가 처한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다를 수 있을까. 자기를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게 말처럼 쉬울까.
어려울 것이다, 너무나도 어려울 것이다. 매순간 흔들리고 매일같이 주저앉아 펑펑 울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흔들리지만 주저앉지 않고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려는 경학이 대단해 보인다. 환경수용적이고 수동적인 건 아니러니하게 경학의 '능동'적인 선택이다.
▲독립영화 <그 겨울, 나는>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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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하고 스산한 청춘의 자화상
영화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차갑다. 겨울을 배경으로 해서 물리적으로 차가울 수밖에 없는 것도 그렇지만, 감독이 영화로 보여 주려는 지금 이 순간의 청춘을 굉장히 차갑게 바라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단연 '돈'이 똬리를 틀고 있다. 불확실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에도 불구하고 '사랑' 하나로 이어졌던 커플이 돈 때문에 끊어져 버릴 위기에 처했으니 말이다.
고통은 혼자보다 둘이 함께 헤쳐나가는 게 수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면 혼자가 편한 걸까? 나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걸까? 이기적이게 되는 걸까? 경학과 혜진 커플의 상황을 달리 상상해 보면, 즉 경학에게 돈 문제가 들이닥치지 않았다면 그들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사귀고 있을까? 영화는, 감독은 그렇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굉장히 현실적이면서도 처연하기 이를 데 없는 시대의 자화상이다. 비단 청춘만의 일이 아니기에 더 스산하다.
그렇다, <그 겨울, 나는>은 청춘 로맨스의 탈을 쓴 청춘 호러다. 피와 살점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비명이 오디오를 점령하는 게 호러가 아니다. 극중 인물에 이입해 전신에 소름이 끼치면 그게 호러가 아닐까. 오성호 감독의 의중엔 로맨스와 호러가 다 있었을 거라 짐작된다. 앞서 말한 이 영화의 세 키워드가 뭔가? 청춘 그리고 돈과 계급(신분)이 아닌가. 인생의 싱그러운 봄날 같은 청춘에 돈과 계급이 웬 말인가? 이게 호러가 아니고 뭔가. 차마 그들을 응원한다고 말하기조차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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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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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과 취준생 커플에 파국 안겨준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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