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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가 중견수, 우리가 몰랐던 미국 여자야구 이야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톰 행크스-지나 데이비스 주연의 <그들만의 리그>

22.12.06 10:29최종업데이트22.12.0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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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한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인기스포츠지만 종주국인 미국에서의 인기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미국의 최고 인기스포츠는 'NFL'로 불리는 미식축구지만 1년에 팀 당 162경기를 소화하는 메이저리그는 미국인들에게 단순한 취미생활이 아닌 '일상'에 가깝다. 특히 메이저리그는 팀 별로 루키리그부터 메이저리그까지 단계별로 많은 마이너리그 구단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도시에는 모두 연고구단이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열린 1940년대에는 야구리그의 존속이 위태롭던 시절도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군에 입대해 나라를 위해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남성적 가치라고 추앙 받던 시절이었고 실제로 많은 남자들이 군대에 지원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마지막 4할타자' 고 테드 윌리엄스와 56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세운 고 조 디마지오처럼 메이저리그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인 선수들도 있었다.

남자선수들의 잇따른 입대로 리그 존속에 위기감을 느낀 구단주들은 "여성리그를 만들어 야구를 부흥시키자"고 의견을 모았고 1943년 전미여성 프로야구리그(AAGPBL)를 창단해 1954년까지 운영했다. 그리고 그 시절 여자야구팀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작품이 1992년에 개봉했다. 톰 행크스와 지나 데이비스, 마돈나 등이 출연하고 여성감독 페니 마샬이 연출해 의외로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 <그들만의 리그>였다.
 

당시 흔치 않은 여자야구를 소재로 한 <그들만의 리그>는 제작비의 3배가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주)

 
199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 보낸 여성배우

1956년 메사추세츠주에서 태어난 지나 데이비스는 보스톤 대학에서 드라마를 전공하고 뉴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가던 중 183cm의 큰 키를 살려 모델로 데뷔했다. 데이비스는 1982년 시드니 폴락 감독의 <투씨>에서 여장한 더스틴 호프먼과 같은 대기실을 쓰는 에이프릴 페이지를 연기하며 영화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1980년대 중반부터 여러 작품에 출연하던 데이비스의 첫 주연작은 1986년에 개봉한 호러영화 <플라이>였다.

1988년 팀 버튼 감독의 <비틀쥬스>에서 알렉 볼드윈의 아내 바바라 역을 맡은 데이비스는 같은 해 출연한 로렌스 캐스단 감독의 <우연한 방문객>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1991년에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델마와 루이스>에서 델마 역을 맡아 '루이스' 수잔 서랜든과 함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동반 노미네이트됐다(하지만 수상자는 데이비스도, 서랜든도 아닌 <양들의 침묵>에서 클라리스를 연기했던 조디 포스터였다).

데이비스는 진지한 영화였던 <델마와 루이스>의 차기작으로 페니 마샬 감독의 <그들만의 리그>를 선택했다. 데이비스가 록포드 팀의 주전 포수 도티 힌슨을 연기한 <그들만의 리그>는 40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 제작비의 3배가 넘는 1억 32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그렇게 연기력과 흥행파워를 겸비한 여성배우로 전성기를 보내던 데이비스는 남편 레니 할린 감독과 두 작품을 함께 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지나 데이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모험액션영화 <컷스로트 아일랜드>는 98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입해 고작 1000만 달러를 회수하는 데 그쳤다. 1996년에 개봉한 액션스릴러 <롱키스 굿나잇> 역시 6500만 달러의 제작비로 8900만 달러의 성적을 기록하며 기대했던 흥행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지나 데이비스와 레니 할린 감독은 1998년 결혼 5년 만에 이혼했다(지나 데이비스의 3번째 이혼이었다).

데이비스는 1990년대 초반 이후 영화 쪽에서는 주연으로 흥행작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2005년 드라마 <커맨더 앤 치프>에서 미국의 대통령을 연기하며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97년부터 양궁을 시작한 데이비스는 3년 만에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했다. 지난 1999년에는 배우가 아닌 양궁선수로 한국에 내한해 당시 세계 1위였던 이은경이 속한 토지공사에서 합동훈련을 받기도 했다.

조롱과 수모 견딘 여성 야구선수들의 이야기
 

톰 행크스(왼쪽)와 지나 데이비스는 각각 록포드 팀의 감독과 주전포수를 연기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주)

 
사실 북미흥행 1억 달러를 넘긴 작품을 무려 21편이나 보유하고 있는 대배우 톰 행크스에게 북미흥행 1억 달러를 간신히 넘긴 <그들만의 리그>는 커리어에서 그리 중요한 작품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톰 행크스의 대박 흥행작은 북미흥행 1억 1500만 달러의 <빅> 정도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톰 행크스는 <빅>의 페니 마샬 감독과 재회한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커리어 두 번째로 북미흥행 1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을 배출했다.

<그들만의 리그>는 야구에 대한 재능이 매우 뛰어난 언니 도티(지나 데이비스 분)와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한 동생 키트(로리 페티 분)가 여자야구팀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갈등과 화해를 그린 작품이다. 톰 행크스는 전성기 시절 메이저리그에서 홈런왕을 5번이나 차지했지만 무릎부상으로 군입대가 좌절되고 야구까지 그만둔 후 알콜중독자로 전락했다가 록포드 팀의 감독을 맡게 된 왕년의 슈퍼스타 지미 듀간을 연기했다.

영화 <퍼스트 어벤저>에서 슈퍼솔저 실험에 참여한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슈퍼솔저'가 된 후에도 작전에 투입되거나 군사훈련을 받기는커녕 전시채권광고를 위한 공연을 하며 광대로 전락한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도 여자야구리그가 생긴다는 소식에 전국각지에서 많은 선수들이 모였지만 짧은 치마로 된 유니폼을 입고 차밍스쿨에 다니는 등 야구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강요 받으면서 힘들게 선수생활을 이어간다.

<그들만의 리그>에는 여성선수들이 천대받는 장면 외에도 2차 세계대전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들어 있다.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원하기 위해 선수들은 경기 전 일자가 아닌 V자 형태로 정렬했고 중계석 뒤쪽에는 여성의 공장취업을 장려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또한 당시 미국은 여전히 인종차별이 꽤나 심하게 남아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주인공 팀을 비롯해 영화 속에서 흑인이나 유색인종 선수는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영화제목인 <그들만의 리그>는 비주류였던 여성선수들에게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의미로 붙여졌지만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표현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스포츠에서 다음 해 좋은 신인 지명권을 따내기 위해 하위팀들이 최하위 경쟁을 한다거나 한때 10%를 넘나들던 지상파 음악방송들이 이제는 시청률 1%도 넘기기 힘들어진 것을 두고 사람들은 '그들만의 리그'라고 조소를 보내곤 한다.

레전드 가수 마돈나가 록포드 팀의 중견수
 

미 역사상 최고의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 꼽히는 마돈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말괄량이 중견수 '날라리 메이'를 연기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주)

 
총 3억 장 이상의 앨범 판매기록으로 역사상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여성 아티스트로 기네스에 등재된 마돈나는 30년 넘게 정상급 가수로 큰 사랑을 받은 레전드 여성 솔로가수다. 마돈나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배우활동을 병행했는데 1996년에는 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함께 출연한 뮤지컬영화 <에비타>를 통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가수로서 얻은 엄청난 명성에 비하면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상대적으로 초라한 편이다.

<그들만의 리그>는 마돈나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가장 먼저 북미흥행 1억 달러를 돌파했던 작품이다. 마돈나는 <그들만의 리그>에서 팀 동료들과 관중들로부터 '날라리 메이'로 불리는 매 모다비토 역을 맡았다. 스토리 진행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연 캐릭터는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수준급의 중견수 수비를 선보인다. 또한 마돈나가 직접 부른 영화의 OST 'This Used To Be My Playground'는 빌보드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언니 덕분에 여자야구리그에 스카우트되는 키트는 언니와 갈등하다가 라이벌 구단으로 트레이드 된다. 새로운 팀에서 이를 악물고 야구에 몰두한 키트는 월드시리즈에서 언니가 속한 친정팀과 싸우게 되고 7차전에서 끝내기 장내홈런을 때려내며 소속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고 언니와도 화해한다. 키트를 연기한 배우 로리 페티는 <그들만의 리그> 외에도 <폭풍 속으로>와 <프리윌리> 등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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