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의 초반 판도의 최대 변수는 '이적생'이었다. 올시즌 프로농구는 여름 에어컨리그에서 대형 선수와 감독들의 자리 이동이 어느 해보다 활발했다. 이들의 활약상과 함께 각 팀들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현재까지 이적생의 최고 성공사례는 단연 전성현(고양 캐롯 점퍼스)이다. 현 프로농구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전성현은 올시즌을 앞두고 친정팀 안양 KGC를 떠나 계약기간 5년 보수 7억 5천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신생팀 캐롯으로 이적을 선택했다. KGC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승기 감독도 역시 캐롯으로 자리를 옮기며 동행을 이어가게 됐다.
KGC 시절에는 올스타팀에서 퍼즐의 한 조각이었다며, 신생팀인 캐롯에서는 절대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전성현은 상대의 집중견제가 무색하게 초반부터 맹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전성현은 1라운드에서 프로 데뷔후 첫 라운드 MVP를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전성현은 1라운드 9경기 동안 평균 31분 29초를 출전해 평균 17.1득점, 3.3개의 3점슛을 기록하며 MVP 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수 86표 중 38표를 획득, KGC의 오마리 스펠맨을 제쳤다. 지난 10월 25일 KCC와의 경기에서는 개인 최다 득점(30점)과 개인 최다 어시스트(8개)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당초 약체로 거론되던 캐롯은 전성현의 1라운드에서만 6승을 거뒀고, 2라운드 첫 경기인 서울 삼성전까지 3연승을 내달리며 7승 3패로 2위에 올라 선두 KGC(8승 2패)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전성현은 현재 평균 득점을 18점까지 끌어올리며 자밀 워니(23점)-스펠맨(20.7점)에 이어 전체 3위, 국내 선수중에는 1위에 올라있다. 3점슛은 무려 3.5개로 전체 1위에 올라있으며 성공률도 무려 42.7%로 엄청난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시스트도 3.3개로 지난 시즌(1.5개) 이상 향상되며 '커리어 하이'를 달리고 있다.
두경민(원주 DB)과 이정현(서울 삼성)의 활약도 돋보인다. 정규리그 MVP 출신인 두경민은 지난 시즌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전격 이적했으나 앤드류 니콜슨-김낙현과의 '두낙콜 트리오'가 화려한 이름값에 비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두경민은 올시즌을 앞두고 계약기간 4년 보수 5억원의 조건으로 1년만에 친정팀 DB로 컴백했다. DB 1기나 가스공사 시절보다 한결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성숙해진 모습을 보이며 플레이에 여유가 생긴 두경민은 15.3점, 3.3어시스트, 3점슛 3.0개를 기록하면서 전주 KCC로 떠난 허웅의 공백을 잘 메워줬다. 초반 연패를 당하며 부진하게 출발했던 DB는 5할승률을 회복하며 6승 4패로 3위에 올라있다.
이정현은 삼성에 부족했던 '해결사'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정현은 올시즌을 앞두고 KCC를 떠나 삼성과 계약기간 3년, 보수총액 7억 원에 FA 계약을 했다. 어느덧 35세 노장이 되며 전성기가 지났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정현은 12.3점으로 삼성 팀내 득점 1위에 오르며 기대에 부응했다.
3할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야투율(29.8%)과 3점슛 성공률(27.4%)이 아쉽지만, 여전히 중요한 4쿼터 승부처마다 삼성에서 가장 위협적인 선수가 이정현이라는 사실은, 부진한 슛감에도 상대팀들이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 시즌 9승 45패로 꼴찌에 그치며 구단 역사상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삼성은 올시즌 11경기에서 벌써 6승을 챙기며 다크호스로 환골탈태했다.
KCC로 자리를 옮긴 허웅과 이승현, 가스공사 유니폼을 입게 된 이대성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허웅은 15.6점(전체 11위), 3점슛 2.2개, 이승현은 9.7점, 6.9리바운드(국내 1위), 이대성은 17.8점(전체 4위/국내2위)을 기록하며 뛰어난 개인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전성현이나 두경민과는 달리, 마음껏 웃지 못하고 있다. 바로 개인성적과 엇박자를 내고 있는 부진한 팀성적 때문이다. 4강 이상을 넘어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KCC는 4승 6패로 5할에도 못미치는 성적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가스공사는 2승 7패로 1라운드 최하위로까지 떨어지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KCC는 FA 최대어였던 파워포워드 이승현·슈터 허웅을 계약기간 5년, 첫해 보수총액 7억 5천만 원에 영입했다. 송교창(군입대)과 이정현의 공백을 메웠다. 하지만 막상 초반에 선수들간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 허웅은 득점에서는 꾸준한 편이지만 수비에서 약점이 있다. 이승현은 발목 수술과 재활의 여파로 비시즌간 훈련이 부족하여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았다. 그나마 시즌 초반이고 KCC가 경기력을 점점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반등의 여지는 충분하다.
이대성은 아마도 1라운드에서 가장 마음 고생이 심했을 선수 중 한명이다. 개인 활약은 MVP급인데 정작 이대성의 기록과 별개로 팀성적이 좋지 않다. '이대성이 20점 이상 다득점을 하면 팀은 진다'는 웃지 못할 징크스까지 생겼다.
시즌 개막 이후 2라운드에 접어들었지만 가스공사는 아직도 확실한 플랜A 조합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문제는 수비다. 그나마 수비력을 기대할 수 있는 이대성은 이미 공격에서 짊어진 체력적 부담이 너무 크다. 차바위는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리며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이대성이 나홀로 플레이를 해서 조직력을 깬다는 오해와 달리, 궂은 일을 뒷받침해줄 수 허슬플레이어가 부족하다는 게 가스공사의 진짜 문제점이다.
한편 선수 못지 않게 '새로운 감독'들의 활약상도 돋보인다. 국가대표 사령탑에서 8년 만에 프로무대로 복귀한 김상식 감독은 KGC를 리그 선두로 이끌며 순항하고 있다. 김상식 감독은 프로무대에서 감독대행만 3번이나 맡는 진기록을 세웠지만 정식감독은 대구 오리온(2008-2009) 시절 1시즌 정도가 전부였고 이렇다 할 성과도 남기지 못하여 기대치가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스타급 선수진을 보유한 KGC에서는 적재적소의 로테이션과 경기운영으로 전임 감독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을만큼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GC는 김승기 감독과 전성현의 공백 외에 별다른 전력보강이 없었음에도 오히려 탄탄한 전력을 과시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캐롯으로 자리를 옮긴 김승기 감독도 약체로 예상되던 신생팀을 단숨에 리그 2위까지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증명했다. 전성현과 이정현을 중심으로 한 짜임새 있는 패턴플레이와 끈끈한 수비전술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KGC에서의 우승이 단지 '선수빨'로 거둔 성과였다는 저평가를 보기 좋게 반전시킨 모습이다.
또한 은희석 감독은 지난 시즌 리그 최하위에 그친 삼성을 5할대 승률로 이끌며 선방하고 있다. 대학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프로 무대는 올시즌이 처음인 초보 감독임에도 전력상 약체로 꼽히던 삼성을 단시간에 끈끈한 수비의 팀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다. 그동안 대학 출신 명장들도 프로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던 징크스를 은희석 감독이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