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우리WON은 여자프로농구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우승(11회)을 달성한 팀이다. 우리은행은 현재까지도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타미카 캐칭이 활약하던 2003년 겨울리그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후 2000년대 중반에만 4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레알 신한'의 전성기 시절 4시즌 연속 최하위로 암흑기를 보낸 우리은행은 위성우 감독 부임 이후 역대 두 번째 통합 6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통합 6연패를 달성했던 2017-2018 시즌을 끝으로 최근 4번의 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2018-2019 시즌과 2020-2021 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덜미를 잡혔고 지난 시즌엔 챔프전에서 박지수-강이슬 콤비가 버틴 KB스타즈를 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시즌이 조기 종료된 2019-2020 시즌에는 우승팀으로 인정 받았지만 당시엔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았다.
1987년생 김정은의 선수생활이 황혼기를 향해 가고 있고 주장 박혜진 역시 서른을 훌쩍 넘긴 우리은행은 현재의 멤버로 챔프전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 또 한 번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FA시장에서 신한은행에서만 15년 동안 활약했던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팔방미인 포워드 김단비를 영입한 것이다. 김단비 영입으로 최강전력을 구축한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5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2018년 우승 이후 4년째 '챔프전 무관'
▲ WKBL 역사에서 박혜진보다 정규리그 MVP를 많이 수상한 선수는 정선민 뿐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8-2019 시즌 사상 첫 통합 7연패에 도전했던 우리은행은 KB에게 1경기 뒤져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통합 7연패가 좌절됐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을 상대로 1차전 승리 후 내리 2경기를 내주며 챔프전 진출마저 좌절됐다. 철치부심한 우리은행은 2019-2020 시즌 21승 6패로 1위를 질주했지만 정규리그 3경기를 남기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시즌이 조기 종료되고 말았다.
2019-2020 시즌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않고 조금은 쑥스러운 11번째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은 2020-2021 시즌에도 시즌 막판까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인 끝에 KB를 1경기 차로 제치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0-2021 시즌부터 플레이오프 제도가 바뀌면서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챔프전에 직행하지 못했고 플레이오프에서 정규리그 4위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히며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우리은행은 2020-2021 시즌이 끝난 후 박혜진-박지현-김정은-김소니아-최이샘으로 이어지는 멤버구성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생명에게 패해 챔프전 우승이 좌절된 KB는 FA시장에서 네 시즌 연속 3점슛 1위에 빛나는 여자프로농구 최고의 슈터 강이슬을 영입하며 최강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결국 우리은행은 2021-2022 시즌 챔프전에서 KB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4시즌 연속으로 챔프전 우승이 좌절되고 말았다.
대표팀 감독 정선민(통산 7회)에 이어 여자프로농구 역대 두 번째로 많은 5번의 MVP 수상 경력을 가진 '또치' 박혜진의 활약은 지난 시즌에도 명불허전이었다. 지난 시즌 26경기에 출전한 박혜진은 16.12득점과 7.08리바운드 4.2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우리은행의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특히 주로 포인트가드로 활약했음에도 리바운드 전체 6위에 올랐을 만큼 전방위로 활약하며 우리은행을 이끌었다.
우리은행의 차세대 에이스 박지현은 2020-2021 시즌의 맹활약에 비해 지난 시즌 성장속도가 다소 주춤했다. 반면에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평균 30분 이상을 소화한 최이샘은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우리은행의 주전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상대의 주전슈터를 수비할 수도 있고 센터 포지션으로 골밑을 지킬 수도 있는 최이샘은 리그에서 손꼽히는 멀티 플레이어로 대표팀에도 단골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팔방미인' 김단비 영입으로 우승전력 구축
▲ 지난 15년 동안 신한은행에서 활약했던 김단비는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우승을 위해 코트를 누빌 예정이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KB에 막혀 통산 12번째 우승이 좌절된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젊은 가드 김진희와 베테랑 포워드 홍보람이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특히 대학리그 출신의 김진희는 2020-2021 시즌 어시스트 1위에 올랐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인 바 있어 만 25세에 결정한 이른 은퇴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전력을 보강해도 모자란 우리은행에서 핵심 벤치자원 2명이 빠져나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5월 FA시장에서 최대어 김단비를 영입하면서 순식간에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5번의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김단비는 이후 10년 동안 신한은행의 에이스로 활약하다가 데뷔 후 처음으로 이적을 선택했다. 우리은행은 보상선수로 지난 시즌 팀 내 최고 득점(16.82점)을 기록한 김소니아를 내줬지만 풍부한 경험과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능력은 김단비만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이다.
1988년생 포워드 홍보람이 은퇴한 우리은행은 지난 6월 하나원큐와의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또 한 명의 1988년생 포워드 고아라를 영입했다. 2011-2012시즌까지 우리은행에서 활약하던 고아라는 삼성생명, 하나원큐를 거쳐 10년 만에 '친정' 우리은행으로 복귀했다. 고아라는 2019-2020 시즌 하나은행의 주전 포워드로 활약하며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린 바 있어 우리은행에서도 식스우먼으로 쏠쏠한 활약이 기대된다.
팀 내 최고참 선수 김정은의 활용은 위성우 감독을 고민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30대 중반이 된 김정은은 전성기 때처럼 파워풀한 플레이를 펼칠 수는 없지만 외곽슛 비율을 높이며 여전히 건재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시즌 김정은은 팀 내에서 가장 높은 3점슛 성공률(38.3%)을 기록한 바 있다. 김단비, 고아라, 최이샘 등 동 포지션의 대체 선수가 많은 만큼 출전시간을 잘 관리하며 김정은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선수기용이 필요하다.
우리은행이 김단비와 고아라를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하는 사이 지난 몇 시즌 동안 우리은행과 순위경쟁을 펼쳤던 KB는 박지수라는 절대적인 에이스 없이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물론 박지수가 언제 어떤 컨디션으로 복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정상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 왔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챔프전 우승컵을 탈환하며 위성우 감독을 구타하는 전통의식(?)을 5년 만에 부활시키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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