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멋진 세계는 가능한가

한 사람의 과거가 그의 지금을 의미하지 않는 사회를 바라며

22.10.14 11:34최종업데이트22.10.14 11:35
원고료로 응원
기다렸던 영화가 OTT에 올라오자마자 영화를 함께 보고 싶은 사람들을 떠올렸다.

블록버스터나 오락영화가 아니었기에, 공감하며 대화를 할 수 있는 몇 명이서 차분히 보려다보니 어쩐지 특별한 시간을 준비하는 느낌이었다. 함께 만난 날, 두 시간이 넘는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우리는 크고 묵직한 여운에 좀처럼 입을 열기 어려워졌다.
 

영화 <멋진 세계> 포스터 ⓒ (주)엣나인필름

 
니시카와 미와 감독의 <멋진 세계>는 13년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전직 야쿠자 '미카미'가 평범하게 인생을 살려 애쓰는 시간을 직설적이지만 담담하게 그린 영화였다. 사회가 그를 부르는 이름은 예상했듯이 '전과자'였다. 그리고 편견이 지배하는 그의 일상에 한 명이었다가 두 명, 세 명으로 조금씩 다정한 타인들이 늘어간다.

"중요한 건 사람들과 연결돼 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는 겁니다."

사회로 들어오라는 초대장과 같은 한 마디. 그의 생활보호를 담당하던 공무원은 처음부터 편견이 없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악의 없는 관성 정도의 편견이었다고 할까. 그런 그가 미카미를 전과자이자 민원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 보았을 때 규정 안에서의 따뜻함이 열리기 시작한다. 어쩌면 감독은 법과 제도가 그 자체로 존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직업, 규정, 제도와 같은 무수히 많은 '틀'이 아닌 그 속을 채우고 있는 '진심'들 말이다.

"선량한 시민이 폭력을 당하는데 못 본 척하는 게 훌륭한 인생이라고?"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요. 사회에서 살려면 변해야만 해요."
"너희같이 비겁한 인간이 될 바엔 죽는 게 나아."


미카미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영화는 내내 그의 실제를 가감 없이 그리는 것으로 편견이 놓치는 사실들을 보여준다. 삶이 따뜻한 적 없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않았고, 나름의 신념대로 살면서 따라오는 처벌은 차곡차곡 받았다. 그것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평범해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사회의 평범함은 오히려 받아들이기 어렵고 ​​적응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영화 <멋진 세계> 스틸컷 ⓒ (주)엣나인필름

 
자기를 배우고 '함께'를 배우고, 적응과 타협을 배워나가는 사람 사는 이야기 뒤에 쌉싸름한 먹먹함으로 영화가 끝났다. 그리고 곧 '우리는 선한 직업에 가려진 악한 마음과 악한 직업에 가려진 선한 마음 중에 무엇을 먼저 보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이​​​​​ 맴돌았다.

선함과 악함은 어떤 세계에서도 순도 100%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당연한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숱한 일상의 순간 속에서 치우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다.

한 사람의 과거가 현재를 대변하는 사회이다.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혹은 어떤 이력을 가졌는지가 그 모습을 지배하는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비단 전과자만의 문제일까?

부정적인 과거가 현재에 주는 영향만큼이나, 대단해 보이는 과거로 지금을 대변하는 삶도 적지 않다. 크게는 경제 성장의 주역이었던 기업가, 사회운동가 출신의 정치인도 있겠지만 가까이에 명문대를 졸업한 회사원이나 대기업 출신의 전업주부까지 우리는 꽤 빈번하게 과거로 나를 말하는 사회를 살고 있다.

과거가 없는 현재는 가능하지 않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과거를 지배했던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그 사람 자체를 보려는 노력이다. 사소할 수 있는 그 노력이 부족할 때, 편견은 평범함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세계에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그런 평범함은 종종 지금에 대한 면죄부가 되기도 한다. 추측하고 넘겨짚지 않고 서로의 지금을 신뢰할 수 있는 멋진 세계가 일상에 스며들기를 바란다. 
멋진세계 니시카와 미와 야쿠쇼 코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더 따뜻하고 더 정갈한 사회를 꿈꾸는 엄마사람입니다. 무엇보다 어디에 있든 모든 사람이 각자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꿉니다. 그런 사회를 바라며 저는, 느리지만 분명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국가의 애도는 달라야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