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수의 시대> 중
김원중 제공
- 배우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주 우연이었어요. 앞서도 언급했듯이 제가 본래 학교 다닐 때 검도를 했어요. 1995년도인가 그랬을 거예요. 영화 쪽에 있던 선배가 검도 대역 배우를 권했고 잠깐 그 역할을 했다가 그 세계의 매력에 푹 빠져서 여기까지 와버린거죠(웃음). 당시에는 검도 등을 제대로 배운 배우가 거의 없었어요. 몸을 쓰는 쪽에 능하다 보니 나름 여기저기서 불러주었고 <긴급구조 119> <전설의 고향> 등에서 단역, 대역, 스턴트맨 등을 했죠. <전설의 고향>에서 귀신분장을 하고 등장했던 기억 등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거기에 더해 무술 감독도 했습니다. 2009년경까지는 배우보다는 그런 쪽으로 활약이 훨씬 많았던 듯싶어요. 그러던 중 <태왕사신기>에서 나름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어요. 만득이라고 박성웅씨 오른팔이었죠. 그렇게 하다 보니까 점점 배우 쪽으로 마음이 많이 기울더라고요. 전문 배우 외의 활동이 수입 등에서는 더 나았지만 왠지 '내가 딴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년 정도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고 이후 2010년 넘어서부터는 주변에 '저 앞으로 배우만 하겠습니다'라고 선포하고 크든 작든 꾸준하게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
- 주연급이 아닌 이상 작품상 공백기가 생겼을 때는 생활 등에서 힘든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그런 부분도 있죠. 아무래도 많은 돈을 받고 그런 역할은 아니니까요.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맺어서 작품은 큰 공백없이 찍고 있는 편이에요. 그럼에도 쉬는 기간이 길어질 때가 있죠. 그럴 때면 대역 배우 등 예전에 했던 일을 조금씩 할 때도 있어요. 어찌됐던 생계는 유지해야 되니까요. 더불어 그래야만이 연기도 계속해서 할 수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얼굴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편한 부분도 있습니다. 얼굴이 나오고 그러면 사람들이 '어, 쟤 저기서 왜 저러고 있냐?'고 할 수 있으니까요. 조그만 역할을 하는 배우라도 공백기에 막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이유입니다."
- 영화 외에도 다수의 드라마에도 출연하셨어요. 탤런트라고해도 무방할 듯싶어요.
"그건 아닙니다. 저는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스스로를 영화배우 혹은 영화인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탤런트라는 단어는 뭔가 다재다능한 이를 뜻한다고 알고 있는데 저는 연기 외에는 크게 잘하는 게 없거든요. 젊은 시절부터 영화판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에 영화배우라는 호칭이 가장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다양하게 부르기도 하고 또 그것이 틀린 의미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정확하게 나눠서 얘기하는 쪽을 선호하는지라 저 자신을 항상 영화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개인적 애정도 포함되어 있을 듯합니다."
- 영화인으로서의 남다른 자부심이 느껴지는데요. 영화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 냄새가 난다는 점이에요. 배역이나 역할에 상관없이 서로간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존중해줘요. 정해진 기간 동안 서로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그런 이유가 크지 않을까 싶어요. 아닌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상대적으로 어느 분야보다도 그런 부분이 많다고 느꼈어요. 반대로 드라마에서는 기억이 썩 좋지 않아요. 역할이나 이름값에 따라서 대놓고 무시 당한 적도 적지 않거든요.
역할은 크지 않지만 캐스팅이 들어와서 방송국에 왔어요. 작품에 맞게 분장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분장실에 가라고 해서 갔어요. 그런데 분장실에서는 귀찮은 표정과 말투로 '분장 안 해도 되니까 그냥 가세요'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거예요. 얼마나 황당해요. 제가 분장을 하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간 것도 아니고 촬영을 해야 되는 관계로 가라고 해서 온 건데 그렇게 사람을 모욕을 주면 안 되는 것이죠. 그리고 옆에서 주연급이나 다른 배우들하고는 장난도 하면서 정겹게 이야기 하고 있어요. 당시 온몸을 휘감았던 감정은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그런데 그런 일이 저 말고도 허다해요. 특정 부분에 대해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가끔 그런 일이 생기면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어요. 물론 일부 분들이 그런 잘못된 언행을 하고 있고 더 좋은 분들이 많으십니다."
- 그럼 영화 쪽에서는 항상 훈훈한 일만 있었나요?
"아니요. 상대적으로 그런 케이스가 많다는 것이지 어찌 좋은 사람만 있겠습니까. 다양한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많은 영역이니만큼 별별 일이 다 있어요. 얼마 전 모 작품 영화 리딩 자리에서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어요. 저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 나는 감독이 대놓고 면전에서 '진짜 연기 못 하네' 하면서 면박을 주는거에요. 까마득한 후배들도 함께 있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말이에요. 솔직히 많이 당황하고 화도 났습니다. 제가 연기를 아주 잘한다고 생각은 안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엉망이었다면 지금까지 버티고 있지도 못 했을 거예요.
물론 해당 감독 눈에는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렇게 짜증을 내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줘야 했을까 싶어요. 일단 사람 대 사람으로서 예의가 아니잖아요. 아무리 작은 역할 위주로 달려왔다 해도 신인급도 아닌데 말이에요. 순간적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서 욕설 한번 시원하게 퍼붓고 대본 던지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마저도 배역에서 잘렸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에 너무 속상했죠. 지금 시대에 아직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갑질을 하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툭툭 털고 다시금 나가고 있지만 한동안은 충격으로 멘붕이 와서 연기를 안 하려고 했어요.
"다양한 영역 폭넓게 연기하는 배우 되고 싶어"
▲영화 <올드보이> 중
김원중 제공
- 모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보니까 데뷔작이 <쉬리>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렇더라고요.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데뷔작은 김승우, 명세빈 주연의 <남자의 향기>예요. 지금은 단역부터 보조출연자까지 꼼꼼히 기재가 되잖아요. 예전에는 안 그랬어요. 그것 올리는 것도 시간, 돈 들어가는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남자의 향기>를 찾아보면 제 이름이 안 올라가 있을 거예요. 그러다보니 이름이 가장 먼저 언급된 <쉬리>가 데뷔작으로 들어가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엄청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도 아니고 구태여 수정요청 등을 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싶더라고요. 그래도 한국영화 데이터베이스를 취급하는 곳에 가면 <남자의 향기>로 되어 있을 거예요."
- 아무래도 작품수에 비해서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아요. 배역의 비중도 이유로 작용했겠죠?
"맞습니다. 일단 장면수 자체가 적고 더불어 액션 쪽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잠깐 싸우고 사라지는 역할이 많았죠. 차라리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대사가 비중을 좀 차지했으면 달랐을까 싶기도 해요. 액션에 능하고 얼굴도 곱상한 편은 아닌지라 그쪽 역할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이게 참 애매한 게 요즘은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잖아요. 잘생기려면 정말 잘생기고 험상궂으려면 제대로 험상궂어야 통하더라고요. 제가 곱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악역 쪽으로 포스가 뚝뚝 떨어지는 인상도 아니거든요. 처음에는 살짝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 외모는 변신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기에는 지금 제모습도 괜찮다고 보여집니다."
- <범죄도시4>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공개적으로 나타내셨더라고요.
"아… 개인 SNS를 보셨군요? <범죄도시> 시리즈는 제작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작품이에요. 흥행이 될 줄 몰랐던 시기부터 왠지 출연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1편 제작 당시 오디션을 봤는데 아쉽게 떨어져 버렸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2, 3편 연속해서 지원서를 넣었는데 오디션조차 보지 못했어요. 담당자 손에까지 프로필을 쥐어줬는데 연락이 안 왔어요. 물론 잘못됐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들 입장에서는 할 일이 엄청 많고 제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나 보죠. 그래도 해당 작품에 여전히 애착이 남아있고, 꾸준히 의욕을 보이다 보면 한 번은 불러주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 바람이 있습니다. 말은 이렇게 하고 있지만 아직 프로필도 돌리지 않은 상태예요. 어떻게 할까 고민 중에 있다고 보는 게 맞겠죠.(웃음)"
-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 그래도 이것은 비중이 좀 있었다 싶은 작품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래도 영화 <와일드 카드>를 꼽아주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작품의 중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형사 양동근, 정진영에게 쫓겨서 도망가는 소매치기가 저예요. 완전 나쁜 놈이라기보다는 귀엽고 코믹스런 캐릭터였죠. 아무래도 엔딩을 장식하다 보니까 더 기억에 남았나 봐요. 그때 팬클럽도 생긴 적이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리고 앞서 언급했지만 드라마 <태왕사신기> 만득이도 잊을 수 없죠. 당시 인기가 높은 작품 속에서 감초 역할을 하다 보니까 정말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셨죠. 한 3개월간은 길거리를 마음 놓고 못 걸어 다닐 정도였다니까요. 나름 대사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잊혀지는 것도 금방이더라고요(웃음). 영화 <해적>같은 경우 대사가 많거나 그러지는 않지만 장면 자체에서 계속해서 잡혀요. 노출이 많이 된 거죠. 은근히 출연작품이 많다 보니 처음에는 이름만 듣고 '누구?' 하다가도 얼굴을 알고 시간이 조금 흘러서 '어라, 저기에도 나왔어?'라고 물어오는 분들이 지금도 있어요."
- 오랜 경력에 비춰봤을 때 기회가 많이 안 와서 그렇지 비중이 큰 캐릭터를 맡게 되면 또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듯싶어요.
"맞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얼마 전 단편영화 <경계선>을 찍었는데요. 거기서는 주연 중 한 명이에요. 대사량도 많고 연기해야 되는 범위도 넓어요. 그러다보니 저도 모르는 또 다른 표정과 발성 등 여러 가지를 발견하게 되는 계기도 됐어요. 작품 중 아내가 죽어서 오열하는 장면이 있는데 배역에 몰두하다 보니 감정도 끓어오르고 정말 제2의 자아가 튀어나온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달라진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작품을 모니터링하면서 '아, 내가 저런 모습도 있구나. 그동안 기회가 없었을 뿐 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예전부터 노력은 많이 했어요. 감우성, 손예진 주연 <연예시대> 촬영 당시에는 초반 변태가 나오는데 아무도 안 하려는 거예요. 저런 역할도 경험해보면 좋겠다 싶어서 스스로 지원해서 했던 기억도 납니다."
- 마지막으로 배우 김원중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늘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지치지 않고 달려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라는 이유와 더불어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격려해주시는 분들의 힘이 엄청 컸습니다. 더 다양하고 폭넓은 연기를 통해서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할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범죄도시 출연하고파" '오징어게임' 245번 김원중의 바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밴드
- e메일
- URL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