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헌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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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는 명명백백 액션 장르이지만 한편으론 '팩션' 장르를 표방한다. 역사적 사실에 고유의 상상력을 덧붙여 재미와 의미를 다잡고자 했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하며 1983년이라고 시대적 배경을 정확하게 보여 줬는데, 이후 '이웅평 대위 미그-19기 귀순 사건',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일들이 벌어진다. '장영자 금융사기 사건' 관련된 말도 오가고 '5.18 광주 민주화운동'도 엿보인다. 실제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재미가 더할 것이다. 잘 몰라도 무리가 없을 만큼 전반적 스토리 라인에 적절히 스며들었다.
영화는 후반부 들어 박평호와 김정도를 통해 하고 싶은 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명백하게 강렬하게 뿜어낸다. 무자비한 국가 폭력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는 것과 수많은 이가 다치고 죽는 전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한국 현대사의 틀에서 벗어나 범시대적이자 현재적으로까지 의미가 확대되는 순간들이다. 충만한 장르적 재미와 함께 누구나 마음속 깊이 새길 만한 보편적 의미가 두루두루 갖춰져 적재적소에 뿜어져 나오니, 어찌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싶다.
그렇다, 나는 <헌트>가 좋았다. 이 영화가 한국 첩보물 역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액션이 너무나도 세련되고 빼어나서 볼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정재와 정우성이 23년 만에 영화 속에서 조우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제대로 보여 주지 쉽지 않았던 폭력의 시대 1980년대 한가운데를 있는 그대로 스크린에 담으려고 한 노력이 절절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거기엔 여지 없이 명분과 대의가 한가득한 '대한민국 1호 암살'이라는 바람이 있다.
시대적 함의와 대의가 맞물리는 개인의 신념들이 처절하게 부딪히는 가운데 폭발하는 액션이 역대급인 <헌트>, 보고 보고 또 보면서 오롯이 받아들이고 새기고 싶을 만한 영화다. '이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하는 물음표가 아니라 '이런 영화가 또 나오면 좋겠다!' 또는 '이런 영화는 꼭 다시 나와야 한다!' 하는 느낌표를 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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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