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태종 이방원>.
KBS1
이정우 작가가 집필한 <태종 이방원>의 대사는 다른 사극들에 비해 '고어(古語)'의 비중이 작고 직관적인 편이다. 트렌드에 발맞춘 정통 사극의 방향성을 잘 보여주는 특징이기도 했지만, 대사의 깊이 역시 얕아졌다.
드라마가 마지막을 향해 달려 가면서 '32부작이라는 분량은 너무 적다'는 여론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방원이 겪은 삼십 년의 역사를 32부작이라는 짧은 분량에 압축시키다 보니, 인물의 심리 변화나 하차가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성계는 정몽주와 정도전 등 옛 동지들의 죽음에 눈물을 지었지만, 정작 그들과의 관계성과 유대는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약이 아니라 참형으로 숨을 거둔 우왕과 창왕, 비행으로 점철된 양녕대군의 행태, 호전적 무장의 면모가 강조된 정종 이방과 등 고증에 충실한 묘사가 호평받았다. 그러나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주인공 이방원을 묘사하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다운 군왕은 없소. 군왕다운 군왕이 있을 뿐이오." (<태종 이방원> 마지막회 중)
프롤로그에서 이방원은 양위를 거부하는 충녕대군에게 '어째서 내가 괴물이 아닌 것이냐'라며 울부짖었다. 무인 정사(제 1차 왕자의 난) 직전에도 이화상(태항호 분)에게 '나는 괴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기를 자처했다. 그러나 그가 괴물이 되는 것을 불사하면서 만들고자 하는 국가의 모습은 크게 그려지지 않았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척을 잔혹하게 숙청하는 모습이 그려졌으나, 백성을 위해 헌신한 태종의 치세나 정치적 방법론에 대한 묘사는 부재했다.
다소 허술하게 연출된 '조사의의 난'은 공중파 드라마 제작 환경의 한계를 보여 주었다.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던 CG는 갈수록 줄어들었다. 드라마를 존폐 위기까지 몰고 갔던 동물 학대 논란 역시 제작 환경의 한계에서 나왔다. (7화에서 이성계의 낙마 장면을 연출하는 과정에서 와이어를 이용해 말을 넘어뜨렸고, 이후 말 '까미'가 폐사하고 스턴트맨이 크게 다쳤다. 이에 따라 방영이 약 1개월간 중단되는 고초 역시 겪었다. 방송가의 동물 학대가 공론화되고, KBS 측에서는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다.)
<태종 이방원>은 지난 5개월 동안 대하 사극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안정적인 시청률도 기록하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사료에 충실한 정통 사극에 대한 높은 수요를 증명했다. 여러 숙제를 남기긴 했지만, 2022년에도 대하 사극은 흥미로운 장르가 될 수 있다. KBS가 지속적인 대하 사극 제작을 예고한 만큼, 이 작품이 대하 사극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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