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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사라지는 것들

[TV 리뷰]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22.03.25 11:42최종업데이트22.03.2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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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MBC 에브리원
 
외국인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국의 옛 풍경은 어떻게 비쳤을까.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그 와중에서 많은 오래된 것들이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에 밀려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때로는 바뀌지 않아서 좋은 것도 존재한다. 반복되는 한류 자랑과 국뽕식 연출에서 벗어나, 우리에서 잊혀져가던 가치들에서 오히려 한국의 색다른 매력을 찾아낸 외국인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3월 24일 방송된 방송된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는 한국살이 11년 차 브라질 출신 호드리고, 한국살이 10년 차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크리스가 출연했다.
 
첫 등장부터 음식에 대한 진지하고 학구적인 자세로 눈길을 모은 호드리고는, 현재 주한 브라질 대사관에서 식품 외교관이라고 할 수 있는 '농무담당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호드리고는 "한국 농업법 안에서 브라질 제품이 적절한 품질과 식품 안전성, 지속 가능한 안전성을 가지고 한국 소비자의 식탁에 도착하도록 하는 일"이라고 자신의 업무를 설명했다.
 
대사관 상사인 네이롤과 출장을 나선 호드리고는 한국의 굼벵이 농가를 방문했다. 식용곤충은 미래식량으로 불리우며 식품 산업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주저하는 네이롤과 달리 호드리고는 적극적으로 질문에 나서는가하면 시식까지 나서며 의욕을 드러냈다.
 
호드리고는 "맛있고 바삭하고 담백하다. 그런데 설명으로 다 표현되지 않는다"라면서 스튜디오에 직접 공수해온 굼벵이를 선보였다. 갑작스러운 시식타임에 당황했던 출연자들이지만, 막상 맛을 보고는 의외로 나쁘지 않다면서 민물새우나 번데기 맛에 비유하기도 했다.
 
호드리고는 포르투갈 출신 조아나, 아일랜드 출신 키아라 등 외교관 동료들과 점심식사를 했다. 세 사람은 연잎밥과 나물 정식으로 한식의 매력을 즐겼다. 호드리고는 한국 음식과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보이며 출연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호드리고는 "제게 한국은 많은 것의 본보기다. 앞으로 한국의 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와 방식도 배우고 싶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이어 남아공 출신의 사진작가 크리스의 일상이 공개됐다. 크리스는 특이하게도 운송용 차량을 몰고 등장했다. 차 안에는 차량보다도 더 고가의 카메라 장비들이 구비되어 있었다. 크리스는 의류 광고 등 상업적인 촬영과 개인적인 촬영도 모두 한다고 밝혔다.
 
이날 크리스가 카메라를 들고 찾은 곳은 용산이었다. 크리스는 "한국에 계속 살고 있는 만큼 한국적인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계속해서 사진을 찍을 만한 곳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크리스의 카메라가 주목한 곳은 화려한 도시가 아닌 변두리에 가까운 한국의 옛날 풍경을 간직한 공간이었다. 크리스는 "요즘 서울에 없어지는 마을이나 모습들이 많다. 미래에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을 것이다. 옛날 모습을 찍어놓으면 사진으로 온전히 남길 수 있다. 제 생각에는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크리스의 카메라는 백빈건널목을 향했다. 지나가던 사람도 자동차도 잠시 멈춰서야만 하는 곳. 이제 서울에 건널목은 몇 개 남지 않았다. 달리는 열차처럼 시간은 계속 흘렀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거리가 남아있었다.

이어 크리스는 구부러진 철길과 동네의 풍경을 렌즈에 담았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평범하고 잊혀져가는 건널목이었지만, 크리스의 시선에서는 무엇보다 아름다운 한국의 풍경이었다. 크리스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 그때 안 찍으면 다시 볼 수 없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찾을 수 있으면 바로 사진을 찍는다"고 밝혔다.
 
크리스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모델을 섭외하기도 했다. 연이은 거절에도 굴하지 않고 결국 지나가는 행인을 설득하여 사진을 찍는 데 성공했다. "길거리 사진을 찍을 때는 지나가는 사람들이랑 많이 이야기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자연스러운 거리 사진을 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크리스의 동네 친구라는 미국인 케빈을 만났다. 한국살이 12년 차라는 케빈은 한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용산의 한 방앗간이었다. 두 사람은 처음 와보는 오래된 방앗간 풍경에 신기해하며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오래된 곳에 가면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각각의 사연을 지닌 오래된 물건들은 아주 좋은 사진의 소재가 된다"고 밝혔다. 알베르토는 "서양권에서는 방앗간이라는 가게가 없으니까 너무 신기하다"라고 공감했다.
 
어릴적에 서울로 상경하며 40년째 방앗간을 운영중이라는 사장님은 "용산에 있던 방앗간 일곱 곳중 네 곳이 이미 문을 닫았다. 힘들게 가게를 계속 운영해나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금은 자식을 다키워서 대학 보내고 장가 보내서 부모로 할 일을 다했다"는 사장님은 수십년간 힘든 일을 하느라 지문이 사라진 손가락을 보여주며 세월의 고단함을 느끼게 했다. 크리스는 사장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다. 그런 분을 찍으면 사진에도 좋은 느낌을 담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한 장면.MBC 에브리원
 
이어 크리스와 케빈은 길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추억의 이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외관에 추억의 바리깡 등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이 용기내어 안으로 들어서자 이발소만 40년을 운영해왔다는 백발의 사장님이 친절하게 반겼다.

1930~1950년대까지 오랜 역사를 거슬러올라가는 옛날 미용기구들과 전화기까지 그대로 진열되어있는 모습에 알베르토는 "박물관이네"라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사장님은 "옛날 것을 좋아하고 사랑한다. 옛날의 흔적을 남기고자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크리스와 케빈은 한국식 전통 이발소 체험에 도전했다. 옛날식 면도칼이 등장하자 케빈은 바짝 긴장하여 억지웃음을 지었지만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크리스는 옛날식 세면대에서 사장님의 거친 손길과 스타일링을 느끼며 머리를 감고 이발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는 세월을 간직한 이발사의 모습을 기념으로 사진에 담았다. 크리스는 "오래된 사진을 찍는 건 항상 재미있다. 세월이 지나면 자연히 낡은 물건들이 생긴다. 현대적인 물건에서는 나올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이번엔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돼지갈비집을 찾았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연탄불로 갈비를 요리하는 모습에 크리스는 바로 일어나 카메라에 담았다. 두 사람은 갈비와 쌈, 대파김치 등으로 한국의 맛을 음미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케빈은 오랫동안 한국살이를 하면서 "처음에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행같았다면 지금은 고향같은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크리스도 이에 공감하며 "한국에 사는 게 좋다. 길에 걸어다니며 고가의 비싼 카메라 장비를 들고다녀도 문제없을(도난 당할 걱정이 없다는) 것 같아서 좋다"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는 기회가 진짜 많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같이 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을 찾을 수도 있다. 한국은 제게 꿈을 펼칠수 있는 곳"이라며 한국 생활에 대한 만족감을 고백했다.
 
한편으로 크리스는 "한국이 빨리 개발이 되면서 모습이 많이 바뀌고 있다. 좋은 점도 나쁜점도 있다. 가다가 전통적인 볼거리를 보면 행복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미래에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을 것 같아서다. 저희는 카메로 이런 모습을 저장하고 아낄 수 있어서 좋다"라고 밝혔다. MC들은 호드리고와 크리스의 한국에 대한 각기 다른 열정을 보면서 오히려 한수 배웠다며 박수를 보냈다.
 
사진은 담는다는 것은 그 시간을 담는 것과도 같다. 시대의 발전과 '빨리빨리' 문화속에 아쉽게 잊혀지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사진과 기록이 있기에 언젠가 우리가 이렇게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가 소홀히 여겼던 우리의 역사들, 우리의 풍경들이 가진 진짜 가치를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의 시각으로 접할 수 있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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