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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마법사가 보여준 아웃사이더들의 연대

[리뷰]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22.03.23 13:51최종업데이트22.03.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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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스틸 이미지.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검은 괴생명체 옵스큐러스가 거리를 쑥대밭으로 만든 1926년 뉴욕. 미국 마법 의회 MACUSA의 피쿼리 대통령과 오러인 '퍼시발 그레이브스(콜린 파렐)'가 옵스큐러스를 추적하는 사이, 영국인 마법사 '뉴트 스캐맨더(에디 레드매인)'가 뉴욕에 도착한다. 자신이 마법의 가방 안에서 돌보던 천둥새를 본래 집에 풀어주기 위해 미국을 찾은 뉴트. 그러나 은행을 지나던 중 금은보화를 좋아하는 동물인 니플러가 가방을 탈출한다. 그 와중에 뉴트와 노마지 '제이콥(댄 포글러)'의 가방이 뒤바뀌면서 신비한 동물들이 대거 탈출하자 그들은 동물들을 찾기 위해 뉴욕 곳곳을 누비기 시작하고, 전직 오러 '티나(캐서린 워터스턴)'와 마법 의회 직원이자 자매인 '퀴니(앨리슨 수돌)'와 엮이게 된다. 

한편, 옵스큐러스의 횡포가 점점 거세지는 가운데 마법 사회와 노마지 사회를 모두 혼란에 빠트리는 테러가 발생하고, 이방인인 뉴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 '크레덴스(에즈라 밀러)'와 함께 예기치 못한 혼란의 중심에 선다. 

2016년에 개봉한 <신비한 동물사전>은 <해리 포터> 세계관 속 프리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시리즈의 3편인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의 4월 개봉을 앞두고 재개봉했다. 개봉한 지 5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신비한 동물사전>은 속편인 <그린델왈드의 범죄>가 혹평을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재평가되고 있으며, 원작자이자 각본가인 조앤 롤링이 혐오 논란에 휩싸이면서 역설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딱히 영웅이라 보기 힘든 아웃사이더들을 전면에 내세워서 <해리 포터> 시리즈로부터 이어지는 '사랑'이라는 주제 의식을 스크린 위에 인상적으로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한 단어로 표현하면?

그래서 <신비한 동물사전>에 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려면, <해리 포터> 시리즈를 되짚어보고 넘어가야만 한다. 이때 <해리 포터> 시리즈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그 단어는 '사랑'이 될 것이다. 당장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힘을 아는 해리와 알지 못하는 볼드모트의 갈등이 시리즈의 중심에 있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실제로 시리즈 속 해리는 부모님과 선생님, 동료, 그리고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 덕분에 볼드모트의 위협으로부터 몇 번이고 생존하고 탈출할 수 있었다. 반대 양상도 나타난다. 마지막 호그와트 전투에서 볼드모트의 저주가 호그와트를 지키려는 이들을 헤칠 수 없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해리가 자신을 보호해준 수많은 이들처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결과 모두에게 보호 마법을 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반면에 볼드모트에게는 연인도, 친구도, 동료, 가족도 없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사랑을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그래서 그는 덤블도어와 해리의 계획과 선택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의 영혼이 불구가 될 때까지 영혼을 잘라내는 어둠의 마법인 호크룩스를 연달아 만들면서 파멸을 자초했다. 그래서 <해리 포터> 시리즈는 사랑이 모든 마법 중에서 가장 강력하며 마법의 기초가 되는 근원적인 고대 마법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해리 포터>는 철저히 예수의 사랑과 희생을 강조하는 기독교 신약의 알레고리로 무장한 작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는 <신비한 동물사전>도 마찬가지다. <해리 포터>의 프리퀄 영화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본인만의 방식으로 녹여낸다. 그 중심에는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 뉴트 스캐맨더, 티나 골드스틴, 퀴니 골드스틴, 제이콥 코왈스키가 있다. 이들은 모두 '아웃사이더'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동물과의 소통이 더 편한 마법사인 뉴트는 대인관계에 굉장히 서투르다. 티나는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미국 마법 의회에서 배척받는 인물이다. 그녀의 여동생인 퀴니는 선천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지닌 강력한 레질리먼스라서 주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미움을 산다. 제이콥 또한 변화한 미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제1차 세계 대전의 참전용사로 묘사된다. 

영화는 이 네 아웃사이더의 선택을 통해 사랑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옵스큐러스를 둘러싼 혼란과 뉴트의 가방에서 튀어나온 신비한 동물들로 인해 의심과 두려움이 가득한 관계였던 네 주인공. 그들은 뉴트를 돕는 일련의 여정을 통해 우정과 로맨스를 쌓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가면서 서로에게 필요했던 위로를 얻는다. 퀴니는 뉴트에게 마음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주는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그의 아픔을 어루만진다. 티나와 뉴트는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뉴트는 빵집을 차리려는 제이콥의 꿈을 이루어 줄 지렛대를 놓아준다. 또 제이콥은 늘 외롭게 살아왔던 퀴니에게 따뜻함을 선사한다. 이렇게 영화는 소외받는 이들이 서로 어떻게 힘이 되어주고 치유해 줄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네 아웃사이더의 연대는 그 안에 속하지 못하는 다른 아웃사이더들의 존재 덕분에 더욱 강한 인상을 남기는 듯 보인다. 크레덴스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어머니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학대당한다. 그가 조력자이자 구원자로 믿었던 그레이브스는 이용가치가 떨어지자 크레덴스를 가차 없이 버린다. 이렇게 마법사 사회와 머글(노마지) 사회로부터 모두 버림받은 존재인 그는 네 주인공과 달리 자신을 보듬어줄 공동체를 발견하지 못하고, 끝내 혼자 남는다. 이러한 대조는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충분히 사랑받지 못한 이들이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에 더해 영화의 최종 흑막인 '그린델왈드(조니 뎁)' 역시 아웃사이더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아웃사이더라는 개념은 개인의 주관적 인식에 의해 결정된다. 자신이 공동체와 사회로부터 배제당하고 소외당한다는 서사를 가진다면 누구나 자신을 아웃사이더로 여길 수 있다. 이는 그린델왈드가 마법사 사회를 향해 자행한 자신의 테러를 합리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는 마법사들의 존재를 비밀에 부치는 법률을 두고 "이 법은 대체 누굴 위한 거지? 우리? 아니면 저들? 난 더 이상 이 법을 따르지 않겠다"라고 말한다. 마법사들이야 말로 마법사가 아닌 노마지(머글)에 의해 차별과 공격을 당하고 있으니 자신도 아웃사이더이고, 따라서 그들에게 반격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에게 피해자 서사를 부여하고, 실재하든 아니든 외부의 적을 가정하여 공격성을 표출하는 것은 그린델왈드의 모티브인 히틀러와 나치의 서사임이 분명해 보인다. 동시에 혐오와 증오가 점점 더 중요한 정치적 개념으로 떠오르는 현대 사회에서 경계해야 할 서사이기도 하다. 즉, <신비한 동물사전>은 아웃사이더라는 틀을 깨고 나와 다른 이들과 공존할 것인지, 아니면 그 틀 안에 갇혀서 반목할 것인지 그 선택에 대해 묻는 영화인 것이다. 이는 2020년에 트랜스젠더 혐오 논란에 휩싸였고, 그 결과 해리포터 20주년 다큐멘터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원작자 조앤 롤링의 태도가 더욱 실망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아웃사이더들의 연대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 스틸 이미지. ⓒ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한편 <신비한 동물사전>은 사랑, 구체적으로는 아웃사이더들의 연대라는 테마를 인간 사이에서만 국한시키지는 않는다. 덕분에 영화의 메시지와 주제의식은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그 중심에는 신비한 동물들이 위치한다. 본작에서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살짝 모습을 비추고 존재를 암시했던 여러 동물들이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니플러, 스노잉 이블, 보우트러클과 천둥새 등이 뉴트와 맺는 유대 관계는 마법사와 노마지(머글) 간의 갈등과 함께 영화의 두 축을 나눠 맡는다. 

뉴트는 각 개체에 알맞은 소통 방식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각 동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동물들을 자신의 소유가 아닌 동등한 생명체로써 존중할 수 있고, 그들이 없어졌을 때도 더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신속히 되찾을 수 있었다. 역으로 보면, 뉴트가 신비한 동물들을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대했기에 그들도 뉴트가 필요로 할 때마다 도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옵스큐러스와 그린델왈드가 초래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서 신비한 동물들도 자연스레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신비한 동물사전>은 주류 마법사 사회에서 배제당한 아웃사이더뿐만 아니라, 마법사와 동물들 간의 유대감에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며 그들이 함께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공들여 묘사한다. <신비한 동물사전>은 거대한 상업 영화이자 판타지 영화이기 이전에 왜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이가 없는 공동체가 필요한지, 왜 다양성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지를 자연스럽게 환기하는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신비한 동물사전>에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뜻깊은 주제와는 별개로 장단점이 뚜렷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불사조 기사단>부터 계속해서 해리 포터 시리즈의 메가폰을 잡고 있는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옵스큐러스의 정체와 관련된 맥거핀을 중요한 영화적 장치로 활용한다. 이는 <쿠쿠스 콜링>이라는 추리소설을 집필하기도 한 조앤 롤링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이 맥거핀은 극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영화의 리듬감을 조절하며 서로 다른 두 개의 플롯을 연결한다. 크레덴스가 등장하는 스릴러 내지는 미스터리 호러 장르와 뉴트가 등장하는 어드벤처 장르를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이 맥거핀은 192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지면서 호그와트를 배경으로 한 <해리 포터>의 밝고 동화적인 분위기가 아닌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만의 어둡고 중후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도 성공한다. 

그러나 맥거핀이 주는 반전을 맛보기 전까지 과정이 다소 늘어지는 점은 명백한 단점이다. 주요 인물들과 신비한 동물들을 소개하고 <해리 포터> 시리즈와의 연결점을 소개하는 단계에서 딱히 필요치 않은 장면이 끼어들어 극의 진행을 방해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는 전체적으로는 실보다는 득이 많았기 때문에, 기존 시리즈와 차별점을 두기 위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했던 연출과 편집 상의 도전처럼 보이기는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여러 측면으로 자신만의 매력을 구축해 관객들을 만족시킨 <신비한 동물사전>은 몇 가지 단점이 있다 하더라도 충분히 성공적인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potter1113)와 블로그(https://blog.naver.com/potter1113)에 게재한 글입니다.
영화리뷰 신비한 동물사전 해리 포터 시리즈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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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읽는 하루, KinoDAY의 공간입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정치경제철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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