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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구하려 떠난 여행에서 죽은 아버지를 만났다

[리뷰] 넷플릭스 <애덤 프로젝트>

22.03.23 14:20최종업데이트22.03.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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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의 깊이는 헤아리기 어렵다. 그 슬픔을 덜기 위한 좋은 방법이 있을까. 흔히 이럴 때 대부분 사람들은 '시간'을 이야기한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조언. 그런데 이런 방법은 어떨까? 아예 사랑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난 애초에 사랑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으로 아플 이유도 없을 테니까. 그 방법을 택한 소년이 있다.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애덤 프로젝트>의 애덤이 그 주인공이다.  

라이언 레이놀즈, 마크 러팔로, 조 샐다나, 제니퍼 가너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애덤 프로젝트>. 사연은 성인 애덤을 맡은 라이언 레이놀즈의 어린 시절 애덤으로 부터 시작된다. 어린 애덤(워커 스코벨 분)의 아버지 루이스 리드(마크 러팔로 분)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엄마와 둘이 남겨진 애덤은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감당하기 어렵다.

작은 덩치에도 동급생과 싸우다 번번이 정학을 당한다. 유일한 가족인 엄마에게도 말이 곱게 나가지 않는다. 그런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히던 애덤은 급기야 아버지를 미워하기로 한다. 아버지가 바빠서 자신을 돌보지 않았다고.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했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미움의 감옥에 가두어 버린다. 애덤은 우울증으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다. 
 

애덤 프로젝트 ⓒ 넷플릭스

 

애덤이 애덤을 만났다

2050년, 애덤은 커서 비행사가 됐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라를 만난다. 그런데 애덤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로라가 시간비행을 하던 중 사라졌다. 애덤은 지시를 어기로 비행기를 훔쳐 웜홀을 열고 시간을 거스른다. 로라가 사라졌을 거라고 생각되는 2018년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가 도착한 곳은 2022년. 그곳에서 애덤이 만난 건 또 다른 애덤, 아니 아버지를 잃고 한참 상실감에 시달리던 12살의 애덤이다. 

영화는 여기에 시간 여행을 하던 중 부상당한 큰 애덤이 원래의 목적지인 2018년으로 가기 위해서는 동일한 DNA를 가진 작은 애덤이 필요하다는 설정을 더한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두 애덤 앞에 로라가 나타난다. 하지만 로라를 만난 기쁨도 잠시, 큰 애덤은 적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로라를 방패막이로 남겨 두고 2018년으로 떠나야 한다. 그리고 그건 로라의 마지막 소원이기도 했다. 
 
<애덤 프로젝트>의 숀 레비 감독은 <박물관이 살아있다>, <프리 가이>를 연출했다. 그의 대표적 필모에서 보여지듯이 박물관이나, 게임과 같은 익숙한 시공간을 매개로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웜홀을 열어 시간여행을 한다는 발상은 특별히 새로울 것 없지만, 비행선 단 2대 만으로 조성한 조촐한 시간 여행의 장 안에 가족애와 인류애를 버무려 익숙한 듯하면서도 신선한 SF버전의 가족 영화를 만들어냈다.  

아버지를 만난 '두 애덤'
 

애덤 프로젝트 ⓒ 넷플릭스

 

두 애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도착한 2018년. 그곳에는 두 애덤의 아버지이자, 두 애덤의 시간여행을 가능케 만든 물리학자 루이스 교수가 있다. 아버지가 발견한  2018년의 물리학적 쾌거가 2050년 재앙의 근원이 되었던 것이다. 지구를 구하기 위한 SF적 사명, 하지만 그걸 빌미로 다시 만난 부자들은 묵은 애증의 응어리를 풀어낸다.  

아버지를 너무도 사랑해서 아버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가두어 버린 어린 애덤, 그 애덤을 마흔 살의 애덤이 찾아와 보듬는 장면, 그리고 여전히 아버지에 대한 애증에 어쩔 줄 모르는 큰 애덤에게 진실을 전해주는 작은 애덤의 세대를 거스른 '우정' 혹은 '자기애(?)'의 장면들이 이 영화의 묘미다.

결국 두 애덤은 시간여행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시간을 거슬러도 아버지와의 이별을 피하지는 못하지만, 이제 그들은 안다. 이별은 슬프지만 그럼에도 아버지가 자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시간을 거슬러 비로소 두 사람은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수용할 용기를 얻는다. 

마흔 살의 애덤이 어머니를 위로하는 모습이나, 물리학자로서, 아버지로서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젊은 아버지 루이스의 연민은 영화 전체에서 한 신에 불과하지만 가족 영화로서의 중심을 잡아준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내공과 제니퍼 가너의 조화가 빛나는 지점이다. 

또한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 <아바타>의 조 샐다나 역시 짧은 분량이지만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 지구를 지키는 멋진 걸크러쉬 캐릭터로 손색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5252-jh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애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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