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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복 무게에 떨면서 연기" 김무열의 고백

[인터뷰] <소년심판> 차태주로 열연

22.03.11 18:01최종업데이트22.03.1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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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차태주 판사를 연기한 배우 김무열. ⓒ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속 차태주는 네 명의 소년부 판사 중 유일하게 따뜻함을 표현하는 인물이다. 그 스스로도 소년범이었다는 과거 때문일까. 드라마 중반부터 차태주의 사연이 공개되며 왜 그가 소년범죄와 소년범 교화에 헌신하게 됐는지 설득력을 갖는다. 드라마의 입체성 또한 살아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난 김무열은 "드라마를 만나기 전엔 소년범죄에 많은 분노를 갖고 바라봤던 것 같다"며 자신의 편견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소년심판>이 판사들의 생리와 법원 조직 내부는 물론이고 가해자와 피해자, 나아가 그들의 가족까지 고루 조명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 또한 공감했다고 한다.
 
법정의 공기
 
"전엔 아무 것도 모른 채 분노만 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나름 사회 문제에 관심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년범죄가 어찌 일어나고 재판과 처벌 진행 과정은 어떻고, 처벌받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촬영하면서도 이런 부분을 생각하며 이해 폭을 넓혀간 것 같다.
 
차태주 판사를 연기한 후 소년범을 바라보는 제 시각이 얼마나 좁았는지 반성하게 됐다. 소년범죄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와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잘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연기자로서 많은 분들에게 질문 던지는 사람인 만큼 앞으로도 여러 의미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을 하면서 질문을 잘 건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렇기에 촬영을 거듭할수록 김무열은 자신이 입은 법복의 무게를 실감했다고 한다. "이제 연기할 땐 크게 긴장하진 않는데 법정에서 법복 입고 연기할 때 그렇게 떨었다"며 "이런 긴장감을 오랜만에 느꼈다"고 그는 전했다.
 
"아마도 그건 촬영 전 소년재판을 참관했을 때 법정에서 느낀 공기가 뇌리에 박혀서라고 생각한다. 재판으로 누군가의 인생이 바뀌는 거니까. 처음 참관 갔을 때 사무관님이 법정 구조를 설명해주셨다. 옆에 문이 두 개다. 하난 재판 당사자와 보호자가 들어오는 문이고 다른 하난 소년범이 들어오는 문이다. 그 문들이 제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소년범이라고 보면 정말 평범한 학생의 모습이다. 판사의 판결로 그가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죄인이 되는지 갈리는 거지. 판사님이 주문을 한 마디 한 마디 꼼꼼하게 하시는 걸봤다. 숨소리조차 크고 무겁게 느껴지더라. 그 무게감을 체험한 것 같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스틸컷 ⓒ 넷플릭스

 
차태주로 올곶게 서다
 
무게감이 들수록 김무열은 스스로의 연기에도 의문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특히나 김혜수가 연기한 심은석 판사를 비롯해 이성민의 강원중, 이정은의 나근희 판사 모두 냉철하거나 자신의 소신을 강하게 드러내는 발산형 인물임에 비해 차태주는 시종일관 따뜻한 태도로 감정의 동요를 안으로 누르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김무열은 "현장에서 이성민 선배와 김혜수 선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김혜수 선배님은 첫 촬영 때 복도에서 마주치는 장면을 찍은 뒤 무한 칭찬을 해주셨다. 제가 어느 곳을 바라봤고 어떤 손짓을 했는지 기억하시고 말씀해주시더라. 신이 나서 정말 선배님 앞에서 (연기로) 춤을 췄다. 2회 촬영 후 내부 시사를 했는데 이성민 선배님께는 차 판사의 방향성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선배님은 다들 감정을 분출하거나 개성 강한 캐릭터인데 차 판사는 네 판사의 균형감을 줄 수 있는 역할이다. 지금 이걸 끝까지 밀고 가라고 하시더라. 그게 원동력이 됐고, 그 이후로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쭉 집중했던 것 같다. 전주 촬영지에서 선배님이랑 같이 물짜장을 먹기도 했다(웃음)."

 
가정 폭력의 트라우마를 지닌 판사로서 김무열은 어쩌면 극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가장 심리적으로 가까운 캐릭터를 연기한 것일 수 있다. 한 피해 소년 아버지의 무책임함과 난동에 분노한 나머지 뛰어 내려가 그를 무력으로 제압하는 장면은 차태주 판사의 입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순간이다. 김무열은 "네 판사의 의견이 다들 일리 있기에 그걸 구조화해서 잘 표현했다는 실제 판사님들의 리뷰가 있었다"며 "개인적으론 차태주에게 가장 공감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는 소회를 밝혔다.
 
"유리 아버지(현봉식)를 법정에서 제압하는 모습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튀어나온 거다. 우리끼리도 많이 상의했다. 완벽에 가까운 지성체인 판사가 아무리 정신줄을 놓는다고 해도 법정에서 무력을 사용하는 게 맞냐는 의견들이 있어서 조금씩 수정했고, 유리 아버지가 자기 어머니에게 폭력을 쓰다가 제압당하는 걸로 현장에서 수정됐다. 그게 어느 정도 시청자분들 공감을 얻은 것 같아 다행이다. 참고로 현봉식 배우와는 두 번째 만남인데 저보다 두 살 아래더라. 영화 <머니백> 때 만났을 때 말을 놓으라 했는데 어렵게 말을 놨다(웃음)."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차태주 판사를 연기한 배우 김무열. ⓒ 넷플릭스

 
보통의 시민, 김무열
 
뮤지컬과 드라마, 영화로 데뷔 후 다방면에서 말 그대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액션과 스릴러, 최근엔 코미디까지 도전한 그는 "아무래도 일상이 소시민에 가까워서 그런 캐릭터에 잘 몰입하는 편인 것 같다"며 "이번에 법복을 입은 것도 속으론 가문의 영광 아닌가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연기는 제가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배우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년심판>도 제게 단순히 소년범을 분노의 대상으로 볼 게 아닌 우리 사회 복합적인 문제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교육과 복지의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 말이다. 다만 배우는 질문을 던질 뿐이다. 어떤 메시지를 작품에서 얻을 수 있을지는 결국 봐주시는 분에게 달려 있다. 일단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그리고 디즈니 플러스의 <그리드> 까지.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김무열의 최근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배우 입장에서 급변하는 플랫폼 시장에 대한 생각을 말미에 물었다. "우리만의 문화가 아닐까 싶어 사실 <소년심판> 공개 직전까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앞서 인기 있었던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에 비해 소재 접근성이 국내로 국한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 총기가 있는 나라에선 범죄 행태가 더 끔찍할 테니 말이다. 근데 결국 정서를 건드리는 방식이 핵심인 것 같다. 다른 콘텐츠에 비해 이 드라마들이 속도감이 늦다고 할 수 있지만 일단 공감하기 시작하면 드라마가 힘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이게 혹시 한국 신파의 발전된 형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이 들더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훨씬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있다. 저도 잘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김무열 소년심판 김혜수 이성민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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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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