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킹> 스틸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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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권력층을 쥐고 흔들 수 있는 특수부의 별건수사는 대통령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그들만의 무기였다. 그렇게 타깃을 '박살내는 일'이야말로 특수부 검사들의 본연의 임무였다. 그래야 검찰총장까지 바라볼 수 있다. "그럼 끝이냐고?" 이어 박태수는 말한다.
아니, 진짜 큰 판이 기다린다. 대기업이나 굵직한 로펌으로 들어가 연봉 40억에서 50억 받으며 떵떵거리면서 살거나, 정계로 진출하여 국회의원이 되던지 더 깊숙이는 장관이나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더 큰 권력을 주무르고 휘두른다. 이거 우리 건데 잘 좀 봐줘, 이렇게 선배 후배 만나 술 마시고 그리고 용돈 주고. 누구도 건들지 못하는 세상에서 온갖 권력 다 누리면서 걱정 없이 사는 것이다. - <더 킹> 속 박태수 대사
이처럼 박태수가 한강식을 처음 만나는 장소가 젊은 여성 접대부들과 기자와 검사, 사업가 등이 질펀하게 어울리는 펜트하우스라는 설정은 꽤나 상징적이면서 사실적이다.
<더 킹> 속 특수부 검사들은 무속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차기 대권을 누가 차지하느냐는 정권에 줄을 서야 할 검사들에게 있어 그 결과에 따라 향후 운명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일 터. 그 결과를 점치기 위해 무속인을 찾던 한강식은 급기야 직접 굿판에 참여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한다. 실제 이전 대선과 시대 배경을 겹쳐 놓은 <더 킹>은 한강식이 누굴 지지했는지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유력 재산가나 재벌 봐주기는 일상이다. 지방 검찰청에서 "밤을 세워 사건을 해결"하던 박태수가 한강식 일당의 눈에 띄는 계기도 장애인 여학생을 성폭행한 지역 유지의 아들의 범죄를 봐주면서다.
정치개입도 예사다. 2002년 대선 직전, 한강식은 사우나를 즐기는 야당 정치인들에게 비위자료를 넘긴다. "이거 상대편 박살내라고 갖고 온 건데"라는 노골적인 당부와 함께 "잘 쓰세요. 차분히, 천천히. 쓸데없이 여유 부리지 말고"라는 확인사살도 잊지 않는다. 정치인이 상대방 정적을 고발하면 검찰이 수사한다. 말 그대로 고발의 사주다.
한강식과 박태수의 사무실 한 편에 마련된 자료실엔 이러한 비위자료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검찰이 확보 중인 비위 자료, 수사 자료들이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무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동원되는 것이 바로 언론이다. <더 킹>은 한강수와 박태수 등이 어울리는 자리에 항상 일간지 기자를 대동시키는 설정은 빼놓지 않았다. 그 확보해 놓은 수사 자료를 유리할 때 마다 수사로 터트리는 이른바 '이슈를 이슈로 덮는다'는 검찰의 언론 플레이도 자세히 소개한다. 영화 속 검사와 기자의 관계는 그야말로 검언유착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당신의 결정을 위하여
그리고, 사상 최초 검찰총장 출신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 국면이 펼쳐졌다. 무속이, 고발사주가, 검언유착이, 제 식구 감싸기가, 봐주기 수사와 같은 의혹들이 연일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실시간 전파되는 중이다. 후보 본인이 검사 시절 맡은 사건들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한편 부인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을, 장모가 저지른 사건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한쪽에선 그에 대한 언론의 검증이 부실하다 질타하고, 다른 한쪽에선 상대 후보에 대한 '검찰'발 의혹들에 주목한다. 보수언론들마저 '검찰공화국'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1야당 경선에서 승리한 검찰출신 대선후보는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가는 중이다. 반면, 유권자들은 검찰출신 대선 후보에 대한 더 기준 높은 검증을 요구하고 있다.
<더 킹>에서 한강수와 함께 흥망성'쇠'를 겪은 박태수도 결국 여의도에 진출한다. 한강식은? 수갑을 차고 후배 여성 검사에게 수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리하여 영화의 마지막, 총선 개표 결과를 앞둔 박태수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사기꾼이자 양아치였고 권력을 위해 충성하는 개였다. 그렇게 사람들을 기만하고 속이고 잘 먹고 잘 살아왔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실히, 자기 일에 충실히 살아간다. 그래서 세상은 돌아간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한다. 언제 속임수를 쓰는지 언제 딴짓을 하는지 한시도 긴장을 풀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백발백중 당한다. 내가 어떻게 됐느냐고? 당선 됐냐고? 떨어졌냐고? 그건 나도 궁금하다. 왜냐면, 그건 당신이 결정하는 거니까. 당신이 이 세상의 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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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칼럼니스트 및 시나리오 작가, '서울 4.3 영화제' 총괄기획. 전 FLIM2.0, 오마이뉴스 취재기자,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