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카밀라 발리예바가 15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해 키릴 리히터의 '인 메모리엄' 음악에 맞춰 연기를 시작하기 앞서 예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와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회 후반부에는 '러시아 스캔들'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러시아 출신 카밀라 발리예바는 지난해 말 받은 도핑 테스트의 결과가 올림픽 기간 중 양성으로 나왔는데도 피겨 여자 싱글 경기에 출전을 강행했다.
러시아 코치와 팀닥터 등이 발리예바에게 약물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러시아 측은 이를 부정하고 옹호에만 급급한 데다 도핑 선수의 출전을 방치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역시 비판이 쏟아졌다. 김연아도 SNS를 통하여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국내 중계진은 발리예바의 경기 중계를 거부하는 '침묵 보이콧'을 단행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발리예바는 비판 여론에 부담감을 느낀 듯 부진한 모습으로 메달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또다른 러시아 선수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는 금메달을 놓친 데 실망하며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어 논란에 휩싸였다. 예테리 투트베리제 등 러시아 코치들이 선수들을 시종일관 질책하고 강압적으로 몰아붙이는 장면은 청소년 학대 논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공정한 경쟁과 스포츠맨십을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올림픽 무대에서, 성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못이 드러나도 반성하지 않는 러시아의 뻔뻔한 행태는 전 세계 팬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각종 사건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전세계 선수들의 아름다운 도전은 그나마 올림픽 정신의 순수함을 지탱하는 한줄기 빛이었다. 바이애슬론 종목에 출전한 요하네스 보에(노르웨이)는 지난 평창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비롯하여 10km 스프린트, 30km 계주, 24km 혼성 계주에 이어 15km 매스스타트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이레인 뷔스트(네덜란드)는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1500m에서 금메달을 추가해 동·하계를 통틀어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5회 연속 연속 금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중국의 에일린 구는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최초로 한 대회 메달 3개(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스노보드 스타 클로이 김(미국)은 평창 대회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획득하며 이 부문에서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2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수립했다.
이번 대회 종합 1위는 노르웨이(금메달 16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가 차지했다. 독일(금메달12, 은메달10, 동메달5)이 2위, 개최국 중국(금메달9, 은메달4, 동메달2)이 3위, 미국(금메달8, 은메달10, 동메달7)이 4위를 기록했다.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막이 내렸다. 개최국 중국은 성공적인 대회 운영을 자축하고 있지만 세계 언론들은 대체로 이번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훨씬 우세하다. 전세계의 화합과 친목을 다지는 것이 올림픽이 진정한 목적이었는데, 오히려 대회를 거듭할수록 패권적 경쟁과 자국의 이익을 부각시키려는 정치적 선전도구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감동은 짧고 분노할 거리는 많았던 베이징 대회를 보며 과연 올림픽의 미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근심과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었던 1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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