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온 세상이 하얗다> 관련 이미지.
(주)평화사
매번 기억을 잃는 남자 앞에서 화림은 자신을 속인다. 이름도 바꿔 말하거나 아무 의미 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박가영 스스로도 "진솔하지 않은, 방어 기제가 있는 캐릭터"로 해석하고 있었다.
"사실 제가 연기할 때 주변 인물을 차용하는 편이다. 화림은 혼자 살고 있고 여러 상처들과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다. 그래서 늘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런 분이 주위에 있기도 했다. 그 외로움을 들여다보니 저와 화림도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더라. 제가 우울감이 컸을 때 모습, 그 순간에 내 마음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걸 상상했다. 길우 선배와도 많이 얘기했는데 캐릭터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지 않더라도 느껴지는 대로 하자고 서로 그랬다."
단 5회차 촬영이었지만 나름 신비한 경험도 했다고 한다. 모인과 화림이 여정 중 우연히 들린 한 법당에서 점괘를 장난삼아 봐주는 장면이 있는데 해당 장면 촬영 후 박가영의 목이 실제로 쉬어 버린 것이다. 후반부부터 화림의 목소리에서 다소 쇳소리가 나는 이유다. "조명감독님과 길우 선배는 진지하게 고사 지내듯 촬영 전에 절도 하셨는데 전 안했다. 뭔가 과학적 물증은 없지만 그 이후 저만 목이 쉬었다"는 일화를 전했다.
죽음에 대해
촬영하며 배우들도 죽음에 대해 저마다 생각을 가졌을 법했다. 열린 결말을 두고 해석은 분분하겠지만 박가영 스스로는 "아주 다정하진 않지만 온기가 있는 영화"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마 모인과 달리 화림은 여정 이후 일말의 삶의 의지가 생겼을 것 같다. 결말에 대해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보신 분들마다 다 정답이 다를 것이다. 제겐 적당한 거리감을 주면서도 같은 삶의 목적지를 가진 데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숲 장면에서 두 사람이 죽음으로 가는 여정과 달리 아름답게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배우 박가영.
트리플 픽쳐스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자> <69세> <서스피션> 등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오가기 전까지 박가영은 임용고시를 준비하거나 매년 다른 계획을 세우던 20대 청춘이었다. 사범대를 나온 그가 연기에 발들인 것도 아주 우연한 사고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배우의 꿈을 키워오신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연기자라는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꿈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저 영화를 엄청 좋아하는 관객이었다. 그래서 부산국제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 등을 혼자 다니곤 했다. 그러다가 어디라도 입사하려고 이력서를 한참 넣던 때 작은 영화사도 있었다. 직원으로 넣었는데 어떤 오류가 있었는지 오디션을 보게 됐고, 그렇게 단편 몇 편을 찍게 됐다.
하지만 결과물을 보니 너무 못하더라. 관객분들께도 무례라고 생각해서 추억으로 남기고 그만 뒀었다. 다른 일을 하다가 문득 진심으로 연기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어느 것도최선을 다해본 적이 없어서 연기에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제 나름대로는 진심을 담아 연기하는 걸 우선으로 하고 있다. 지금도 공부 중인데 연기는 참 어려운 것 같다."
<온 세상이 하얗다> 개봉과 비슷한 시기에 박가영은 또 하나의 영화 촬영에 들어간다. 느려 보이지만 차근차근 자신의 길을 그는 그렇게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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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에서 배우로... "작품마다 진심 담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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