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무난했던 남궁민 대상 수상... MBC에 남은 아쉬움

MBC 연기대상 <검은 태양> 열연한 남궁민, 2년 연속 대상 수상

21.12.31 14:19최종업데이트21.12.31 14:20
원고료로 응원

MBC 2021 연기대상의 한 장면 ⓒ MBC

 
연예대상에 이어 연기대상에서도 MBC의 선택은 '무난함'이었다. 앞서 국민 MC 유재석이 <놀면 뭐하니>로 지난 해에 이어 2년 연속 'MBC 연예대상'을 수상한 가운데, 연기대상에서는 배우 남궁민이 드라마 <검은 태양>으로 대상의 영예를 누렸다. 남궁민의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던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준호-이세영이 남녀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2021 MBC 연기대상'이 열렸다. 대상을 수상한 남궁민은 지난 9, 10월 방송한 <검은 태양>에서 국정원 요원 한지혁 역을 맡아 원톱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데뷔 20년 차인 남궁민은 1년 전에는 '2020 SBS 연기대상'에서 <스토브리그>로 대상을 수상한 데 이어 2년 연속 다른 방송사에서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무대에 오른 남궁민은 떨리는 음성으로 오래전 MBC 연기대상에 참여했던 무명 시절의 추억을 꺼냈다. "참가하는 것만으로 기뻤지만 다른 연기자분들을 열심히 축하해드리고 집으로 돌아가 잠자리에 혼자 누웠을 때 뭔가 조금은 먹먹한 기분이 들더라"며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진심으로 너무 감사드린다"고 오랜 세월을 넘어 정상에 오른 소감을 전했다.
 
남궁민은 이어 <검은 태양> 제작진과 동료 연기자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어떻게하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검은 태양>은 한 장면마다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비되어 중반 이후에는 우리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건 참여해주신 스태프와 연기자분들 덕분이다. 너무 많은 것들을 준비해야 해서 스트레스 받으면서 현장에 나가면 사랑스러운 연기자분들이 <검은 태양> 속 그 모습 그대로 제 앞에 서 계셔서 끝까지 힘을 낼 수 있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남궁민은 개인적으로 감사한 이들을 언급하면서 연인인 모델 겸 배우 진아름도 언급했다. "아름아, 내 곁에서 항상 있어 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는 달콤한 인사를 전하며 사랑꾼의 면모를 드러냈다.
 
남궁민은 2001년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단역으로 연기에 처음 입문한 이래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과 조연을 거치며 긴 무명생활을 딛고 정상급 배우의 반열에까지 올랐다. 데뷔 이래 훈훈한 외모와 안정감 있는 발성, 탄탄한 연기력까지 주연급 배우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지만 의외로 스타덤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남궁민은 2017년 KBS <김과장>의 능글맞은 안티 히어로 '김과장' 역을 시작으로 단독 주연으로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조작> <훈남정음> <닥터 프리즈너> <스토브리그> 등 멜로와 범죄스릴러, 스포츠 드라마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냉철함과 인간미, 선악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최초로 첩보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검은 태양>에서는 역할을 위해 체중을 14kg이나 중량하고 고난도 액션과 폭넓은 감정 연기들을 직접 소화해내는 투혼으로 역시 '믿고보는 남궁민'이라는 찬사를 자아냈다.
 

MBC 2021 연기대상의 한 장면 ⓒ MBC

 
MBC가 창사특집 대작으로 무려 150억 원을 투자한 <검은 태양>은 1년 전 실종됐던 국정원 최고의 현장 요원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내부 배신자를 찾아내기 위해 조직으로 복귀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한국형 첩보액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검은 태양>은 최고 시청률 9.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올해 자사 최고흥행작인 <옷소매 붉은 끝동>(최고시청률 14.3%)과 함께 그나마 MBC의 체면을 세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올해 시상식은 '몰락한 드라마 왕국' MBC의 초라한 현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무대이기도 했다.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시즌제로 빅히트시킨 SBS나 <암행어사> <연모> <오케이 광자매> 등을 잇달아 배출한 KBS 등 경쟁사에 비하여 MBC는 <검은 태양>과 <옷소매>를 제외하면 사실상 이렇다할 히트작을 찾기 어려웠다.
 
시청률과 별개로 실험적인 시도나 완성도에서 호평을 받는 작품도 거의 없었다는 게 더 뼈아픈 대목이다. 박해진이 <꼰대인턴>으로 대상을 차지했던 지난해의 경우, 40년 만에 폐지됐던 월화 드라마를 6개월 만에 다시 부활시키고 4부작-8부작의 초미니시리즈에 도전하거나 TV 영화를 표방한 '시네마틱 드라마'를 내놓는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며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그에 비하면 올해는 오히려 내용 면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나마 정재영-이상엽의 열연을 바탕으로 직장생활의 애환을 색다른 시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미치지 않고서야>가 있었지만, 아쉬운 시청률 때문인지 연말 시상식에서도 냉대를 받았다.
 
그나마 선전했다는 <검은 태양> 역시 남궁민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제작비와 기대치에 비하면 두 자릿수 시청률도 돌파하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였다. 후반부에는 완성도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사극 열풍의 후발주자로 가세한 <옷소매>는 오히려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의외의 히트작에 가까웠다.
 
올해 'MBC 연기대상'은 2년 연속으로 방송인 김성주가 단독 MC를 맡았고 시상 부문도 약 17개 부문으로 비교적 단출하게 편성되어 빠른 진행이 이루어졌다. 연말 시상식마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인터뷰나 명장면 돌아보기, 축하공연같은 의례적인 이벤트들도 모두 분량이 크게 축소됐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방역관리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모두가 참여하는 화려한 드라마 축제라는 느낌이 강조됐던 이전과는 달리, MBC 드라마국의 침체된 분위기를 반영하듯 '최소한의 구색'만 갖췄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수상도 <검은 태양>과 <옷소매> 두 작품에 몰아주기 식으로 이뤄졌다. <검은 태양>은 대상을 비롯하여 5개부문을 수상했고, <옷소매>는 남녀최우수연기상 미니시리즈 부분을 비롯하여 최다인 8관왕을 휩쓸었다.
 
일일극 <두번째 남편>으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차서원과 엄현경, <미치지 않고서야>의 이상엽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작품과 배우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상 자체는 전반적으로 파격 보다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때 공동수상을 남발할 만큼 상을 줘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고민이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MBC의 현 주소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소수의 동료 배우들이 쳐주는 박수 외에는 별다른 이벤트도 감동 포인트도 없었던 올해 시상식은 유난히도 쓸쓸하고 초라해보인다는 느낌을 피해가지 못했다.
MBC연기대상 남궁민 검은태양 옷소매붉은끝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