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종영한 tvN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 CJ ENM
연예인들의 좌충우돌 배드민턴 동호회 도전기를 그린 tvN <라켓보이즈>가 지난 27일 12회로 막을 내렸다. 윤두준, 윤현민 등 운동에 능한 인물뿐만 아니라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 인기 트로트 가수 이찬원, 정동원 등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라켓보이즈>는 tvN 평일 저녁 예능치곤 제법 높은 3.7%의 시청률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최종회는 1.4%라는 자체 최저 시청률의 아쉬운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연예인들의 스포츠 도전기는 예능 관점에서 분명 좋은 소재였지만 결과물로는 연결 짓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의욕은 좋았지만... 높기만 한 동호인들의 실력 장벽
▲ 지난 27일 종영한 tvN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 CJ ENM
<라켓보이즈>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고전을 겪은 이유로 일단 쉽지 않은 승리, 연이은 패배를 손꼽을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리 있겠느냐만 매주 상대하는 배드민턴 동호인 팀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개인 레슨이나 훈련을 병행하면서 경기에 임했지만 5년, 10년 이상 배드민턴을 친 동호인들의 벽은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성장 스토리가 아무리 잘 그려진다곤 해도 매번 지는 시합이 방영되다 보니 시청자들의 채널 고정을 유도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여타 종목이 그러하겠지만 배드민턴은 수년간의 구력이 갖춰져야 비로소 동호인 사이 시합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스포츠다.
반면 <라켓보이즈> 멤버들은 일부 참가자를 제외하면 뒤늦게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를 하다 보니 단기간에 실력을 키우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 바쁜 와중에 틈틈이 개인 레슨 및 훈련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동호인들과 대등한 실력까지 도달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선수급 연예인이 다수 존재했더라면?
▲ 지난 27일 종영한 tvN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 CJ ENM
단기 연습만으론 사회체육 동호인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건 이미 지난해 KBS 2TV <축구야구말구>에서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12회 분량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박찬호(야구), 이영표(축구) 등 평생 운동만 해온 프로 스포츠인들조차 청소년 취미반 학생부터 중장년 어머님 선수들에게까지 연달아 패배를 맛볼 정도였다.
결국 프로그램은 종영, 차기 시즌 진행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에 비하면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연예인들의 조합으로 배드민턴 동호인들을 상대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2013~2016)이 좋은 본보기를 남긴 바 있다.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는 수영-테니스-농구-유도 등 여러 종목에서 멤버들이 동호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거나 대등하게 경기를 치렀다. 그 결과 3년 넘도록 인기리에 방영될 수 있었다. 이는 해당 종목을 오랜 기간 취미로 연마했거나 실제 선수 출신 연예인들이 다수 포함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라켓보이즈>에도 동호인 팀 활동을 겸하고 있는 연예인이 몇 명 포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생활 체육에 대한 관심 유도... 방식의 변화 필요
▲ 지난 27일 종영한 tvN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 CJ ENM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켓보이즈>는 짧은 기간 동안 나름의 의미도 남겼다. 양세찬부터 막내 정동원 등 전혀 기대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연예인들이 의외의 기량을 뽐내거나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며 볼거리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인기 프로스포츠 종목 위주에서 탈피, 비인기 종목 및 동호인 중심 스포츠도 충분히 재미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라켓보이즈>처럼 단발성 편성에 그치지 않고 <뭉쳐야 찬다> <골때리는 그녀들> 같은 축구 예능처럼 오랜 기간 지속되려면 결국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 전·현직 운동선수들로 채워진 <뭉찬>처럼 능력자 중심으로 구성하거나, 혹은 처음부터 연예인 리그로 만든 <골때녀>의 방식은 그 본보기가 된다. 실력 평준화가 갖춰진 환경에서의 경쟁이어야 한다는 것. 어설픈 전력만으로 도장깨기 식 구성을 만드는 것은 성장,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라켓보이즈>는 비록 짧은 여정을 마감했지만 부족한 실력을 만회하기 위한 눈물겨운 투지, 그 속에서 꽃피운 동료애 등 '생활스포츠 예능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한 프로그램이었다. 시즌2로의 귀환이 쉽지 않더라도 허투루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소재라는 점을 감안할 때 12회 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만큼은 향후 운동 예능 제작을 위한 좋은 교훈을 마련해줬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