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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보이즈' 아쉽게 종영, '골때녀'와 뭐가 달랐냐면...

[TV 리뷰] tvN <라켓보이즈> 성장 스토리는 마련했지만, 높은 동호인 실력 장벽

21.12.31 11:59최종업데이트21.12.3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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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종영한 tvN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 CJ ENM

 
연예인들의 좌충우돌 배드민턴 동호회 도전기를 그린 tvN <라켓보이즈>가 지난 27일 12회로 막을 내렸다. 윤두준, 윤현민 등 운동에 능한 인물뿐만 아니라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오상욱, 인기 트로트 가수 이찬원, 정동원 등의 출연으로 관심을 모았던 <라켓보이즈>는 tvN 평일 저녁 예능치곤 제법 높은 3.7%의 시청률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최종회는 1.4%라는 자체 최저 시청률의 아쉬운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연예인들의 스포츠 도전기는 예능 관점에서 분명 좋은 소재였지만 결과물로는 연결 짓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의욕은 좋았지만... 높기만 한 동호인들의 실력 장벽
 

지난 27일 종영한 tvN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 CJ ENM

 
​<라켓보이즈>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고전을 겪은 이유로 일단 쉽지 않은 승리, 연이은 패배를 손꼽을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리 있겠느냐만 매주 상대하는 배드민턴 동호인 팀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면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개인 레슨이나 훈련을 병행하면서 경기에 임했지만 5년, 10년 이상 배드민턴을 친 동호인들의 벽은 생각 이상으로 높았다.

성장 스토리가 아무리 잘 그려진다곤 해도 매번 지는 시합이 방영되다 보니 시청자들의 채널 고정을 유도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여타 종목이 그러하겠지만 배드민턴은 수년간의 구력이 갖춰져야 비로소 동호인 사이 시합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스포츠다.

​반면 <라켓보이즈> 멤버들은 일부 참가자를 제외하면 뒤늦게 프로그램을 위해 준비를 하다 보니 단기간에 실력을 키우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 바쁜 와중에 틈틈이 개인 레슨 및 훈련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동호인들과 대등한 실력까지 도달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이다.

선수급 연예인이 다수 존재했더라면?​
 

지난 27일 종영한 tvN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 CJ ENM

 
단기 연습만으론 사회체육 동호인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건 이미 지난해 KBS 2TV <축구야구말구>에서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12회 분량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서 박찬호(야구), 이영표(축구) 등 평생 운동만 해온 프로 스포츠인들조차 청소년 취미반 학생부터 중장년 어머님 선수들에게까지 연달아 패배를 맛볼 정도였다.

​결국 프로그램은 종영, 차기 시즌 진행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에 비하면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연예인들의 조합으로 배드민턴 동호인들을 상대한다는 건 처음부터 무모한 도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반대의 사례도 있다.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2013~2016)이 좋은 본보기를 남긴 바 있다.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는 수영-테니스-농구-유도 등 여러 종목에서 멤버들이 동호인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거나 대등하게 경기를 치렀다. 그 결과 3년 넘도록 인기리에 방영될 수 있었다. 이는 해당 종목을 오랜 기간 취미로 연마했거나 실제 선수 출신 연예인들이 다수 포함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라켓보이즈>에도 동호인 팀 활동을 겸하고 있는 연예인이 몇 명 포진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생활 체육에 대한 관심 유도... 방식의 변화 필요​
 

지난 27일 종영한 tvN '라켓보이즈'의 한 장면 ⓒ CJ ENM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켓보이즈>는 짧은 기간 동안 나름의 의미도 남겼다. 양세찬부터 막내 정동원 등 전혀 기대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연예인들이 의외의 기량을 뽐내거나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며 볼거리를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인기 프로스포츠 종목 위주에서 탈피, 비인기 종목 및 동호인 중심 스포츠도 충분히 재미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라켓보이즈>처럼 단발성 편성에 그치지 않고 <뭉쳐야 찬다> <골때리는 그녀들> 같은 축구 예능처럼 오랜 기간 지속되려면 결국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 전·현직 운동선수들로 채워진 <뭉찬>처럼 능력자 중심으로 구성하거나, 혹은 처음부터 연예인 리그로 만든 <골때녀>의 방식은 그 본보기가 된다. 실력 평준화가 갖춰진 환경에서의 경쟁이어야 한다는 것. 어설픈 전력만으로 도장깨기 식 구성을 만드는 것은 성장,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라켓보이즈>는 비록 짧은 여정을 마감했지만 부족한 실력을 만회하기 위한 눈물겨운 투지, 그 속에서 꽃피운 동료애 등 '생활스포츠 예능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발견한 프로그램이었다. 시즌2로의 귀환이 쉽지 않더라도 허투루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소재라는 점을 감안할 때 12회 동안 겪었던 시행착오만큼은 향후 운동 예능 제작을 위한 좋은 교훈을 마련해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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