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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가 이렇게? '싱어게인2' 2라운드의 즐거움, 편곡의 묘미

[TV 리뷰] JTBC <싱어게인2-무명가수전> "절대 못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21.12.31 10:12최종업데이트21.12.3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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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2-무명가수전>(아래 <싱어게인2>)의 2막이 올랐다. 지난 27일 월요일 방영된 4회에서는 총 73팀 중 합격된 36팀과 보류 후 최종 합격된 3팀의 가수가 펼치는 2라운드 대결이 시작되었다.

가수가 선택한 조에 따라 순서대로 진행되었던 1라운드 '조별생존전'과 달리, 2라운드는 '시대별명곡-팀대항전'으로 진행된다. 2인 1팀으로 구성된 두 팀이 서로 대결하는 방식의 '팀대항전'은 심사위원이 팀을 이룰 가수와 대결팀을 모두 결정하여 통보하였다. 각 팀은 심사위원이 정해주는 시대에서 노래를 선택해 대결을 한다. 이긴 팀은 팀원 모두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만, 진 팀은 최소 1명의 팀원이 탈락해야만 한다.

참가자들은 1라운드에서 기본적인 실력과 매력, 개성과 참가 동기 등을 드러내며 흥미를 자아냈다. 2라운드의 관전 포인트는 참가자들이 원곡을 어떻게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부르는지가 될 것이다. 원곡의 매력을 빼앗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색깔을 독창적으로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숨겨진 음악성과 끼가 드러날 터이다. 

결정된 팀과 대결팀을 살피면 대체로 비슷한 색깔을 가진 가수들로 구성되었다. 비슷한 색깔로 구성된 대결 양팀이 드러낼 다른 색깔의 무대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소수가 남아 펼치는 본격적인 대결에서 좀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2라운드 대결의 첫 포문은 41호와 51호 가수의 '타조코인'과 11호와 42호 가수의 '믹스커피'가 1990년 대의 노래로 열었다. 타조코인의 '아라비안 나이트'는 김준선의 원곡과 달리 느리고 감미롭게 시작된다. 노래의 템포는 점점 빨라지다 몰아치는 사막의 폭풍처럼 최고조를 이루며 멈추었다. 심사위원 유희열이 평했듯, 41호와 51호 가수는 안정된 가창력으로 마치 이야기를 전하는 듯 노래했다.
 

JTBC <싱어게인2-무명가수전> 4회 한 장면 ⓒ JTBC

 
믹스커피는 현진영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다른 곡이네"라며 심사위원들이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새로운 분위기로 소화해냈다. 너무나 유명한 전주를 생략했음에도 노래의 매력은 여전했으며, 빠른 댄스 리듬을 대신한 현란한 기타 연주는 감탄을 자아냈다. 

타조코인과 믹스커피의 대결은 7:1로 믹스커피의 승이었다. 41호 가수 강지안과 51호 가수 이하람은 아쉽게도 이름을 밝혀야 했다. 

두 번째 대결은 앞 팀과 마찬가지로 1990년대 노래로 맞붙은 20호와 63호 가수의 '스페이스 2063'과 13호와 17호 가수의 '유교걸' 차례였다. 스페이스 2063은 저음이 멋진 20호와 고음이 매력인 63호의 목소리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김현식의 '넋두리'를 소화했다. 스페이스 2063은 처절함을 읊조리듯 나직하게 표현한 원곡과 달리 한껏 고통을 분출시키며 절규하듯 불렀다. 심사위원의 이선희의 심사평처럼 절제가 거의 없는 '과한' 표현이었음에도 노래는 원곡처럼 제목을 그대로 연상시켰다. 

유교걸은 이현우의 '꿈'을 강한 락 사운드를 가미해 편곡했다. 무대를 꽉 채운 것은 시원하게 내지르는 두 사람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17호 가수가 말했듯 '보기 드문' 여성 락커 선후배들의 '함께'였다.

유고걸은 아깝게 5:3으로 스페이스 2063에게 졌다. 17호 가수는 추가 합격으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13호 가수는 이름을 밝혀야했다. 13호 가수는 자신을 여성 4인조 하드록 밴드 '동이혼'의 보컬 윤세나라고 소개했다. 윤세나는 당당하게 "나는 절대 못해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다른 무대에서 새롭게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JTBC <싱어게인2-무명가수전> 4회 한 장면 ⓒ JTBC

 
세 번째 무대는 4호와 57호 가수의 '큰콩땅콩'과 62호와 72호 가수의 '청춘의 벗' 차례였다. 1980년대 노래를 부른 두 팀은 모두 밴드의 노래를 선택했지만, 무대는 확연하게 차이났다. 특히, 옥슨80의 '불놀이야'를 댄스곡으로 바꿔 부른 큰콩땅콩의 무대는 인상적이었다. 

큰콩땅콩의 '불놀이야'는 블루스풍으로 느리고 감미롭게 시작된 후, 댄스로 급전환한다. 1라운드에서 자신의 노래 '오빠야'를 애교를 담은 또렷한 목소리도 부르던 4호 가수는 뜻밖에도 풍부한 성량을 자랑하는, 무게감 있는 원숙한 목소리를 가진 가수였다. 아이돌이었던 57호 가수 역시 7명의 파트를 혼자 소화하느라 1라운드 때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던 가창력을 거리낌없이 드러냈다.

파트 배분도 무척이나 현명해 독립적인 영역과 화음을 이루어야 할 부분을 확실하게 구분했다. 노래는 각자의 목소리가 가진 매력과 가창력을 아낌없이 드러내는 동시에 듀엣의 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멋지게 어우러지는 화음으로 채워졌다. 두 사람은 애드리브까지 공평하게 선보이며 둘이되 하나인 무대를 보여줬다.

대비되며 하나로 어우러지는 퍼포먼스 역시 훌륭했다. 아이돌 출신인 57호 가수는 4호 가수와 차이나는 섬세한 몸동작을 보였지만, 4호 가수는 유머스런 춤 동작과 상모 돌리기를 흉내내는 머리 돌리기 등으로 색다른 재미를 안겨주었다. 마이크 앞에서 서서 부르다 앞으로 나서는 동작 구성은 신나는 노래 분위기에 비해 밋밋할 수 있는 퍼포먼스에 역동감을 부여했다. 

귀만큼이나 눈도 즐거웠던 큰콩땅콩의 무대는 편곡의 묘미를 제대로 만끽하게 해주었다. 원곡이 드러내려는 열정을 해치지 않고 표현하면서도 두 가수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신나는 무대였다. 4호 가수의 가창력과 진면목을 볼 수 있었으며, 1라운드에서 심사위원 선미의 슈퍼어게인으로 겨우 탈락을 면했던 57호 가수가 제 역량을 제대로 과시한 무대였다. 선미는 자신의 슈퍼어게인을 빛내준 57호 가수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응원의 마음을 한껏 전했다. 
 

JTBC <싱어게인2-무명가수전> 4회 한 장면 ⓒ JTBC

 
청춘의 벗은 사랑과 평화의 '그대 떠난 뒤'를 감미롭고 애틋한 감성으로 매끄럽게 불렀지만, 7:1의 판정 결과로 무대를 내려가야 했다.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맑았던 두 사람의 노래는 대결의 결과가 결코 실력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줬다. 62호 가수는 안수지였으며, 72호 가수는 앤씨야였다.

2000년대 노래를 부른 <싱어게인2> 4회의 마지막 무대는 그야말로 우승후보들의 격돌이었다. 1라운드에서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부르며 호평 속에 올어게인을 받은 37호 가수와 자신의 노래인 드라마 <연애의 조건> OST '묘해, 너와'를 부르며 올게인을 받은 48호 가수가 만나 '빅 아이즈'를 이루었다. 30호 가수 한동근과 '호형호제' 팀을 이룬 33호 가수 역시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포효하듯 부르며 올어게인을 받았던 참가자였다. 두 팀은 2000년대 노래로 대결을 진행했다. 

빅 아이즈는 브라운 아이즈의 '점점'을 애절한 발라드의 감성으로 표현했다. 애써 안그런 척하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슬픔을 폭발하듯 담아낸 원곡과 다르게 슬픈 감성을 독백하듯 애잔하게 표현했다. 

호형호제는 30호 가수 한동근의 제안으로 YB의 '박하사탕'을 선곡했다. '박하사탕'은 동명 영화의 주제가로 순수한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애타게 표현한 노래이다. 음주운전이라는 불미스런 전력을 가진 한동근의 선곡은 의미심장했다. 한동근은 여전한 가창력으로 무난하게 노래를 소화했으며, 33호 가수는 울부짖는 듯한 목소리로 원곡과 확연히 다른 감성과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컬들의 대격돌이었던 두 팀의 대결은 6:2로 호형호제의 승리였다. 빅 아이즈의 48호 가수만 추가합격되었지만, 심사위원 이해리가 슈퍼어게인을 사용해 37호 가수는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었다.

<싱어게인2> 4회에서 진행된 2라운드는 같은 노래가 어떻게 다르게 불려질 수 있는지, 편곡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게 해준 무대였다. 참가자들의 무대는 신곡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새로웠다.

짧게는 20여 년, 길게는 30여 년 전 과거의 노래가 미션으로 주어짐으로써 많은 시청자들이 비교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래를 처음 듣는 시청자들이라면 원곡을 듣게 됐을 때 새로운 편곡에 놀라게 될 것이다. 앞으로 진행될 라운드는 이 새로운 느낌과 함께 좀더 자기만의 개성과 색깔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선곡과 편곡이 요구될 것이다. 

예고된 5회에서는 눈길을 끌었던 참가자들이 등장한다. 특히, 최연장자 39호 가수와 최연소자 64호 가수의 조합, 실력과 함께 뚜렷한 개성을 드러냈던 31호와 34호가 조합된 무대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양선영 시민기자의 개인 포스트 '평범한 그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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